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의원(맨 오른쪽)과 박주선 의원(오른쪽 끝에서 두번째), 이용호 의원(맨 왼쪽)과 김동철 의원(왼쪽 끝에서 두번째)이 지난해 6월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각기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당이 분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5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함께 대구를 찾아 영남 표심을 공략하고, 박지원 의원 등 통합 반대파는 전남 목포에서 창당 결의대회를 한다. 중재파는 오늘도 안 대표의 조기 사퇴를 촉구하며 분당을 막기 위한 마지막 시도를 한다. 각자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대 △호남·디제이(DJ)정신 지키기 △분당 사태 피하기를 ‘명분’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개별 의원들의 셈법과 관계, 성향까지 얽혀 속사정은 더욱 복잡한 양상이다.
반대파 : “민주당과 연정 가능” 몸값 높이기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조배숙 등 호남 의원들이 주축이 된 통합 반대파는 오는 28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연다. 24일 당명을 정했는데 ‘민주평화당(민평당)’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만든 평화민주당을 떠오르게 한다. 오늘 목포에서 열린 민평당 창당 결의대회에 박지원 의원이 인삿말을 했는데 ‘디제이’가 10번 등장했다. 민주당이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도 연상된다. 안철수 대표가 ‘우클릭’을 택하면서 진보 쪽을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자신들이 지키겠다는 것을 피력한 것이다. 민평당 합류 의원 다수는 신당이 선명성을 부각해 국민의당 시절보다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한 의원은 “신당은 촛불혁명을 완성하기 위해선 민주당에 협조할 수 있고 여권의 장관직 제의 등을 통한 연정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신당의 원내대표를 꿈꾸고 있다. 다른 의원은 “안철수 쪽에서는 ‘민주당 2중대’라고 뭐라 하는데 그게 뭐 어떠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호남 단체장 출마를 고려중이다.
일부 호남 의원들은 실제 지난해부터 “촛불혁명 완성에 협조”를 주장해왔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국면에서 민주당에 확실히 협조하자고 한 게 대표적이다. “그 정도 후보면 부결시킬 것은 아니다”, “찬성해줄 것은 해주고 얻을 걸 얻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반면 안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당내에선 ‘반대’라는 해석이 많았다. 당시 김이수 후보자에 찬성한 이들과 반대한 이들은 이번에 통합에 반대하고 찬성하는 이들의 분류와 거의 일치한다. 신당을 만들 경우 ‘안철수’라는 원심력이 없어지는 만큼 이같은 시도를 제대로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통합 반대파 의원들의 설명이다. 단 ‘숫자’라는 변수가 있다. 민평당이 ‘민주당에 협조’ 여부로 존재감을 발휘하려면 민평당을 포함할 경우 범여권 의석수가 국회 본회의 의결 정족수 중 과반 재석(149석)을 넘겨야 한다. 그러려면 민평당에 적어도 20명이 모여야 한다. 현재 17명으로 간당간당하다.
여기엔 의원들의 개별 로드맵도 얽혀 있다. 원내대표나 당권 도전 등을 통해 존재감 상승을 노리는 이들이 당연히 있다. 현재 ‘박정천(박지원·정동영·천정배)’을 대신해 신당의 얼굴을 맡고 있는 조배숙 의원은 최초 여성 검사 출신에 전북 4선인 경력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국민의당 내 국회 부의장 선출 선거에서 박주선 의원에게 패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이번에 민평당 추진위 대표를 맡으며 전보다 존재감이 커졌다. 초선 이용주 의원은 신당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올해 50살로, 호남 중진들에 비해 젊다. 지난 22일 민평당 합류를 공식 선언한 그는 ‘박정천’의 2선 후퇴를 주장했다. 그는 통화에서 “민평당 창당이 완료되면 지도부에 도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호남의 ‘뉴리더’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중재파 : 이들의 속마음은 ‘복잡다단’ 그 자체
중재파 의원들의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 현재 공식적인 중재파는 박주선·김동철·주승용·황주홍·이용호 의원이다.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김동철 의원은 중재파 중 가장 주목을 받는다. 그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그는 호남 의원들 중 상대적으로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원내대표 당선 뒤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안 대표의 방식과 시기에 반대한다. 김 의원은 “지금처럼 추진하는 것은 무리다”라며 “3~4월이 되면 어차피 외부에서 통합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이고 자연히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분류하자면 통합 찬성파에 가까운 것이다.
