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가 계층화, 휴식 양극화”를 지적하며 ‘차별 없는 공휴일’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제안했다. 만 18살 선거연령 하향도 제안했지만, 현재 미취학아동을 조기취학시키는 방식으로 ‘고등학교 졸업 뒤 선거권’을 주자는 것이어서 하향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노동시간 단축의 근본 목적은 무엇보다 휴일을 휴일답게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집집마다 걸려있는 달력의 ‘빨간 날’을 정당하게 쉴 수 있는 권리가 우리 사회에 널리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공공기관·대기업 사업장뿐만 아니라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차별 없는 빨간 날로 휴식의 평등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반발해온 자유한국당이 사용자단체가 강하게 반대하는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지만, 김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 어려움을 덜기 위해 정부가 만든 일자리안정자금과 같은 성격의 지원이 필요한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뒤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을 하면 임금이 깎이는 것이 상식이다. 직종 특성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 있게 해달라 것이 업계 요구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힘들지 않도록 관련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달라”며 다른 말을 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관심 사안인 만 18살 선거권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선거연령 하향에 따른 ‘학교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는 취학연령 하향으로 불식해 가도록 할 것”이라며 “조기취학은 18세 유권자가 교복 입고 투표하는 상황도 초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유아 학부모들의 보육 부담을 완화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만 7살인 취학연령을 한 살 낮출 경우 만 18살 이전에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어 ‘교복 투표’ 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곧바로 “하나마나한 제안”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참정권 확대를 정치적 판단 능력 등이 아닌 ‘교복’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설령 이 방안을 내년에 도입하더라도 2032년 총선 때부터 적용 가능한 셈이어서 사실상 선거연령 하향을 하지 않겠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 달 29일 의원연찬회에서 “사회개혁 정당으로서 선거연령 하향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참정권 확대인 선거연령 하향을 학제개편과 연관시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차라리 선거연령 하지 않겠다고 솔직히 말하라”고 따졌다. 이에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2016년 만 18살 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고 밝혔다.
여야 간 최대 현안인 개헌에 대해서는 “핵심은 어떠한 경우에도 권력구조 개편이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분권형 개헌으로 새 미래를 열어야 할 것”이라며 “권력구조 개편 없는 속 빈 강정의 ‘문재인 관제개헌 쇼’는 이제 곧 막을 내리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핵에 대응하자며 전술핵 재배치도 요구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연설 내용의 대부분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난, 의혹 제기 등에 할애했다. 김 원내대표는 “과연 나라다운 나라가 맞느냐고 국민이 다시 묻고 있다. 정치·정책·인사보복으로 만들어낸 ‘두 국민 정치’는 또다시 진영을 나누고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촛불민심에 화답하는 길이 대중독재의 길은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풀이 보복정치는 가히 ‘문재인 사화’(士禍)를 만들어내고 있다. ‘문빠 포퓰리즘’으로 홍위병 정치를 시도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가”, “대통령이 앞장서 반목과 증오를 선동하고 있다”며 격한 어조로 비난했다. 특히 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전례가 드문 현 정권을 향한 ‘정경유착 의혹’까지 제기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이 결정되자 “이 정권 출범 직후부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먹는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 의혹이 어제 현실화됐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당 민주당은 도대체 호반건설과는 무슨 관계에 있느냐? 도대체 무슨 커넥션이 있길래 이런 희한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따졌다.
또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비판하며 사전 배포한 연설 원고에 없는 의혹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적폐청산 수사를 철저히 하겠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640만불은 왜 꿀 먹은 벙어리인가?”,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네이버 협찬기부 40억원 자금세탁 의혹 수사는 엿 바꿔 먹었느냐”고 주장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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