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의원이 이 기사를 ‘홍보용’으로 여길 걸 알면서도 쓴다. 지난해 한 번 겪어봤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본청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속 소위, 이른바 ‘소소위’가 열리는 국회 본청 3층 회의장 앞을 찾았다. △국회법에 근거를 두고 △속기록을 남기며 △취재진에 공개되는 소위원회와 달리 ‘소소위’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기록도 남지 않는다. 예산 심사가 해마다 급하게 이뤄지면서, 중요한 결정은 이 ‘소소위’에서 이뤄진다. 소소위에는 기획재정부 책임자와 예결위 교섭단체 간사가 참여한다. 국회에서 20석을 확보하지 못한 비교섭단체는 이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 무소속은 말할 것도 없다.
당에 소속된 의원들은 예산심사가 시작되면 예결소위 의원들부터 접촉해 “지역구 예산을 늘려달라”거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달라”고 요구하는 데 혈안이 된다. ‘쪽지예산’으로 불리는 행태들이다. 당에 소속된 한 초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소위는 물론 민주평화당, 자유한국당 의원을 다 찾아갔다”며 “다 들어준다고는 답하는데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의원들 민원 다 들어주면 예산이 몇십조가 늘 것”이라고 했다.
이용호 의원은 무소속 초선 의원이다. 국민의당 소속이었으나, 안철수 전 대표 주도로 당이 바른정당과 합칠 때 탈당했다. 전북 남원시, 임실군, 순창군 등 호남을 지역구로 둔 탓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으로 여겨졌다. 같은 호남 초선 손금주(전남 남주시, 화순군) 의원이 이 의원과 정확히 같은 궤적을 밟고 현재 무소속으로 남아있다. 이 의원에게는 지역구 민원을 들어줄 같은 당 예결위 간사가 없다. 예산안 통과를 다른 현안과 연계해 ‘주고 받기’ 협상을 할 당 지도부도 없다. 그야말로 허허벌판이다. 남은 건 각개전투뿐이다.
무소속인 이 의원에게는 이런 개별 읍소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여론전이다. 신문사 기자, 국무총리 비서실 공보비서관, 국회 사무처 홍보기획관 그리고 국민의당 대변인을 지낸 경력은 이런 선택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소소위 심사가 한창인 지난 일요일 국회 본청을 찾은 그는 바닥에 신문을 깔고 앉아 손팻말을 들었다. ‘밀실 예산 나눠 먹기 반대! 힘없고 소외된 지역 예산 배분하라.’ 소소위 인근 현장은 기자들이 몰리는 곳이다. 예결위 간사들의 움직임에 눈과 귀가 쏠린다. 이 의원은 자연히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그리고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또 올렸다. 이 외에도 여럿 올렸다. 이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여기에는 지역구민들의 응원 댓글이 많이 달렸다.
이 의원은 지난해 예산 정국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국민의당 탈당 전, 당 정책위 의장을 맡을 때다. 페이스북에 “이 밤, 순창과 임실의 50년 묵은 숙제를 풀기 위해 기재부와 담판을 벌이고 있다”고 글을 올린 그는 “수고가 많으시다”는 응원 댓글이 달리자 “기재부 담당 국장이 힘들다고 고개를 흔들길래, 제가 그렇다면 예산 합의를 통째로 깨버리겠다고 압박했다”고 댓글을 달았다.
▶관련기사 : 국민의당 이용호, 지역예산 볼모 여야 합의 “통째로 깨버리겠다”
자기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해 원내 지도부 지위를 ‘압박용’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지적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그는 이 비판 기사들을 다시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역구민들에겐 홍보가 된다고 본 것이다.
정책위 의장, 예결위 간사 등 예산 협상의 창구가 되는 이들이 정부 입장에서는 크게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존재인데 그 당사자가 “예산 합의를 통째로 깨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이다. 이들 ‘실세’들은 예산 협상에서 이익을 보는 것으로 평가된다. 예산이 통과되면 해마다 ‘지도부 누가 얼마를 증액시켰다’는 기사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예결위 간사가 되거나 소위에 들어가기 위해 의원들이 기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예산안이 국회에 넘어오기 전, 관심과 감시가 덜한 ‘정부 편성 단계’에서 예산을 짤 때 이들을 미리 ‘배려한다’고 한다. 예결위 경험이 많은 한 관계자는 “(실세가) 교육 재단과 관련돼 있으면 관련 부처에서 미리 당근을 넣어놓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교섭단체 정책위의장에서 한해 사이 무소속이 된 이 의원으로서는 ‘1인 시위’ 외엔 차별화할 수단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산 1인시위’는 사실 이 의원이 원조가 아니다. 2016년 정운천 당시 새누리당 의원도 비슷한 시기 국회에서 1인시위를 했다. 예결위 소위에 본인이 들어가지 못한 데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정 의원의 지역구(전북 전주을)는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남원이 지역구인 이용호 의원과 비슷하다. 당시 정 의원이 1인 시위를 시작하자 지역구 주민들은 정 의원을 응원하며 국회에 항의 방문을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증액심사 호남책임위원’이라는 당내 자체 보직을 만들어 정 의원을 위촉하며 호남 민심을 달랬다. 바른정당을 거쳐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옮긴 정 의원은 올해 예결위는 물론 예결위 소위에 들어갔다!
예결위 소소위 심사는 현재 막바지에 있다. 이용호 의원이 이번 1인 시위로 지역구 예산 확보에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지역구 주민들에게 홍보 효과는 톡톡히 봤다. 이제 남은 궁금증은 하나, 이 의원은 과연 이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릴 것인가?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