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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당사 엘리베이터가 5층엔 서지 않은 까닭

등록 2018-01-16 12:16수정 2018-01-16 20:53

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
몸싸움, 욕설, 고성…‘민낯’ 중계된 12일 당무위 경험
15일엔 장소 옮기고 언론 접근 막아…반대파 반발
‘반대파’ 이상돈 의장 대항 ‘대비책’ 논의 안했다지만
당규 곳곳 개정 ‘이상돈 의사봉’ 무력화 근거 마련
15일 국민의당 당무위원회가 열린 당사에서 언론의 접근이 통제되자 취재진이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 입장하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15일 국민의당 당무위원회가 열린 당사에서 언론의 접근이 통제되자 취재진이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 입장하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당은 15일 오후 당무위원회 회의를 열었습니다. 2월4일 열릴 전당대회에 대비해 당규를 새로 만들거나 고치기 위한 자리였는데요. 2·4 전당대회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결정짓는 자리입니다. 반대파는 당연히 반발했습니다. 이미 지난 1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무위에서 몸싸움과 고성, 욕설이 오간 장면 기억하실 겁니다. 안철수 대표가 당무위 모두발언을 하는 와중에 반대파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찬성파 당무위원들과 싸우는 장면이 고스란히 언론에 보도됐는데요. “볼썽사납다”는 반응이 적잖았습니다. 이번 당무위에서도 갈등이 예상됐습니다. 이에 당은 몇 가지 조처를 취했습니다.

먼저 장소를 당사로 옮겼습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5층을 당무위 회의 장소로 잡았는데요. 그런데 정작 5층에는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게 막아뒀습니다. 당무위원들은 6층에서 내려 한차례 문을 빠져나가 계단실로 이동한 뒤 다시 문을 열고 5층에 들어가야 당무위 회의장 앞에 도착할 수 있게 한 건데요. 중간 중간 당직자들이 배치됐습니다. 복잡한 동선 속에 어느정도 통제가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당직자들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언론의 건물 입장도 초반에 통제했습니다. 평소엔 당무위 회의장에서 안철수 대표의 ‘모두발언’을 취재한 뒤 비공개로 회의가 전환되면 퇴장하곤 했는데 이날엔 1층에만 머무르며 입장하는 이들을 스케치해야 했습니다. 일부 기자들은 눈에 띄지 않게 6층에 올라갔다가 공보실의 안내로 다시 내려와야 했습니다. 전처럼 공공장소로 여겨지는 국회 본청에서 했다면 이같은 철저한 통제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15일 국민의당 당무위원회 회의 도중 나와 반발하고 있는 반대파 의원들.
15일 국민의당 당무위원회 회의 도중 나와 반발하고 있는 반대파 의원들.
반대파 의원들은 반발했습니다. 유성엽 의원은 당사에 들어서며 1층에 모여있는 기자들을 보고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언론 통제를 하면서 합당해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경환 의원도 “모두 발언을 공개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안 대표가) 했는데 관행을 또 바꿨다”고 비판했습니다. 접근 불가로, 반대파가 회의장에 들어설 때 모습이나 초반 분위기를 목격하진 못했지만 이번에도 갈등은 지속된 듯 했습니다. 유성엽 의원은 회의 도중 격앙된 모습으로 나와 “당규 개정은 정당법과 당헌에 전면으로 위배된다. 가처분신청 등 조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배숙, 최경환, 장정숙 의원도 의결 직전에 회의장을 빠져나오며 당무위 표결을 ‘보이콧’ 했습니다. 이날 당무위는 재적위원 75명 가운데 41명이 참석해 38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5명은 서면으로 동의했다고 합니다.

이날 의결된 내용 중 눈에 띄는 점은 ‘대표당원 정리’의 구체적 내용을 명문화한 것입니다. 당헌에는 당비를 꾸준히 내지 않은 대표당원에 대해 “권리 중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하위 개념인 당규에는 이를 실행하는 데 구체적 내용이 마련돼있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월 1000원 이상의 당비 납부 의무를 한 번 이상 해태한 자”는 “대표당원 명부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 ‘대표당원 명부’ 관련 규정을 추가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납부를 빼먹었으면 제외하는 겁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안은 대표당원의 과반이 출석해 과반이 찬성해야 의결되는데요. 반대파가 보이콧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과반 출석의 정족수를 채우는 게 찬성파에게는 가장 큰 과제입니다. 개정 당규대로라면 상당수 대표당원은 투표권을 잃게 되고, 성원 충족은 자연히 더욱 용이해 집니다.

