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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멸공’ 역풍 불자 수습 나선 윤석열 “육수 내려고…”

등록 2022-01-10 14:04수정 2022-01-10 18:47

이준석 “윤, 멸치·콩 가볍게 다룬 것뿐…챌린지는 과해”
구시대적 색깔론 공세에 당 안에서도 “동의 못 해” 비판
조림용 사놓고 “멸치육수 애용” 해명도 설득력 떨어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함) 논란을 촉발한 이후, 윤석열 대선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멸공 인증 릴레이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10일 색깔론적 공세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필요한 물건을 산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는 부분”이라며 정 부회장과 같은 결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멸치와 콩을 자주 먹는다며 가볍게 위트 있게 다뤘는데, 윤 후보의 모든 행보를 깊게 관찰하는 분들이 이어가는 멸공 챌린지는 과한 것이라고 본다”며 “정책 행보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어떤 이념적인 어젠다가 관심받는 상황을 주변에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장보기 인증샷이 공개된 이후 국민의힘에서 멸공 인증 릴레이가 이어지는 데 대해 ‘구시대적 색깔론’이란 비판이 거세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는 “우리 후보가 진짜 멸공주의자면 기자회견을 했을 것”이라며 “가볍고 익살스럽게 풀어낸 것을 주변에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도 멸공 행보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 본부장은 이날 오전 <티비에스>(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후보가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연상케 하는 달걀과 파, 멸공을 떠올리는 멸치와 콩을 구매하는 장면이 공개된 데 대해 “누가 어떤 아이디어로 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그런 의도로 한 건지는 추측의 영역에 불과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좀 뭐하다”면서도 “저도 사실 썩 동의하기는…(어렵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얼마 전까지 선대위에서 비전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근식 전 경남대 교수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경원) 전 대표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 같은 경우가 사실 연달아서 (멸공 인증 게시물을 에스엔에스에) 다는 것은 너무 문제를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지금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고 젊은이들의 반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멸공’이라는 70년대 냉전의 용어를 환기시키는 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좌우 막론하고 멸공’을 외칠 때는 아니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남북 평화공존의 시대”라면서 “이쯤에서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멸공 인증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윤 후보는 “가까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산 것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이날 인천 연수구 한 호텔에서 열린 인천시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뒤 장보기 사진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멸치 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를 자주 사는 편이다. 아침에 콩국 같은 것을 해놨다가 많이 먹기 때문에 산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이마트에서 산 멸치는 육수용이 아니라 ‘조림용’이어서 누리꾼들은 ‘윤 후보의 해명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이념적 메시지 아니었냐’는 지적에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질서를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나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갖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잘 지켜지는지 안 지켜지는지가 이 나라가 자유와 민주에 기반한(기반을 둔) 국가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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