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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감사’ 수박 겉핥기였다

등록 2017-10-13 10:11수정 2017-10-13 17:01

정치BAR_노지원의 진토닉_2017년 국정감사
여야 의원, 채용의혹 명단 알고도 묻은 국무조정실 질타
강원랜드 관계자 “수박 겉핥기식이었다” 녹취록 공개
부실 감찰한 당시 국조실 공무원은 국장으로 ‘승승장구’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국회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국회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조정실 및 국무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서 ‘강원랜드 채용 비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다수의 국회의원은 <한겨레>가 지난달 11일 보도한 2012∼2013년 강원랜드의 대대적인 부정채용(▶[단독] 강원랜드 합격자 518명 중 493명 ‘빽’ 있었다)과 관련한 질의를 종일 이어 나갔습니다. 국무조정실이 4년 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실을 인지하고도 미온적인 대처를 했다는 질책이었습니다. 이는 지난달 25일 <한겨레>가 지적했던 내용(▶[단독] 국무조정실, 2013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알고도 수수방관)이기도 합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 3명 이상이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상욱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상욱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이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에게 물었습니다.

지 의원: (국무조정실이 강원랜드의 채용비위를 인지한) 2013년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어느 선까지 보고했습니까?

홍 실장: “(당시에 없었지만) 위까지 보고가 됐다고 봐야 합니다.

지 의원: 총리실이 (비리 사실을 알고도) 이상하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청탁자가 발생했는데 덮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강원랜드의) ‘앞으로 잘하겠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통상적이지 않습니다.

홍 실장: (특혜채용 의혹이 있는) 69명은 민간인이고 혐의 없는 부분도 있어서… (중략) 69명에 대해서 조치 없었던 건 명백한 잘못입니다. 시스템 보완하겠습니다.

지 의원: 그건 당연한 거죠. 총리실에 감찰에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내부 감찰 하십시오. 누가 개입했고 은폐했고 축소했는지 밝히세요.

홍 실장: 짚어보겠다.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강원랜드 부정채용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권아무개씨의 증언까지 들고나와 국무조정실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김 의원: 어제 정부에서 공공기관 채용 비리 관련해 특별점검회의를 해서 재발 방지를 논의했습니다. 채용비리는 반사회적 범죄입니다. 518명 가운데 493명이 채용비리에 연루돼 국민 공분이 일어나는데 국무조정실은 69명 특혜 의혹 명단을 입수하고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홍 실장: 69명 명단은 다 채용비리자가 아니고 (지역 인사와) 친인척 관계인 직원 명단입니다. 국무조정실이 몇 명 점검해보니 전혀 비리가 없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김 의원: 대부분 민간인이고 혐의 없었다고 하는데, 민간인도 (채용비리를 저지르면) 업무방해죄 공범이 될 수 있습니다. (명단에는) 현직 공직자도 있었습니다. 직권남용죄에 해당합니다. 국조실의 부실 감찰이 맞죠. 지금 공개할 녹취는 2013년 당시 강원랜드 권 아무개 인사팀장의 증언입니다.

2013년 당시 인사팀장 권아무개씨

(국무조정실 감찰 당시) 확인서를 썼어요. 친한 사람들이 청탁을 해서 좀 힘들었다, 이런 거를 (국무조정실이) 확인을 받고 갔어요.

(국무조정실이 보기에) 긴가민가 한 거 같고, 긴가민가한데 조사하자니 너무 클 거 같고, 그냥 대충 넘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무조정실이 감찰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하고 갔어요.

의원들이 호되게 지적한 국무조정실이 4년 전 넘긴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2012∼2013년 공기업 강원랜드는 카지노 영업장 확대를 위해 1·2차에 걸쳐 모두 518명을 채용했습니다. 이 가운데 95%인 493명이 청탁 등 부정한 방식으로 합격했습니다. 물론 채용 당시에는 이러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부에서 뭔가 냄새를 맡은 걸까요? 당시 국무조정실은 강원랜드 채용비리가 이뤄진 직후인 2013년 6월 강원랜드에 현장 감찰을 나갑니다. 감찰은 공직복무관리관실이 담당했는데요. 이 부서는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위해서 공직자, 공기업 직원들이 비위를 저지르지는 않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감찰을 통해 2012년 말부터 2013년 초에 걸쳐 발생한 493명의 대대적인 채용비리를 밝혀내진 못했습니다만, 성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현장에 파견된 감찰단은 명단 하나를 입수했습니다. 강원랜드 직원 69명의 이름이 적힌 문서였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이 문서에 ‘강원랜드 특혜채용 의혹사례 명단’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감찰의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012년 1월, 11월 직원 5명이 부정청탁으로 채용됐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2013년 7월 이 같은 내용을 강원랜드를 관리·감독하는 부처인 산업부에 ‘비위자료’라는 이름의 공문을 통해 전달합니다. 이 공문에는 △강원랜드 직원 5명의 구체적인 부정채용 사실이 적시됐고 △국무조정실이 특혜채용이 의심된다고 밝힌 강원랜드 직원 69명의 이름이 적힌 명단이 첨부됐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산업부를 통해 강원랜드에 직원 채용실태를 종합 점검하고 공정한 채용제도를 수립·운영, 인사담당자를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강원랜드는 한 달 만인 2013년 8월 ‘결과물’을 내놨습니다. 인사팀장을 인사 조처하고, 채용제도를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부정 채용 직원 5명에 대한 조치나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직원 69명에 대한 조사와 같은 내용은 빠졌습니다. 자신이 가진 ‘연줄’을 이용해 특혜 채용된 5명이 원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았는데도 정부가 이러한 부정을 눈감은 겁니다.

국무조정실의 ‘직무유기’는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일단 강원랜드 관리·감독 기관인 산업부가 강원랜드가 낸 부실한 ‘개선안’을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조치를 요구한 국무조정실도 부실한 보고서에 대해 함구했습니다. 2013년 당시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 기획총괄과장을 맡은 민아무개 과장은 특혜가 의심되는 명단까지 입수하고도 강원랜드의 부실한 조치를 왜 보고만 있었냐는 <한겨레>의 질문에 “업무에 도움이 될까 해 선의로 (자료를) 보냈는데 왜 끝까지 안 챙겼느냐고 하면 난처하다. 국조실은 물론 직속 감독기관인 산업부도 강원랜드에 감사를 지시하지는 않는다”는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민 과장은 현재 공직복무관리관을 책임지는 국장으로, 4년 전 부실 감찰을 했던 해당 부서의 최고책임자가 됐습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12일 국정감사에서 “총리실과 산업부 등이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인지하고도 조치사항 이행 여부 등을 사후 관리 없이 방치해 채용비리가 몇 년째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국무조정실 ‘내부 감찰’을 요구했습니다. 과연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발생한 과오를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이낙연 국무총리.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낙연 국무총리.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기대를 걸어봅니다. 이 총리는 지난달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원랜드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선발한 신입사원 518명 가운데 무려 95%인 493명이 청탁자와 연계된 것으로 보도됐다. 청년들께서 공정할 것이라고 믿으며 취직하고 싶어 하시는 공공기관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채용비리가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규모로, 관행처럼 자행된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의 국정과제로 설정한 문재인정부가 이러한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국민들께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도 가지시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은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한 사법절차를 이행해, 모든 불법이 빠짐없이 응징 받도록 해주시기 바란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문제된 공공기관을 행정적으로 제재하면서, 공공기관 채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을 조속히 수립해 보고해 주기 바란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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