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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돌 맞은 세종대왕함…“우리 바다 평화로워졌지만, 대비태세는 ‘긴장’”

등록 2018-12-23 17:59수정 2018-12-24 14:33

정치BAR_노지원의 진토닉_세종대왕함 르포
지난 2008년 해군 국제관함식 당시 세종대왕함. 해군 제공
지난 2008년 해군 국제관함식 당시 세종대왕함. 해군 제공

한국 최초의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이 22일 10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한겨레>는 지난 2008년 12월부터 10년 동안 바다를 지켜온 세종대왕함을 찾아 1박2일 동안 함정 곳곳을 둘러봤습니다.

20∼21일 세종대왕함에는 해군 장교 및 장병 280여명이 여느때와 다름 없이 바다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남북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하고, 한-미가 예정됐던 연합훈련을 연기 및 축소하면서 안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실제 안보 현장에서는 장병들이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전투 훈련을 하며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긴급 상황에 대비해 훈련하고 있었습니다.

‘이지스함’이란?
타격 목표를 탐지 및 추적하고 최종적으로 공격하는 과정이 하나로 연결된 ‘이지스(AEGIS) 전투체계’가 탑재된 함정을 말합니다. 이 구축함 한 척으로 적의 항공기는 물론, 함정, 미사일, 잠수함 등을 모두 제압할 수 있어 최신 전략무기로 손꼽힙니다. 한국에는 세종대왕함을 비롯해 율곡이이함, 서애류성룡함 등 모두 이지스함 세 척이 있습니다.

21일 세종대왕함이 진해군항에서 출항하는 모습. 노지원 기자
21일 세종대왕함이 진해군항에서 출항하는 모습. 노지원 기자

20일 오후 3시. 세종대왕함의 머리인 함수와 꼬리 부분인 함미에는 각각 장병들 40여명이 모였습니다. 진해군항에서 출발하는 세종대왕함의 출항 준비를 위해서였습니다. 장병들은 함정과 육지를 이어주는 다리, ‘현문’을 올리고 정해진 위치에 나란히 섰습니다.

취역 10주년을 맞은 세종대왕함 장병들이 지난 20일 임무수행을 위해 출항하며 계류색(하얀 밧줄처럼 생긴 것)을 걷고 있다. 해군 제공
취역 10주년을 맞은 세종대왕함 장병들이 지난 20일 임무수행을 위해 출항하며 계류색(하얀 밧줄처럼 생긴 것)을 걷고 있다. 해군 제공

“전 계류색 걷어!” 명령이 떨어지자, 장병들은 육지에 함정을 단단히 고정시켜주던 ‘계류색’을 풀어냈습니다. “하나! 둘! 하나! 둘!” “영차! 영차!” 장병들은 목장갑을 끼고 물에 젖어 몇 배는 더 무거워진 계류색을 당겼습니다. 함정이 안전하게 항구에서 벗어나기까지는 5∼10분이 걸렸습니다.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의 방패∼” 바다로 향하는 세종대왕함에서는 해군가와 세종대왕함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마스트(선체 중심 갑판에 수직으로 세운 기둥)에는 출항을 알리는 깃발들이 펄럭였습니다. 진해에서 출발한 함정은 이어도를 거쳐 제주 민군복합항으로 향했습니다. 세종대왕함은 길이 165.9m, 너비 21m의 7600t급 이지스함으로 최대 속력은 30노트(시간당 55.5㎞)입니다. 최대 300여명까지 탈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함의 핵심 기능은 ‘스파이-1디(SPY-1D)’ 레이더인데요. 유도탄, 항공기 등 공중에 떠 있는 표적을 360도 전방위에서 최대 1000㎞ 멀리까지 포착할 수 있습니다. 100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 추적해 2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실제 세종대왕함 안 전투지휘실과 함교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스파이-1디 레이더가 비추는 인근 바다 모습이 그대로 띄워져 있었습니다.

세종대왕함의 능력에 대해 해군은 “세종대왕함은 2012년 12월12일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서는 발사체가 분리돼 추락하는 것은 물론 낙하지점까지도 정확하게 추적해 발사 이틀 만에 첫 잔해를 인양했다”며 “지난 2009년 8월25일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궤적을, 발사되는 순간부터 지상 100㎞의 대기권을 벗어난 뒤까지 실시간으로 탐지, 추적에 성공하며 능력을 입증했다”고 설명합니다.

