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아빠 찬스 입사지원서’ 논란이 불거진 지 12시간 만에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경질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김진국 민정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전날 아들이 기업체에 입사지원서를 내면서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니 많은 도움을 드리겠다”고 쓴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김 수석은 이날 아침 출근해 사의를 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수석 경질 배경에 대해 “국민들이 느낄 정서, 이런 것 앞에 청와대는 즉시 부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른바 ‘아빠 찬스 지원서’가 불공정 시비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신속하게 정리했다는 것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민정수석이 아들 지원서에 개입하지 않은 건 청와대가 확인한 건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네, 그렇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김 수석 후임은 아직 논의하거나 계획한 바 없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을 찾아 자신의 불찰을 인정하는 사임인사를 했다. 김 수석은 “제 아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점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고 여겼다. 그래서 떠난다”고 밝혔다.
앞서 <문화방송>은 20일 김 수석 아들이 한 컨설팅 회사에 제출한 입사지원서에 “아버지께서 현 김진국 민정수석이십니다”, “제가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고 적은 사실을 보도했다. 정상적인 입사 지원서로 보기 힘든 상황인데, 김 수석은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김 수석의 아들 관련 보도 직후 아빠 찬스 논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김 수석의 발언이 실린 기사를 링크하면서 “제가 이 기사를 포스팅 하는 이유는 김 민정수석은 투명하다는 확신 때문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빈축을 샀다. 법무검찰을 총괄하는 박 장관이 별다른 객관적 근거 없이 자신의 “확신”을 앞세워 민정수석에 대해 방어막을 친 건 부적절하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법무장관의 직분에 어울리지도 않게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사적인 판단을 섣불리 표출해 스스로 적격 시비를 자초하는 것은 물론, 사과를 한 민정수석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며 “박범계 장관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썼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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