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다
1월25일 서울 홍대앞 미디어카페 후에서는 정치BAR의 2번째 피티쑈가 열렸다. 이번 피티쑈의 주인공은 청년이었다. 주제는 ‘청춘아, 정치하자’.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모인 청년유니온의 김민수 위원장,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 지역 재생과 공동체 복원에 힘쓰는 성북신나의 오창민 사무국장이 ‘피티 청년’으로 나섰고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청년의 마음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80여명의 청중들은 그들의 피티에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나눴다. 다음은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의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제목의 피티 전문.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양화로 미디어카페 '후'에서 정치바 두번째 피티쑈 <청춘아, 정치하자>가 열리고 있다. 두번째 연사로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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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래도 ‘독서실 원룸’에서의 삶
그래서 오늘 준비를 하다가 ‘아, 왜 이렇게 살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스스로를 좁은 공간에 내 마음마저도 가둬두는 건 아닐까, 더 충분히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게 우리 사회가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제가 생각보다 말이 되게 많거든요. 근데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생각보다 말씀이 별로 없으시네요” 혹은 “낯을 좀 가리시네요” 이런 말을 많이 들어요. 근데 사실 저는 “어디서 일하세요?”라는 질문이 사실 요즘 너무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특히 이제 제 또래의 청년들을 만날 때 “요즘 뭐하고 지내냐”라는 질문이 굉장히 주저하게 되고 혹은 그것이 그 친구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게 되지 않을까. “어, 나 요즘 취업 준비해” 혹은 “놀고 있어”라는 대답을 저도 듣기가 굉장히 힘겹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사세요?”라는 말도 사실 그리 편한 질문은 아닙니다. 그만큼 청년들이 처한 위기라고 하는 것들이 우리에게는 보편적이지만 반드시 벗어나야 되는 그 이중의 상황 속에서 더욱더 사회는 각박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한 개인에게 어떻게 사냐고 묻기 전에 우리는 어떻게 사는지 좀 사회에게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36.5. 이 숫자가 뭘 의미하는 것 같으세요? 36.5도를 잘못 쓴 건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실 텐데요. 서울에 독립해 있는 청년들의 주거빈곤율입니다. 어, 주거빈곤이라고 한다면 최저주거기준 미달이거나 반지하나 옥탑방 또는 고시원이 아닌 곳에 사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서울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빈곤율이 생각보다 많죠. 혹은 적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보통 주거빈곤율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느낌이 반지하나 굉장히 좁고 으슥한 곳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실겁니다. 바로 이런 집이거나, 혹은 이런 집이거나. 그런데 이런 집은 또 좀 아닌거 같죠? 저 위에 있는 오른쪽 상단에 있는 집은 저희 조합원의 집인데 겉은 굉장히 멀쩡해보이고 무려 1000에 55만원인 성동구 사근동에 있는 집입니다. 그런데 저 집은 사실 주거빈곤입니다. 왜냐하면 저 집은 독서실로 등록이 돼있지만 임대인이 주택으로 임대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임대인들이 독서실이나 학원 등으로 등록을 하고 원룸 임대업을 합니다. 그 이유는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일정부분의 주차장을 필수로 지어야 하는데요. 대학생이나 청년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너무나 아까운 땅이죠. 어차피 차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올 텐데, 그곳에 주차장을 짓느니 원룸을 짓는다면 훨씬 더 많은 월세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식으로 청년들은 굉장히 겉은 멀쩡해보이지만 법과 제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곳으로 그렇게 움츠려서 들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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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고시원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는 50대 공무원의 회상