김 의원 주변에서는 그와 박지원 의원 사이 ‘전사’ 등을 볼 때도 그가 민평당에 가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를 맡아 문재인 대통령의 첫 인사와 예산 국면을 주도하게 됐다. 특히 예산 전쟁에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 물밑작업을 통해 실리를 잘 챙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박 의원과의 관계를 비롯해 당내 잡음이 적잖았다. 기자도 김 의원과 통화를 하며 이를 간접 경험한 적이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문제를 두고 김 의원이 원내대표로서 청와대, 민주당 쪽과 비공개로 만나 논의하면서 “분권형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 나서달라”고 여권에 요구했는데, 박 의원이 페이스북에 “청와대에서 개헌 등 논의를 약속했다”며 먼저 공개해버린 직후의 통화였다. “그 양반은 진짜 이상한 양반이야 정말! 자기가 아직도 민주당 원내대표인줄 알고 있어요! 제발 입 좀 다물고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뭘 알아요? 누구하고 얘길 해봤어요?” 물론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니, 최종 결정은 두고 봐야 안다.
중재파 중 황주홍 의원도 박지원 의원이 지난해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때 자주 싸웠다. “‘원맨쇼’ 그만하십시오!”(황주홍), “야 인마, 너 그만해!”(박지원) 등 의원총회장에서 살벌한 장면이 많았다. 물론 이후 화해했다곤 한다. 여수의 주승용 의원은 중재파 중 통합에 가장 찬성하는 쪽으로 분류된다. 그는 전남도지사를 두고 국민의당 안에서 박지원 의원과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다. 주 의원은 정치 입문 뒤 7번이나 탈당한 경력때문에 이번에 국민의당(안철수 주도 통합신당)에서 탈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고 주변 의원은 전했다. 중재파 중 유일한 초선 의원인 이용호 의원은 전북(남원·임실·순창)이 지역구지만 노선과 성향이 안철수의 중도·보수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찬성과 반대 양 쪽에서 ‘어른’ 격으로 평가된다. 중재파가 단일행동을 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박 의원의 향배에 따라 중재파의 동선도 달라질 수 있을 거란 예상이 나온다. 찬성과 반대파 의원들의 방문으로 국회 본청 3층에 위치한 박 부의장의 방은 요즘 당내 ‘핫플레이스’가 됐다.
노선을 정한 의원들은 중재파를 향해 ‘간을 보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 의원은 “결국 잘 되는 쪽으로 가려고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찬성파 : 민주당 대항 중도·보수 1등 ‘포석’
통합 찬성파의 속내는 비교적 단순하다. “자유한국당을 주변화시키고 2등 정당이 되는 게 목표”라는 안 대표의 통합에 대한 포부에 대략의 내용이 담겨 있다. 자유한국당까지 아우르는 중도·보수대통합에 안 대표는 선을 긋고 있지만 결국 민주당에 대항한 중도·보수 후보로 다음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찬성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는 이태규 의원이다. 한나라당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선 캠프에도 몸 담았던 그는 국민의당에 와서 호남 의원들의 비판과 견제를 받아왔다. 지난해 ‘총선비 리베이트’ 사건으로 안 대표와 다소 멀어졌던 이 의원은 최근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통합이 완성된 뒤 주요 역할을 맡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 재선의 이언주 의원은 이태규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과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통합 완료 뒤 ‘젊은 리더십’을 내세우며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호남 의원들 중에도 통합 찬성파가 있다. 전북 군산의 재선 김관영 의원이 대표적이다. 전북 국민의당 의원 7명 가운데 혼자서 찬성한다. 통합신당이 지방선거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거두고 성공할 경우 그는 호남의 ‘뉴리더’로 발돋움할 수 있다. 만 나이로 아직 40대다. 광주를 지역구로 두면서 통합에 찬성하는 재선 권은희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더 젊다.
찬성파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반대파 중에서도 반대 모임엔 가지만 속으로는 찬성하면서 통합 뒤 원내대표 출마 등 통합의 리더십을 노리는 이들도 있고 찬성파도 마찬가지다”라며 “결국 각자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찬성·중재·반대의 ‘동상3몽’은 어쩌면 국민의당 의원 39명의 ‘동상39몽’일지도 모르겠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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