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인근에서 학생들과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열세를 뒤집기 위해 대대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에 나섰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면서 고전하고 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26일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에 대해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와이티엔>(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서 “내곡동 문제를 몰랐다고 하는데 ‘위치를 몰랐다’, ‘국장 전결 사항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결정된 일이다’ 세가지 (해명이) 모두 거짓말로 드러난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비비케이(BBK) 의혹의 핵심 펀드였던 ‘마프 펀드’를 아시냐고 질문하면, ‘마포 해장국이요’라며 넘어가곤 했는데, 지금 내곡동 문제가 그렇다”며 “(오 후보는) 이명박 시즌2”라고 비난했다. 오세훈 후보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연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부산 김영춘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자고 나면 숨겨진 비리 의혹이 매일 새롭게 터져 나와, 1일 1의혹이라는 기네스북에 오를 새로운 흑역사를 써가고 있다”며 “이명박(MB) 정권 4대강 사찰 연루 논란, 엘시티(LCT) 실거주 목적 의혹, 고급 빌라 의혹, 홍익대 입시 청탁 의혹 등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 위원장도 “박 후보가 공직을 맡고 있을 때 국정원 사찰을 사주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고, 최근에는 재산과 관련해 수많은 의혹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며 “그런데 본인은 기억이 안 난다, 모른다, 실수였다, 우연이었다고만 일관하고 있다. 돈 욕심이 많고 의혹도 많은데 거기에 더해 모르는 게 많은데다 기억력은 부족하고, 공직관도 희박한 사람”이라고 박형준 후보를 맹비난했다.
4ㆍ7 재보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 시장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을 찾아 지지자와 셀카를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권자의 투표로 승부를 가르는 선거에서 일정 수준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불가피하다. 또 비리 의혹을 철저히 따지는 것은 공직 후보에 대한 정당한 검증 성격도 있다.
하지만 최근엔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선 전략이 야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뿐인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요즘 민주당 대변인들 명의로 내놓는 논평과 브리핑 대다수가 오세훈 후보와 박형준 후보 개인 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여권 부패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권심판론이 먹혀들자 “야당 후보들이 더 부패했다”는 맞불 놓기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분석가들이 “부패가 아니라 집권세력의 정책 실패와 오만 때문에 민심이 악화하는 것인데 민주당이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다”며 “야당이 더 썩었다는 식의 선거 캠페인은 무능과 오만의 프레임에 자신을 가두어 오히려 정권심판론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07년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한 방에 보낼 수 있다”며 비비케이 의혹에만 매달렸다가 선거에 참패한 일이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노현웅 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