사실 전 독립하면 이런 공간이 제 집이 될 줄 알았습니다. 일정 부분 모노톤의 가구로 통일하는 것. 많은 분들이 웃으시는데요. 보통 독립을 생각하면은 빨간 쇼파가 있고, 동그란 베이지색의 러그가 있고, 대체로 화이트톤의 가구를 생각을 하지만 사실 자취를 한번쯤 해보신 분들은 중고센터에서 대충 있거나 혹은 옵션이 이미 설치된 곳에 체리색 가구들을 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겠죠? 사실 저는 왜 그런 걸 당연하게 여기게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년이라서? 사지가 멀쩡해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해도 되니까? 제가 최근에 어떤 한 50대 공무원분을 만났습니다. 굉장히 젠틀하시고 좀 존경할 만한 어른의 인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분과 청년주거 정책에 대해서 토론을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아무리 그래도 사실 나는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20대 때 고시원에서 살았던 시절이다.” 여기 계신 많은 청년분들이 코웃음을 치시고 계시는데요. 저는 근데 그 분의 마음을 알 것 같긴 합니다. 지방에서 대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살아서 자기 방 하나 갖지 못한 한 청년이 공부를 잘해서 서울로 오고, 고시원에서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공부를 해서 당당하게 행정고시 합격을 해서 지금은 아주 좋은 공무원이 된 그에게 20대의 고시원이라고 하는 건 내 꿈을 키워주는 공간이었고, 그리고 나만의 독립적인 첫번째 공간이었겠죠. 그 분이 그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건 지금이 그나마 행복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청년이 마주한 현실은 지금의 고시원이 그 다음해에도 그 다다음 해에도, 그리고 내가 아이를 낳아서도 그와 비슷한 환경에 계속 처지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는 바로 열악한 주거환경의 전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은 언론에서 새해마다 청년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에 한겨레에서도 청년특집으로 많이 기사가 났고, 또 경향신문도 마찬가지고 조선, 중앙, 동아일보 할 것 없이 청년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 대체 청년 문제가 뭘까?‘ 이런 생각들을 또 많이 하게 되겠죠? 그리고 또 청년이 대체 뭐냐. 사실 ’청년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얘기를 하면은 많은 분들이 대체 너희들이 말하는 청년이 뭐냐, 나는 39살이고 생일이 이제 막 지났는데 나는 청년이냐, 41살은 청년이 아니냐 등과 같이 청년을 가르는 기준들이 꽤나 많습니다. 사실 이 담론은 이제 좀 지겹죠. 우리에게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을 이해한다라고하는 건 비단 나이만이 아니라, 이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구조가 정체되었을 때 청년도 겪게되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구조적 문제의 당사자이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능성으로써 청년을 이해해야된다라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청년 문제, 청년 문제하니까 청년이 문제인 것 같다.” 마치 청년이 나약해서 지금 견디지 못하는 건 아닌가하는 이야기들도 하고, 또 전직 대통령은 “눈높이가 너무 높아서다” 혹은 “사랑이 없어서다” 이런 이야기들도 합니다. 근데 사실 청년이라고 하는 건, 시장경제의 독립된 주체로서 처음 나서는 계기이겠죠? 그렇다 보니까 일자리가 당연히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구직 활동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대부분의 구직 활동이라 하는 건, 보통 독서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 친구 중에는 광고회사에 취직하고 싶은 친구가 있었는데요. 저도 당연히 취직을 한다면 광고자료를 공부한다거나 시험 준비를 할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우선 광고 동아리를 먼저 듭니다. 그리고 광고계에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부지런히 뛰어다니고요. 원서를 쓰기 위해서 자기소개 스터디를 하고 면접을 보기 위해서 압박면접 스터디를 합니다. 압박면접 스터디를 한 번이라도 해보신 분들은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이렇게 해서 이 회사에 들어가도 되는 건가’ 이런 생각들도 많이 하신다고 하네요. 사실 제가 우연치 않은 기회에 대기업 인사 담당자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제가 한 번 물어봤습니다. “왜 이렇게 자기소개서랑 면접에서 자존감을 낮추는 방식으로 사람을 훈련시키는 거냐”라고 물어봤더니, “그렇게 절박해야 애사심이 높아지고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일터가 아니라 마지못해 자리잡아야 하는 일터마저도 지금 우리의 현실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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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지쳐 돌아와도 따뜻하게 품어줄 집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압박면접을 하고 돌아오는 그 길목, 그렇게 어렵게 취업하고 돌아오는 잠자리마저도 우리에게는 그리 편치않은 곳입니다. 