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 후 두번째 부산을 방문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부산진구 서면 지하상가를 방문해 부산 어묵을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최근 당원 급증 현상에 대해 “위장당원이 포함됐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오는 6∼7일 30% 비율로 반영되는 2차 컷오프 당원투표를 앞두고 당의 유력 주자가 ‘불공정 경선 주장’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주장을 공론화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을 제외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근거도 없는 위장당원 주장에 일제히 반발하며 “당원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4일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당원들과 만나 “이 사람들(민주당 정권)이 저 하나만 꺾으면 정권을 연장하면서 약탈을 지속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먹고 저를 2년 동안 샅샅이 뒤지고 흔들고 모든 친여 매체와 마이크를 동원해 저를 공격했다”며 “이제는 우리 당 경선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여러분들 들으셨지 않나. 위장당원들이 엄청 가입했다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 경선 과정에서 내부 총질도 있고, 민주당 개입도 있다”며 “우리가 정신 차리고 확실하게 정권교체를 해야 하고, 정권교체만 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시작이다. 그것도 못하면 우리는 미래가 없고 희망이 없다”고 덧붙였다.
간담회 뒤 기자들이 윤 전 총장에게 ‘위장당원 주장’에 대한 근거가 뭐냐고 물었지만 구체적인 답은 없었다. 윤 전 총장은 “경선에는 투표권을 행사하지만, 본선에서는 국민의당,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하지 않을 민주당 지지자를 말하는 것”이라며 “그런 분들이 우리 당에 당원으로 많이 가입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추측할 만한 강한 의혹들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어떤 의혹을 말하는 것이냐’고 거듭 묻자 “소문도 많고 그런 얘기들이 많지 않나. 여러분도 아시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다른 대선주자들은 소문에 근거한 위장당원 주장에 맹폭을 가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 당선 이후 20~30대 신규 당원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분들이 위장당원이라는 말인가”라며 “증거가 있으면 당장 내놓고, 없으면 당원들에게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페이스북에 “실언이 도가 지나쳤다”며 “윤 후보도 최근에 입당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윤 후보는 위장 후보인가”라고 썼다. 홍준표 캠프는 “윤 후보가 입당하기 훨씬 전부터 함께 울고 웃으며 이 당을 지켜온 당원들을 갈라치기 하는 발언이고 당원 모독”이라며 “당 차원의 엄중한 경고”를 요구했다.
지난 6월 ‘이준석 체제’ 출범 이후 국민의힘 당원은 26만5천명이 급증했다. 기존 책임당원 수(28만명)와 맞먹는 규모이며 이들 가운데 20∼40대가 11만4천명(43%)이고, 수도권·호남 지역의 신규 당원 증가 폭은 직전 4개월과 비교할 때 10배에 육박했다. 당원 급증은 보수·영남·노인 정당이었던 국민의힘이 ‘이준석 효과’에 힘입어 변모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준석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위장당원 발언이 알려진 뒤 페이스북에 “선거인단 관련해 각 후보들이 함의를 파악하고 선거 준비할 수 있도록 시험범위를 공개하는 의미에서 지난 주에 지역별·세대별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했는데, 윤석열 후보측에서 그 자료를 해석하면서 오류가 있는 것 같다”, “토론을 흥행으로 이끌고 있어서 당원 가입이 늘고 있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조직적 가입이 어려운 온라인 당원 가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향후 경선 결과에 따라 윤 전 총장이 불공정 논란의 밑자락을 깔았다는 점에서 위장당원 논란이 단순한 해프닝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 전 총장의 ‘위장당원 주장’은 역선택 주장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여론조사에서 여권 지지자들을 걸러내야 한다며 역선택 방지를 주장했지만 ‘본선 경쟁력’ 조사로 절충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역선택 방지 주장이 여론조사에서의 불리함을 뒤집으려는 시도였다면 위장당원 주장은 당원투표에서의 약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의 최대 지지기반이 ‘60대 이상’ ‘티케이(대구·경북)’ 당원인 점을 고려하면, 젊은 당원들의 적극 투표는 윤 전 총장에게는 불리하고 최근 2030 세대의 지지를 받은 홍준표 의원이나, ‘개혁보수’를 강조해온 유승민 전 의원에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당내에서는 윤 전 총장이 젊은 당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에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형 캠프는 “윤 후보는 왜 지지율 급락을 남탓으로 돌리는가. 지지율이 왜 급락하는지 장막 뒤 스승님께 물어보라”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은 논란이 확산하자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해명에 나섰지만 ‘외부세력의 경선 개입’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일부에서는 조직적으로 우리 당 경선에 개입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며 “그렇기에 제가 오늘 부산 당원 동지들을 뵙는 자리에서 국민과 당원들이 민주당의 정치 공작에 경각심을 가지고 똘똘 뭉쳐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제 발언의 의도를 왜곡하며 공격하여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분들이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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