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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언니20회_반기문의 ‘구직 활동’ 성공할까

등록 2016-05-29 16:02수정 2016-06-21 11:04

정치BAR_그의 권력의지 깨우는 친박의 그림자
한겨레 정치전문사이트 ‘정치BAR’의 오디오 팟캐스트 <언니가 보고 있다>에서는 ‘반기문 대망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직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한겨레> 정치팀의 김의겸 선임기자, 그리고 외교 분야에서 반기문을 오랫동안 취재한 이제훈 통일팀장이 출연해 ‘반기문 대망론’의 실체를 파헤쳤습니다. 27일부터 방송된 <언니가 보고 있다_20회_반기문의 ‘구직활동’ 성공할까>편을 간추려 싣습니다. 오디오로 들으려면 팟캐스트 서비스 업체(팟빵, 아이튠즈)에서 ‘언니’를 검색하시면 됩니다.

[언니가 보고있다 #20_반기문의 ‘구직 활동’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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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과 친박의 조급함이 그를 빨리 불러냈다

이유주현 : 안녕하세요. <언니가 보고 있다> 스무번째 시간입니다. 처음에 시작할때는 다섯 달을 넘길지 몰랐는데 벌써 스무번째네요. 오늘 나온 분들 소개합니다. 공동 진행자 김남일 기자입니다.

김남일 : 스무번째 나왔습니다.

이유주현 : 특별한 두 분 모셨습니다. 한 분은 정치부 외교통일팀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제훈 박사님입니다.

이제훈 : 네, 한겨레에서 통일팀장 맡고 있는 이제훈입니다. 처음 나온 건데요, 서툴러도 이해해주세요.

이유주현: 정치팀에서 ‘우충좌돌’ 칼럼 쓰고 있는 김의겸 선임기자 모셨습니다.

김의겸 : 네, 학사 출신 선임기자입니다.

이유주현: 이제훈 기자는 외교부와 통일부를 얼마나 취재하신 거죠?

이제훈 : 1998년부터 했으니까 18년인데 중간에서 몇년 빼면 십몇년 정도 됩니다.

이유주현 : 이제훈 기자는 진짜 박사잖아요.

이제훈 : 네, 그렇긴 한데 세상에 박사 많아서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웃음)

이유주현 : 김의겸 선임기자는 27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한겨레 누리집 피시와 누리집 통해 12만명이 봤다는 칼럼, ‘우리가 모르는 반기문’을 썼습니다.

김의겸 : 저는 반기문 잘 모르는데요.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듣고 써봤습니다.

이유주현 : 오늘 모신 이유는 요즘 언론 달구는 인물 반기문 다뤄보기 위해서입니다. 반 총장이 25일 방한 첫 행사로 서귀포 관훈클럽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오자마자 신문 1면을 장식했어요. ‘화려한 출정식’이라고 봐야 할까요? 워딩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5월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포럼 행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5월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포럼 행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의겸 : 저는 정치적으로 봤는데요. 반 총장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까지 급하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1월1일 한국에 돌아와서 한국 시민으로서…”. 날짜까지 못박았어요. 그걸 보면 반 총장으로서는 대선 후보 되려는 마음이 굴뚝 같은 것 같은데 천천히 가는 게 좋죠. 주변에서는 12월31일 이후에 각국 이임인사 돌아다닌 뒤에 내년 3~4월쯤 귀국해서 뛰어들라고 조언 많았다고 해요. 그게 반 총장에게도 좋아요. 바로 돌아오면 경착륙이거든요. 집중 화살 받게 되고. 날짜까지 못박고 대선 도전 선언한 건 그만큼 누군가 급한 사람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이죠. 낮에 새누리당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발표됐습니다. 검사 출신 동국대 총장이죠. 이런 분으로는 새누리당 못 살립니다. 뭔가 강력한 대선주자를 앞세워서 원심력이 작용하는 집권세력을 하나로 묶어세워야 하는 절박성이 친박은 있는 거죠. 거기에 반이 부응한 겁니다. 모양도 절묘하잖아요.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로 떠난 직후에. 없는 가운데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박 대통령과 친박 세력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얘기입니다. 그쪽에서 더 반 총장을 필요로 한다, 이걸 보여준 게 어제 반 총장의 말이라고 봅니다.

