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청사 이전 추진''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이전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동민, 홍영표, 김진표, 김민기, 김병주 의원.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옮기는 것은 “안보 해악의 근원이 될 것”이라며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기동민·김민기·김병주·김진표·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당선자는 국민과 소통을 이유로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해놓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기자 아무런 계획도 없이 용산 국방부로 청와대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황당한 선택지를 해법인 양 내놓고 있다”며 “ 국방부 청사 안에 대통령 집무실을 두게 되면 많은 부작용과 불필요한 혼란이 따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민홍철·김병기·설훈·안규백·윤호중 의원도 국방위원으로서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졸속 이전은 안보 해악의 근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국방부와 합참은 우리 군의 최고 사령부”라며 “평시 작전권을 가진 합동참모본부는 예하사령부와 참모 부서 간의 일사분란한 지휘체계와 지휘통신을 위한 C4I 체계(전술지휘통신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로 이전하게 되면 국방부와 합참의 많은 부서, 시설본부, 국방부 근무지원단 등이 모든 업무를 중지하고 3월 말까지 이사를 해야 한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협이 가중되어 대비 태세 유지에 집중하고 실시간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부대 전 장병이 이사 준비를 하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청와대 집무실 국방부 이전은 국민과 소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단절의 벽만 더 높아질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국방부는 군사시설로 지정되어 전면적인 개방이 제한되는 지역”이라며 “국방부 주변 고층 건물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동시에 추가적인 보안 조처를 해야 하고 인근 지역주민들의 기본권은 더욱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국방위원들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 주변지역은 고도제한으로 5층 이상의 건축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용산지역 개발계획과 재건축은 전면 백지화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대통령 집무실 졸속 이전 추진은 전형적인 대통령발 갑질”이라며 “윤석열 인수위에서는 국방부에 3월 말까지 국방부 건물을 비워주고 4월 한 달간 리모델링하고 5월에 입주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3월 말이면 고작 10일 뒤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입주자 보호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며 “계약도 수의계약으로 그냥하려는 것이냐. 공사 일정 고려 없이 데드라인만 던지고 공사를 끝내라는 것은 갑질 중의 갑질”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합참 및 국방부 직할부대 이전에 따라 직간접적인 예산이 1조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합참이 다른 곳으로 옮길 경우 전자기파(EMP) 방호가 필요한 지휘통제시설을 다시 구축해야 할 뿐 아니라, 군사시설 재배치, 군인·군무원·공무원들의 가족 이사 비용 등 간접비용도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그런데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직접비용만 계산하여 수백억만 소요되어 최소 비용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며 “윤석열 당선인은 아집을 버리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집무실 이전 논의 과정과 방식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윤 당선자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문재인 정부가 채택했던 방식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며 “전문기관의 연구용역,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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