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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석열의 ‘뒤늦은 사과’…김건희 허위 이력 논란은 ‘팩트체크중’

등록 2021-12-17 19:34수정 2021-12-18 10:28

‘공정과 정의’ 가치 훼손 지적에
‘팩트체크 뒤 사과’ 입장서 선회
김건희씨 이력 논란은 언급 안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분들께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아내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14일 김씨가 수원여대 교수초빙 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이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후원금’ 모금 캠페인 행사를 마친 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를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은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는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 죄송하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그는 김씨의 허위 이력 수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엔 “이렇게 말씀드렸으니 사과로 여러분들이 받아들여 주시고, 그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선 법과 원칙이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고 답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사과 여부를 밝히지 않았던 그는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후원금’ 모금 캠페인 행사를 마친 뒤 예고 없이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한쪽짜리 사과문을 꺼내 읽은 뒤, 추가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이양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오늘은 입장문 발표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까지 해도 ‘팩트 체크를 해서 제대로 사과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의 허위 이력 논란이 후보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여러 경로로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안에선 ‘국민 감정상 일단 사과해서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사과는) 빠르면 빨리할수록 좋다”며 후보 본인의 ‘빠른 수습’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어차피 사과를 하게 될텐데, 군더더기 없이 빨리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후보에게 보고됐고, 결국 점심 즈음에 후보가 수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나온 한국갤럽 여론 조사에서 윤 후보는 3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36% 지지율을 기록했다. 당 내에선 이 추세가 이어지면 이 후보에게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강하다고 한다. 지지율 ‘데드 크로스’ 추세에 관해 이준석 대표는 이날 <에스비에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대표자로서는 지금 환장하겠다”고 말했다.

당 내에선 윤 후보의 ‘뒤늦은’ 사과에 안도감을 나타내면서도 ‘전두환 망언’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언급했을 때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틀 만에 사과했고,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사흘 만에 고개를 숙였다. 대선후보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는데 인색해 되레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윤 후보는 이날 사과는 했지만, 김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해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가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고 했는데, 언제쯤 공개할것인가’라는 질문에 “오늘 사과를 드린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허위 이력이라든지, 지금의 상황을 다 포함해 사과 말씀을 올린 것”이라고만 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지금 전 선대위가 달라붙어 김건희씨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을 들여다보는 중”이라며 “그런데 이게 수년이 지난 일이라 기억이 선명하지 않고, 관계자마다 말이 달라서 단기간에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재우 김미나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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