이유주현 : 비판적 시각도 있던데요. 국제기구 수장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게 맞냐.

이제훈 : 유엔 규정에 따르면 논란이 될 부분이 많죠. 유엔 헌장에 유엔이라는 게 ‘여러나라 정부들 사이의 조정자’로 스스로 그렇게 규정하고 있어요.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최고 행정직원입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공무원으로서 행실을 하라고 유엔 헌장 100조에 규정돼 있어요. 이런 헌장이 추상적이니까 유엔은 창설 바로 다음 날에 결의를 채택했는데요. 헌장에 나와있지 않은 총장의 임기와 보수를 정했어요. 거기에 보면 사무총장이란 자리가 독특해요. 재임기간 동안 모든 나라의 리더와 정부와 내밀한 정보를 공유해요. 중재도 해야 하고 그러니까. 그래서 총장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퇴임 직후에, 몇 개월이라고 명시는 안 돼있는데, 그 동안에는 회원국 정부도 직을 맡기면 안 된다고 돼있고 본인도 삼가야 한다, ‘should’라고 돼있어요. 그런 걸 비춰보면 특정 정부의 이해를 담당하는 사람이 되면 다른 나라 정부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게 결의안에 표현이 돼있거든요. 어제 발언은 한국 대선에 대해서 외교관으로서는 매우 직선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오늘 아침 신문에 단 한곳도 예외없이 대선 출마 시사로 해석했잖아요. 앞으로 7개월이나 남았고 반 총장의 행보를 해석하는 게 국·내외에 많이 나올 거고 반 총장이 총장직 수행에 부담이 될 것이고 그건 반 총장이 한국인이라 한국외교에도 부담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유주현 : 어제 반 총장이 “외신 보기도 바쁘다, 한국 소식 브리핑 받는 거 전혀 없다”고 했는데 ‘우리가 몰랐던 반기문’ 김의겸 기자의 기사를 보면 좀 다른 것 같아요.

김의겸 : 네. 반 총장이 새벽 4시반이면 항상 일어난다고 합니다. 수십년 습관이고 장욱진 비서, 우리 외교관 출신인데 제일 먼저 전날 보도된 내용 스크랩해서 가져다주는데 그 내용이 각국 분쟁이나 유엔 내용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 동향 특히 그 중에서도 반기문 총장과 관련된, 대선후보로서 반기문을 보도하고 있는데 그 보도 내용이 언론 스크랩 제일 윗 순서로 올라가 있다고 합니다. 또 반 총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사람이 김원수 사무차장입니다. 사무차장이 유엔에 10명쯤 있습니다. 대통령 밑에 장관쯤 되는 격인데 각 영역이 있어요. 김원수 사무차장은 군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10명 사무차장 중에 서열이 높은 자리입니다. 김원수 차장이 군축 담당하는 부서내에 여러 나라에서 온 유엔 직원 여럿 데리고 있는데 그중에 한국인 출신 부국장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개인적 미션을 줘서 반기문 사무총장 관련 한국의 정치 동향을 스크린해서 보고하는 걸 맡아라고 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사람은 외교관도 아니고 개별적으로 유엔 직원으로 들어간 사람인데 이 사람의 아버지가 외교관 출신이라고 합니다. 군축 부서 담당 직원이 엉뚱한 일이어서 다른 나라에서 온 유엔 직원들이 안 좋게 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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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의 유엔? 떠오르는 게 없어

이유주현 : 한국 언론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외국 언론에서는 반 총장 혹평 잇따르고 있습니다. 반 총장 쪽에서는 서양 언론들의 아시아 총장에 대한 견제나 질시라고 하는데.

