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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밝힌 “자위적 국방력” 무엇일까요?

등록 2019-12-23 15:56수정 2019-12-29 10:38

정치BAR_노지원의 진토닉_자위적 국방력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강화하기 위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2019년 12월2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방력 강화 방안이 논의됐으며 인사와 군 조직개편도 단행됐다.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강화하기 위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2019년 12월2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방력 강화 방안이 논의됐으며 인사와 군 조직개편도 단행됐다.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북한이 미국한테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면서 설정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노동당과 군 인사들을 한 데 모아 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3차 확대회의를 열어 “자위적 국방력” 발전을 위한 핵심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북한이 ‘자위적 국방력’이라는 표현을 언제 어떻게 사용했는지 살펴보면서 그 정체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17년 12월12일 “자위적국방력 강화의 역사에 특기할 승리와 영광의 대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8차 군수공업대회’가 개막한 사실을 전한 것인데요. 북한이 군수공업대회의 개막 사실을 외부에 공개했던 것은 이때가 처음이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때를 북한이 “자위적 국방력”이라는 말을 상당히 무게감 있게 쓴 시점이라고 평가합니다. 대회가 열리기 보름 정도 전인 11월29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핵 무력 완성 선언’을 했는데요. 8차 군수공업대회는 그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차원에서 열린 행사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군수공업대회 소식을 전한 <중통> 기사에는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국방력”, “당의 핵무력건설사상을 높이 받들고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무기들을 개발완성하여 자위적국방력 강화에서 일찌기 없었던 사변적 성과들을 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창조”라는 식의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를 통해 ‘자위적 국방력’이 “핵 무력”,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무기”와 상당한 관련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앞둔 2018년 4월20일 당 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를 열어 “핵 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타격 수단들의 개발 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됐다면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 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도 필요없게 되었”다고 발표합니다. 핵 무기를 완성 했으니 더이상의 핵·미사일 시험 발사가 필요 없다면서 사실상 추가적인 핵·미사일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중단)’을 선언한 겁니다.

북한의 논리대로라면 “핵 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자위적 국방력”의 발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북한이 낸 발표 자료를 검토하고, 여러 북한 전문가들을 취재한 결과 현재 북한이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는 ‘자위적 국방력’은 남쪽에 비해 열세에 있는 재래식 전력 등을 뜻할 가능성이 상당해 보입니다. 물론 자위적 국방력의 포괄적인 범주 안에는 이미 완성한 핵 무력까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만, 앞으로 더 발전시켜 나갈 자위적 국방력은 여타 신형 무기가 주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올해 5∼11월 북한이 진행한 신종 무기와 관련한 북한의 발표를 살펴보면 그러한 가능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5∼11월 13차례에 걸쳐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초대형 방사포 △신형 전술 지대지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크게 4가지 종류의 신형 무기 시험을 진행했는데요. 그와 관련해서 “자위적”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지난 5월4일 이뤄진 KN-23의 첫 시험 발사에 대해 북한은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군사훈련”(5월8일 외무성 대변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8월11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담화를 내어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의 상용무기개발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주권국가로서의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하였는데 도대체 남조선 당국이 뭐길래 우리의 자위적 무력 건설 사업에 대해 군사적 긴장 격화니, 중단촉구니 뭐니 하며 횡설수설 하고있는가”라고 비판했을 때도 비슷한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8월11일까지 KN-23을 비롯해 신형 방사포, 신형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등 3가지 종류 신 무기에 대한 시험이 7차례 이뤄진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10월31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 있고 바로 다음 날인 11월1일, 북한 국방과학원이 “자위적 군사력 발전”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르면 이번 주, 이번 달 안에 북한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엽니다. 북한이 가겠다고 한 ‘새로운 길’의 방향성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길’은 김정은 위원장의 1월1일 신년사에서 더 구체화된 형태로 드러날텐데요. ‘자위적 국방력’ 역시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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