스파이-1디 레이더. 이지스함에는 방패처럼 생긴 스파이-1디 레이더가 함정 네 군데에 장착돼 360도 전방위를 24시간 비추고 있다. 노지원 기자
스파이-1디 레이더. 이지스함에는 방패처럼 생긴 스파이-1디 레이더가 함정 네 군데에 장착돼 360도 전방위를 24시간 비추고 있다. 노지원 기자

“총원, 전투 배치!”

같은 날 오후 4시30분, 전투지휘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투지휘실은 세종대왕함의 ‘두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함장과 전투체계관 등은 이곳에서 스파이-1디 레이더가 비추는 모니터 영상 등 각종 정보를 파악해 교전 등 각종 지시를 내립니다. 장병 280여명은 함정 안 정해진 위치에 모여 지시에 따라 임무를 수행합니다.

전투 훈련은 해상에서 우리 군에 위협이 되는 실체를 발견했다고 가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일단 우리 군에 위협이 되는 물체가 발견되면, 레이더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그 물체가 항공기인지, 함정인지, 잠수함인지, 미사일인지 등을 가려냅니다. 이때 공군이나 합동참모본부와 협의를 거쳐 표적의 크기, 운동성분, 속도 등 정보를 확인합니다. 세종대왕함이 확보한 스파이-1디 레이더 정보와 공군의 위성사진, 정찰기에 누적된 데이터 등을 모으면 표적의 정체를 보다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표적 식별이 끝나고 대상이 적으로 최종 확인되면 우리 미사일에 표적의 위치, 크기 등 정보를 입력해 쏠 준비를 합니다. 모든 교전준비를 마치면 함장의 지시에 따라 실제 전투에 돌입합니다. (물론 절차 연습만 할뿐 실제 미사일을 쏘진 않습니다.) 시나리오별 위급 상황을 가정한 채 실시되는 훈련은 보통 하루 한 차례, 1시간∼1시간30분 동안 이뤄집니다. 실제로 세종대왕함에는 모든 미사일이 장전돼 있다고 전해집니다.

20일 세종대왕함 전투지휘실에서 장병들이 전투배치 훈련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해군 제공
20일 세종대왕함 전투지휘실에서 장병들이 전투배치 훈련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해군 제공
20일 세종대왕함 전투지휘실에서 전탐사들이 함정의 해상기동 위치를 기록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일 세종대왕함 전투지휘실에서 전탐사들이 함정의 해상기동 위치를 기록하고 있다. 해군 제공

전투지휘실이 전체 작전을 지휘하는 두뇌이자 ‘컨트롤타워’라고 한다면, ‘함교’는 지휘실과 소통하며 지시에 따라 함정의 방향을 움직이는 ‘운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조타실인 셈입니다. 함교에서는 표적이 되는 함정의 각종 정보(속력, 위도, 경도 등)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선 한 척, 6마일.” 함교 왼쪽, 오른쪽 날개(윙 브릿지)에는 ‘견시 요원’들이 2명씩 짝을 지어 육안으로 바깥상황을 관찰합니다. 이들은 함정의 눈과 귀가 돼 레이더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긴급상황이나 위협에 24시간 대비합니다. 함정에 다가오는 작은 배들의 경적 소리를 포착하는 것도 이들 견시요원의 몫입니다.

20일 임무 수행 중인 세종대왕함에서 함교 당직사관 오지은 대위를 비롯한 장병들이 전투배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일 임무 수행 중인 세종대왕함에서 함교 당직사관 오지은 대위를 비롯한 장병들이 전투배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일 견시요원이 함교 날개에서 바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노지원 기자
20일 견시요원이 함교 날개에서 바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노지원 기자