이제훈 : 아시아 출신 총장이 여럿 있었죠. 그런데 반 총장이 총장이 될 때부터 갖고 있는 구조적 핸디캡이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대표적인 친미국가의 직업 외교관 출신이 사무총장이 됐다는 것 자체가 유엔 사무총장의 직을 수행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걸 넘어서야 하는데 그걸 못 넘어서요. 어제 반 총장이 성과를 많이 얘기했고 그 일을 다 했을 거에요.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국제사회에서는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이 있습니다. 예컨대 시리아 문제라든가. 시리아 문제에서는 러시아와 미국이 정면충돌하고 있잖아요. 그런 뜨거운 외교 현안에서 유엔 사무총장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큰 거죠. 아니면 인권이나 이런 부분에서 ‘반기문 총장’ 하면 인권이나 소수자가 생각난다든가, 프란치스코 교황 생각하면 소수자가 자동 연상되잖아요. ‘반기문 총장’하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인 총장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어요. 코피 아난의 경우 인권 문제에 대해 유엔의 구실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데 반 총장은 주메뉴가 없어요. 반기문 총장이 이끈 9년은 떠오르는 게 없어요.

이유주현 : 외교부 출입하면서 만난, 대한민국 외교관으로서 반기문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제훈 : 별명이 ‘기름 바른 장어’라고 하는데 그건 빈정거리는 것만은 아니에요. 외교관은 말이 전부입니다. 토씨까지도 고려하죠. 상대적으로 실언하는 경우가 적습니다. 그런데 반 총장은 그 중에서도 실언을 하지 않는 쪽이에요. 덫을 놔도 걸리는 경우가 없어요. 능수능란하죠. 단련된 외교관입니다. 또 하나는 엄청난 워크홀릭입니다. 이게 아마 사무국에서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한국식 일벌레인데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쉴 때 쉬어야 하는데 말이죠. 반 총장이 노무현 정부 때 장관을 했는데 해외순방 마치면 밤새 비행기를 타고 옵니다. 새벽에 도착해서 외교부로 와요. 그리고 수백페이지 외교 문서를 읽고 와서 회의를 막 합니다.

김의겸 : 한국에서 하듯이 유엔에서도 똑같이 하는 것 같아요. 역대 가장 많이 회의를 하는 총장이라고 하네요. 코피 아난의 경우 아프리카 부족장 출신이어서 여유가 있는가 봐요. 어느 나라를 가면 하루이틀 먼저 가서 푹 쉰다고 하고 와서도 푹 쉬고. 헐렁한 편이죠. 회의도 자주 안 하고. 반 총장은 그런 것 전혀 없이 한국에서 하는 식으로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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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발탁 전 별명은 ‘반 차관’

이유주현 : 외교관으로 반 총장은 쭉 잘나갔던 건가요?

이제훈 : 비교적 잘 나갔죠. 반기문 총장이 노무현 정부 들어서 외교부 장관을 했는데 그 직전의 별명이 ‘반 차관’이었어요. 90년대 중반부터 차관급 공무원을 엄청 오래합니다. 뒤집어서 말하면 카리스마가 강하지 않고 튀지 않으나 실무적인 능력은 뛰어나다는 거죠. 한국외교가 만들어낼 수 있는 우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강한 칼라와 카리스마가 느껴지진 않는다고 할 수 있죠.

반기문 외통부장관이 2004년 6월23일 오전 국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고 김선일씨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반기문 외통부장관이 2004년 6월23일 오전 국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고 김선일씨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이유주현 : 외교부 장관이 된 뒤 유엔 사무총장이 되지 못할 뻔 했잖아요

이제훈 : 반기문 총장이 2006년 11월까지 외교부 장관했죠. 잘린 게 아니고 사무총장이 돼서 내려놓고 간 건데. 천신만고 끝에 장관되자마자 사표내야 할 뻔 했어요. 김선일씨 참수 사건, 그게 반 총장이 장관된 지 5달 조금 못 됐을 때의 일이에요. 통상 그런 일이 벌어지면 장관이 사표를 내게 되고 당시에도 언론에서도 물러나라는 그런 기사가 좀 났어요. 반 총장은 장관이 된 지 5달도 안됐는데 얼마나 아쉽겠어요. 주변에 물어본 거죠. 그 중에 고참 기자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표를 내라. 그러면 반려할 거다. 왜냐. 노 대통령 스타일에 비춰보면 이런 사건을 외교부 장관 책임이라고 묻지 않을 거다. 반려하면 사퇴론은 잦아든다”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사표가 반려됐어요. 반 총장의 리더십의 특징 중 하나죠. 고독하게 결정하지 않고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는 무난한 스타일.

