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씨가 심상정 후보에게 보낸 편지. 정의당 제공
2017년 포항 지진으로 김명진(가명)씨의 집과 삶은 함께 무너져내렸다. 이주 뒤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던 그는 췌장암 진단을 받아 췌장의 절반 가까이를 절제하며 목숨을 건졌지만 고가의 건강보험 비급여 치료비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빚이 쌓였고 아이 학교까지 찾아온 빚쟁이들의 독촉이 계속됐다. 배고픔에 눈물만 흘리는 세 아이들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생활은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삶을 포기하려던 그의 눈에 우연히 신문 속 글귀가 들어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공약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 후보님의 공약 글만 생각났습니다.” 김씨는 심 후보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저는 정치를 믿지 않습니다. 나라 경제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진실되다, (이 사람을) 믿어도 된다는 구별은 할 수 있기에 저는 후보자님을 믿습니다. 아니 후보자님이라면 저희의 지금 삶을 바꿔주실 거라 믿습니다.”
이 편지는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칩거하던 심 후보에 전달됐다. “후보님 또한 많이 힘드신 시간 속에 계실 거라 생각 듭니다. 저도 힘을 내어 보겠습니다. 그러니 지금 힘이 드신다고 잡초와 독초들 사이에서 용기 내시고 그 어떤 소리에도 기죽지 마시고. 또 다른 저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세요. 그것만이 어제의 제 생각을 버릴 수 있는 희망입니다.”
편지 속에는 9천원이 들어 있었다. “지금 이 만원은 저희의 전 재산입니다. 라면 7봉지를 구매하고 빵 8개를 구매할 수 있는 저희에게 소중한 돈입니다. 저희의 생과 사, 그리고 죽을 수 있는 권리, 살 수 있는 권리를 준 돈이기에… 후보자님께 큰 힘이 될 거라 믿고 또 믿습니다. 후보님은 혼자가 아닙니다. 저희들이 있습니다. 꼭 힘내세요. (추신-우편이다 보니 우표값이 들어 9천원만 동봉합니다.)”
김명진씨가 심상정 후보에게 보낸 편지. 정의당 제공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8일 포항에서 김명진(가명)씨를 만났다. 정의당 제공
18일 유세 일정으로 경북 포항을 찾은 심 후보는 김씨를 만났다. 심 후보는 그가 보낸 편지를 읽고 위로와 용기를 얻어 다시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었다고 했다. 심 후보는 김씨를 만나 “선생님이 편지를 주셔서 바로 내려와서 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늘 마음이 힘들었다. 세상 바뀌는 것도 중요한데 당장 상황이 너무 어려우신 것 같아 말씀 듣고 방법을 찾아보려고 왔다”며 “지금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이 얼마고, 세계 몇 대 강국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시민들의 생명과 삶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든, 당 차원이든, 포항시 차원이든 간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심 후보에게 “제가 봤다는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공약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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