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과 그 친인척, 청와대 재직 인사를 사칭한 범죄 사례와 관련한 대통령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최근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 인사 등을 사칭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라”고 특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보고를 받은 뒤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인사의 이름을 대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사기로 생각하고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대표적인 사례로 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등을 사칭한 예를 들었다. 그는 “피해자들은 많게는 4억원을 뜯기는 등 거액을 사기당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제일 이른 발생 시점이 지난해 8월 정도로, 그때만 해도 한두건이었는데 누적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대통령께서 특별 지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이 공개한 주요 사례를 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사이, ㄱ씨(전과 6범)는 지역의 유력자들에게 문 대통령의 명의로 ‘도와주라’는 취지의 가짜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역시 전과 6범인 ㄴ씨는 피해자에게 접근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1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모친을 사면시켜주는 조건으로 임 실장이 3000만원을 요구한다”고 속여 3000만원을 가로챘다. ㄷ씨는 대규모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임 실장이 뒤를 봐준다고 허위선전했다. 한병도 정무수석의 보좌관 출신이라고 사칭한 ㄹ씨는 “대출 수수료 4억원을 주면 13억원을 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4억원을 가로챘고, ㅁ씨는 “싱가포르 자산가가 6조원을 입금했는데 자금 인출 승인을 도와주는 이정도 총무비서관에 대한 접대비·활동비가 필요하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억원을 가로챘다. 청와대는 한병도 수석의 보좌관을 사칭한 ㄹ씨는 한 수석의 고교 후배로서, 정식 비서로 등록된 적은 없지만 한 수석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거를 도운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 등 전과 7범인 ㅂ씨는 청와대 출입증을 위조하고 ‘청와대 공직기강실 선임행정관’을 사칭해 피해자에게서 취업 알선 등의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청와대는 이들 사례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이런 사례에 전혀 개입된 바 없다. 만일 불법 행위 가담이 조금이라도 확인되는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징계 및 수사 의뢰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의 중요 직책에 있는 사람이 사기 행각과 관련돼 있다면 이는 국정 수행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태”라며 “국민께서는 이런 사례를 접하는 경우 청와대 또는 검찰·경찰 등 관련 기관에 즉각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수사기관이 아닌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기 주의보 발령’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런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런 경우도 있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배경이나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해온 과정, 이런 것들을 봤을 때 도저히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취합해 발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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