이유주현 : 지금도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겠네요?

이제훈: 그렇죠. 반 총장은 1970년 2월에 외무고시 3기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2006년 11월에 유엔 사무총장이 되죠. 50년 가까이 외교관으로 지냈어요. 다른 커리어가 없죠. 지금 언론이나 대선과 관련해서 언급되는 측근 그룹이라는 게 대부분 외교부와 관계된 외교관 그룹입니다. 언론과의 관계도 원만합니다. 생긴 건 범생이처럼 생겼는데 엄청 웃겨요. 실제로 굉장히 입담이 좋아서 반 총장이 앉아있는 테이블은 끊임없이 웃어요. 끊임 없이 낮은 목소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합니다.

김의겸 : 반 총장은 박학다식합니다. 단조롭지 않고 이것저것 소재를 끌어다 얘기해줘. 기자 입장에서는 재밌기는 한데 아무런 ‘꺼리’가 안돼요. 저도 청와대 출입할 때 반 총장과 인연이 좀 있는데, 정상회담 뒤 반 총장이 외교안보수석이나 장관으로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해주는데 즐거운 분위기로 하는데, 저는 긴장된 상태에서 30분 계속 받아쳐요. 근데 끝나고 나서 곱씹어보면 한줄도 기사가 안되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계신 분입니다.

김남일 : 반 총장이 외교관 시절에 디제이 외교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제훈 : 문제삼으려면 삼을 수도 있겠죠. 굉장히 비판적으로 보는 분들은 당시 반기문 참사관이 미국에서 김대중 감시역이 아니었나 하는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외교관들은 직을 수행하면 2년 정도 해외연수를 해요. 여러 언어도 배워야 하고. 반 총장은 그 당시엔 미국 연수를 했죠. 외무부 반기문 참사관이 연수를 했는데 반 참사관이 공부를 배운 학교의 지도교수가 김대중 구명운동 서명을 주도한 분이에요. 알게 된 거죠. 연수생 신분이지만 현직 외교관이니 본부에 보고했습니다. 중요한 정보니까 대책을 세우고 한 거죠. 그게 외교문서로 공개가 됐습니다. 뒤집어서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음모론적으로 생각하면 어떤 분이 반기문 총장을 대선에 못나오게 하려고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그 문건 자체가 휘발성 없다고 봤겠죠.

김의겸 : 고춧가루라기보다는 야당 쪽으로 못가게 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요. 반반에서 가르마를 타주는.(웃음)

이제훈 : 맥락상 김대중 담당은 아니었던 거고 그게 적절했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의겸 : 혈기 넘치는 그런 사람을 요구한다면 그럴 수 있는데 평범한 공무원이라면 자기가 알게 된 사항을 보고하는 게 정상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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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오른 ‘세계 대통령’…‘대한민국 대통령’까지는 첩첩산중

이유주현 : 외교관으로서 반기문은 기름장어 반기문인데, 정치인으로서 반기문은 어떨가요? 정치에 걸맞은 모험심이 있을까요?

이제훈 : 반기문 총장이 외교관으로서의 견해, 비전은 국제 현안에 대한 것 말고는 발언할 기회 거의 없고 검증된 적도 없어요. 그런데 대통령은 외교만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대통령 선거는 매우 강력한 권력의지와 결단력과 모험심이 필요한데. 전두환이면 아무것도 아닌 그런 수준의 인생을 거는 도박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적으로 직업 관료로 단련된 분들은 그런 결단을 잘 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반 총장은 한국 외교관 중에서 유능하나 무난한, 칼라가 강하지 않은 걸로 유명하죠. 그런 점을 보면 당사자의 의지와 바람과 무관하게 실제로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은 극복해야 할 게 많고 극복될지는 모르겠어요.

