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최근 당원 급증 현상에 대해 “위장당원이 포함됐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오는 6∼7일 30% 비율로 반영되는 2차 컷오프 당원투표를 앞두고 당의 유력 주자가 ‘불공정 경선 주장’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주장을 공론화한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당원 모독”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당원들과 만나 “이 사람들(민주당 정권)이 저 하나만 꺾으면 정권을 연장하면서 약탈을 지속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먹고 저를 2년 동안 샅샅이 뒤지고 흔들고 모든 친여 매체와 마이크를 동원해 저를 공격했다”며 “이제는 우리 당 경선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여러분들 들으셨지 않나. 위장 당원들이 엄청 가입했다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정신 차리고 확실하게 정권교체를 못 하면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위장 당원 주장’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소문도 많고 그런 얘기들이 많지 않나. 여러분도 아시지 않느냐”고 두루뭉술한 답변만 반복했다. 다른 주자들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맹폭을 가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준석 대표 당선 이후 20~30대 신규 당원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분들이 위장 당원이라는 말인가”라며 “증거가 있으면 당장 내놓고, 없으면 당원들에게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지난 6월 ‘이준석 체제’ 출범 이후 국민의힘 당원은 26만5천명이 급증했는데, 지도부는 당 변화의 청신호로 해석해왔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페이스북에 “윤 후보도 최근에 입당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윤 후보는 위장 후보인가”라고 썼다. 홍준표 캠프는 “당원 모독”이라며 “엄중한 경고”를 요구했다.

이준석 대표는 “토론을 흥행으로 이끌고 있어서 당원 가입이 늘고, 조직적 가입이 어려운 온라인 당원 가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위장 당원 논란이 단순한 해프닝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 전 총장의 최대 지지기반이 ‘60대 이상’ ‘티케이’(대구·경북) 당원인 점을 고려하면, 젊은 당원 증가는 윤 전 총장에게는 불리하다. ‘역선택 방지’ 요구가 좌절된 윤 전 총장 쪽에서 언제든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젊은 당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에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재형 캠프는 “윤 후보는 왜 지지율 급락을 남 탓으로 돌리는가. 지지율이 왜 급락하는지 장막 뒤 스승님께 물어보라”고 꼬집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