15일 국민의당 당무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김철근 대변인.
15일 국민의당 당무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김철근 대변인.
반대파는 반발했습니다. 2년의 임기가 보장된 대표당원에 대해 이번 개정 당규가 적용되는 것은 ‘소급 적용’이라는 것입니다. 반대파는 “대표당원의 권리를 박탈해 정족수 충족을 위한 모수를 줄이려는 꼼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김철근 대변인은 외려 “모수를 훨씬 늘린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개정 당규대로면 대표당원의 상당수가 이번에 정리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에 당무위는 별도 단서 조건을 덧붙였습니다. 꾸준히 당비를 내지 않았더라도 한 번이라도 낸 당원 중에 연락이 닿는 경우엔 투표권을 주겠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모수를 ‘덜 줄이는’ 조처가 추가됐기 때문에 “훨씬 늘린 것”이라는 주장인데요. 반대파에서는 “당비 관련 권리 제한은 강행 규정이 아니어서 그동안 대표당원 지위가 유지돼왔는데 왜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화하겠다는 것이냐”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당규 개정에서 가장 관심사는 이상돈 전당대회 의장에 대한 조처였습니다. 이 의장은 ‘안철수계’로 국회의원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통합에 강하게 반대하며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이상돈 의장은 제대로 된 성원 확인 없이는 투표 개시를 할 수 없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기존의 전당대회에서 성원 여부 확인을 관행적으로 대충 처리했다면 이번에는 꼼꼼히 따지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이 의장의 ‘의사봉’ 행사가 이번 전당대회 표결 성사에 가장 큰 관건이라는 전망이 팽배했습니다.

‘친안계’인 김중로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이번 당무위를 건의하며 “전당대회 의장의 직무 해태와 당헌·당규 위반시, 전당대회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규정 정비”를 논의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무위를 마친 뒤 이 부분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당 관계자들은 밝혔는데요. 김철근 대변인은 “정치와 역사엔 가정이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상돈 의장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할 수 없어” 특별히 방안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안철수 대표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대처할 상황은 아니라고 당내에서 결론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바뀐 당규를 찬찬히 뜯어보면 이날 사실상 대책이 마련된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당무위는 이날 “의사진행 장소 외에 동영상·음성 송수신 장치가 갖춰진 복수의 장소에서 개최할 수 있다“, “의사진행 통일성을 위해 투표 개시와 종료 시각을 기재할 수 있다”, “의결권을 행사한 대표당원은 출석자로 본다”는 당규를 신설했는데요. 성원 확인이 되지 않아도 정해진 투표 개시 시각에 투표를 일단 시작한 뒤, 투표를 마치면 정족수 충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구체적 근거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이상돈 의장이 통상의 전당대회와 같이 의장의 성원 여부 확인 및 안건 상정, 개시 선언 등을 하지 않아도 투표를 시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상돈 건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그의 ‘의사봉’을 무력화할 방안들은 어느정도 마련해놓은 것입니다. 여기에 종료 시각도 설정해, 필리버스터로 투표 개시를 지연시키려는 반대파의 계획에도 방어막을 쳐놨습니다. 이에 대해 반대파에서는 또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15일 국민의당 당사에 붙어있는 ‘옛’ 사진. 제목은 “같은 곳을 바라보다”.
15일 국민의당 당사에 붙어있는 ‘옛’ 사진. 제목은 “같은 곳을 바라보다”.
안철수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안 대표에게 “이번에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은 정치 인생을 걸고 막는 것이다. 잘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가 “저도 마찬가진데요?”라는 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만큼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절실한 상황이며 대선때보다도 절박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측근들의 조언에 따라 안 대표는 반대파 김종회 의원의 전북 김제 자택을 찾아가는 등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통합 완수’라는 결과가 그에게 얼마나 절박한지, 이를 위해 실제 얼마나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그 ‘과정’ 또한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유권자들이 적잖다는 점입니다.

글·사진/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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