세종대왕함은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던 때만 하더라도 한 달 중 20여일, 1년 365일 가운데 300여일을 바다에서 대기해야 했습니다. 한때 세종대왕함은 부사관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함정 1순위로 꼽히곤 했었지만, 북핵 위협이 커지고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기피하는 함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남북관계가 개선 국면에 접어들고, 지난 9월19일 남북 군 당국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해 땅, 하늘, 바다에서의 적대행위를 멈추기로 약속하면서 세종대왕함도 정상적인 교육과 훈련을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세종대왕함은 한 달 가운데 2주는 부산항에서, 2주는 제주항에서 머물며 합동참모본부 등 상부의 지시나 정해진 훈련 계획에 따라 대탄도탄 작전(탄도 미사일에 대비하는 훈련)을 진행합니다. 송상기 부함장(중령)은 “지금도 주기적으로 작전을 하러 나가지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믈론, 함정이 항구에 머무는 동안에도 장병들은 24시간 안에 배가 출항할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춥니다. 이돈귀 기관장(중령)은 “우리는 전쟁이 발생하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일선에 있다”며 “예전에도 그랬지만, 9·19 군사합의서가 발표된 뒤에도 항상 대비태세를 유지한다.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르니 각종 훈련도 그대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종대왕함은 지난 10년 간 강도높은 훈련으로 대비태세를 확립하며 불철주야 우리의 바다를 지켜왔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상황에서도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며 우리 바다를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21일 세종대왕함에서 이구성 함장(대령). 노지원 기자
“세종대왕함은 지난 10년 간 강도높은 훈련으로 대비태세를 확립하며 불철주야 우리의 바다를 지켜왔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상황에서도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며 우리 바다를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21일 세종대왕함에서 이구성 함장(대령). 노지원 기자

20일 오후 7시께, 세종대왕함 함교에서 바라본 모습. 멀리 상선 두 척이 보인다. 세종대왕함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은 해가 진 뒤부터 동이 틀 때까지 1시간 간격으로 야간 순찰 및 보고를 한다. 노지원 기자
20일 오후 7시께, 세종대왕함 함교에서 바라본 모습. 멀리 상선 두 척이 보인다. 세종대왕함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은 해가 진 뒤부터 동이 틀 때까지 1시간 간격으로 야간 순찰 및 보고를 한다. 노지원 기자
21일 해군 P-3 해상초계기 부조종사 한수현 대위가 서해 해상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날 오후 해군의 ‘피-쓰리씨(P-3C)’ 해상초계기는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서해 완충구역 인근을 날은 뒤 성남공항으로 돌아왔다. 해군은 1년 365일 포항과 제주기지 등에서 초계기 평균 5대를 동원해 동해, 서해 상공에서 6시간씩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해군 제공
21일 해군 P-3 해상초계기 부조종사 한수현 대위가 서해 해상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날 오후 해군의 ‘피-쓰리씨(P-3C)’ 해상초계기는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서해 완충구역 인근을 날은 뒤 성남공항으로 돌아왔다. 해군은 1년 365일 포항과 제주기지 등에서 초계기 평균 5대를 동원해 동해, 서해 상공에서 6시간씩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해군 제공

21일 오후 해군 P-3C 해상초계기 내부 모습. 해군은 “남북이 9·19 군사합의서를 체결하고 서해 완충구역(서해 남쪽 덕적도 이북에서 북쪽 초도 이남까지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서해에서 발생 가능한 위협에 대해서는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쓰리씨는 해군이 운용하는 항공기로 전파를 이용해 바다 아래 있는 잠수함을 탐지하고, 항공기에 어뢰 등 무기를 장착해 적의 잠수함을 발견함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무기다. 노지원 기자
21일 오후 해군 P-3C 해상초계기 내부 모습. 해군은 “남북이 9·19 군사합의서를 체결하고 서해 완충구역(서해 남쪽 덕적도 이북에서 북쪽 초도 이남까지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서해에서 발생 가능한 위협에 대해서는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쓰리씨는 해군이 운용하는 항공기로 전파를 이용해 바다 아래 있는 잠수함을 탐지하고, 항공기에 어뢰 등 무기를 장착해 적의 잠수함을 발견함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무기다. 노지원 기자

21일 P-3 해상초계기 승무원이 서해 해상 초계비행 중 완충구역 내에서 경비중인 해군함정과 교신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해군 제공
21일 P-3 해상초계기 승무원이 서해 해상 초계비행 중 완충구역 내에서 경비중인 해군함정과 교신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해군 제공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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