2006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정자를 청와대로 불러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006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정자를 청와대로 불러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의겸 : 반 총장이 사무총장까지 올라가기 과정을 보면 우연적 요소가 많았어요. 본인이 그걸 돌파한 힘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얼마 전 나온 최광웅 인사비서관이 낸 책에서 세 번의 우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그래요. 한물간 외교관, 유엔 총회 의장 비서실장이라는 사실상 보직 해임된 자리였는데 노무현 정부 들어서 충북 출신인 인척 관계가 한 다리 건너서 되는 유인태 수석의 발탁 그리고 윤영관 장관의 낙마로 장관이 되고 홍석현의 낙마로 사무총장이 되는 여러 과정 보면 스스로 만들어낸 게 아니고 그런 상황과 조류에 얹혀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데 내년 1월1일…. 당장 들리는 얘기가 1남2녀인데 아들이 군대를 안갔다고 해요. 병역 면제. 딸 하나가 유니세프 직원이라고 그래요. 그런 여러 문제가 들리는데 그런 문제에 부딪혔을 때 얼마나 견뎌낼지 저도 의문입니다.

이유주현 : 친박과 박근혜 대통령은 반기문을 선택한 건 맞죠?

김남일 : 약간씩 결은 달라요. 반 총장이 여당 대선주자로 나오겠다고 했을 때 추대는 안되는 거고 경선은 해야 하고. 마땅한 대선 주자 기근 상태이긴 한데. 누구든지 나와서 경선 치러야 하고 여러 검증이나 돌발 변수에 과연 얼마나 슬기롭고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지. 그건 당내에서도 친박계나 충청인사도 반 총장은 축 처진 당의 흥행요소로 환영하는데 다만 경선은 거쳐야 한다고 하고. 내년에 했으면 됐을 대선 출마 선언을 지금 하면서 당장 언론들도 ‘지금 미국에 경찰기자 보내서 술집 뒤져야 하나?’ 이런 얘기 나올 정도거든요. 이런 경우에 나오는 수많은 얘기들을 반 총장이 대응할 수 있나…. 청와대나 친박이나 권력을 자기들이 가져가고 싶은데 그 과정에서 불쏘시개나 흥행카드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대놓고 말은 못해도. 반 총장 입장에서는 친박계가 세게 뛰어서 그런데 친박계 후보로 나오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내년 대선은 박통과 친박의 심판 선거가 될 텐데 친박의 대표주자로 인식되는 게 결코 좋지 않을 텐데요. 어중간한 적절한 선에서 경선 과정에서 드롭도 가능하고 그렇게 손을 털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의겸 :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시점 같아요. 대통령과 친박은 다급한 상황이고 반 총장도 알아요. 총선 참패 뒤라 얹혀가는 게 도움 안 된다는 것. 그런데도 얹혀가는 것 보면 ‘안철수 효과’ 감안한 것 아닐까. 4년 전 바람 불었던 안철수 후보가 조직이 없어서 결국 낙마했으니까. 그렇다면 비슷한 국민적 지지가 있다 해도 자기 조직이 없는 반 총장은 친박이 필요한 거죠. 여러 가지 시나리오 나오잖아요. 중간지대에 먼저 반 총장이 자기가 세력을 구축한 뒤에 친박을 끌어들인다는 등 그러나 비현실적인 얘기죠. 주변에서 조언을 해줄 텐데, 조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당신이 친박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그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보고 조언하는 게 아닌가.

김남일 : 권력의지를 드러내는 순간 비판이 나오잖아요. 당장 오늘 기사 반응 보면 ‘그럴 줄 알았다’는 것. 정의화 국회의장도 어제 캠프처럼 얘기하니까 바로 ‘그럴 줄 알았다’ 거든요. 앞으로 반 총장에 대한 지지도 조사가 계속 될텐데 앞으로 상수로 놓고 할 텐데, 그럴 때 지지율 등락 보일 것이고 지지율 떨어질 경우 어떻게 대응할 건지. 여러 상황에서 1년 넘게 끌어갈 이 레이스에서 반 총장이 어떤 세력을 가지고 어디서 뭘 할 수 있을지, 참 재밌네요.

이유주현 : 72살 반 총장이 정치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오늘 이야기 듣고 궁금함이 풀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리/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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