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오른쪽)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윤한홍 간사와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대에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가 임박하면서 사회적 합의 없는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이들 가운데서도 현재의 개정안이 보도에 따른 피해 구제라는 원래 목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외려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 등 여러 제안이 있었던 만큼 더불어민주당이 좀더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여야는 24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처리 여부를 두고 밤늦게까지 첨예하게 맞섰다. 민주당은 야당이 제기한 문제들이 상당히 해소됐다며 법사위 처리를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결사 저지’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사정 변경은 없다’며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 우려가 시기의 문제나 숙성도가 부족한 거 아니냐는 정도로 이해한다”며 “가짜뉴스로 피해 보는 분들이 워낙 많고 그것에 대한 책임이 부족한 거 아니냐는 게 이 법안의 추진 배경이며 이런 상황을 의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은 언론·시민단체와 만나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처리 강행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이 돈이나 징벌적 대상으로 ‘펜을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국민들에게 투쟁해서 보여줘야 한다”며 “레거시 미디어가 불편한 진실을 보도한다는 이유만으로 모호한 규제 속에 넣으려고 하는 것은 후안무치하고 ‘내로남불’인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은 개혁의 본질을 벗어난 언론중죄법”이라며 “많은 언론단체와 야당의 반대에도 의석수 우위를 이용해 강행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을 방불케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수정안을 내는 등 ‘독소조항’을 제거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언론중재법에 담긴 갖가지 장치가 시민들 피해 구제보다는 기득권 이익을 보호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고의·중과실 추정이나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정의, 열람 차단은 피해자들에 대한 신속한 구제가 아니라 언론 보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보도를 어렵게 만들었던 기득권층이 소송을 남발하게 만드는 조항”이라며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은 피해 구제보다는 언론 보도를 막으려는 사람에게 유리한 법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에스엔유(SNU)팩트체크센터장은 “허위정보와 싸워야 하는 언론을 (허위정보 유포의) 주범으로 모는 건 우리 사회의 허위정보 저항성을 약화시키는 일”이라며 “(피해 구제와 허위·조작 정보) 두가지를 애매하게 섞어서 논점을 흐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성한표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 위원장은 “언론개혁에 대한 접근은 굉장히 신중하고 확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가야 한다”며 “민주당이 법 강행을 보류하고 좀더 의견을 종합해보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노지원 송채경화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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