아까 제가 서두에서 보여드린 그 집처럼 과연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집이 이렇게 이상해도 되는 건지, 이렇게 3평 남짓한 공간에서 매일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해야 하는 고단한 하루를 그냥 감내해야 하는 건지, 그게 그저 ‘임시적으로 사는 곳이니까’라고 단념해야 되는 건지 저는 좀 궁금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청년 문제를 다루는 건 문제를 청년에게 돌리지만 해결책은 청년에게서 찾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주거문제로 대표적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최근에 박근혜 정부가 행복주택 등과 같이 공공임대주택을 새롭게 시행한다거나 소위 우리 민간인들 시장이라고 하죠. 1000에 40, 1000에 50 이런 임대주택을 활성화해야 된다면서 중산층의 주거혁신으로 뉴스테이라는 이름을 말합니다. 월세가 60에서 100만원에 달하는데요.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는 하지만 그저 청년이 어떻게 사는지는 상관없는 명분으로만 쓰는 정책들이 저는 최근에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청년주거 문제라고하는 건 아까 그런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게 잠시나마 지나가는 게 아니라 평생을 월세로 살아야할지도 모르는 세대가 출현한 것이고, 한 번도 내가 이 집을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세대의 주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은행을 지나가다보면 ‘내 집 마련의 꿈’, ‘버팀목 전세자금의 대출로 이루세요’라는 광고를 한번쯤 보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이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택을 사게끔하는 정책을 계속해서 써왔는데요. 많은 나라들이 꼭 그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보통 북유럽 국가라고 하는 그런 복지국가들은 집을 사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집을 빌려쓰는 즉, 임대시장을 안정화하는 정책들도 쓰는 나라도 있고요. 각 나라마다 그 결론은 상당히 다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내 집을 사는 것만이 주거안정이라고 이해가 될 때부터는 사실 이 집은 저 혼자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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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회사 욕하다 주거 문제 얘기할 때는 눈물이…
저희는 이제 실제로 청년주거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청년들하고 집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눠요.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님도 계셨는데 청년유니온하고 사무실을 같이 옆에 나눠서 쓰거든요? 그런데 이제 청년유니온이 노동 문제로 막 청년들이랑 이야기를 하면 “어, 우리 팀장도 그래. 너네 대리도 그러냐”, “왜 워크샵은 주말에 가냐. 워크샵도 일인데”, “왜 회식을 저녁에 하냐. 회식은 노동 아니냐” 이러면서 같이 막 욕해요. 그러면 재밌고 “다 똑같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주거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꼭 누군가 울기 시작합니다. 그럼 이제 그 다음 사람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요. 누군가가 “난 사실 월세가 없어서 동아리방에서 3개월을 전전했어.” 누구는 “에코백 9개로 이사를 할 수 있어” 하는 류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결국 그 눈물이 보여지는 건 주거문제는 사회의 책임이 아니라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하는 문제 혹은 우리 부모가 나에게 해줘야 되는 문제로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죠. 왜냐하면 전 여기서 ‘내 집 마련’이라고 하는 내 집을 사야 되는 이 정책이 아주 강고하게 형성된 세입자가 인구의 절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집을 사지 못한 사람이 탈락자인 양 이해되는, 전세로 사는 사람은 잠시 지금의 불쌍한 사람이 되고 집을 사야지만 성공한 사람이 되는. 제가 어렸을 때 기억나는 광고 중에 돌이켜보면 정말 야만적이었던게 풍림아파트인데요. 기억하는 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풍림아파트가 이런 광고를 했었습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의 품격입니다.” 반지하에 살면 반지하의 품격을 가진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집이라는 건 우리에게 투기였고, 투자였고, 성공의 지표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집을 빌려쓰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도록, 더 행복해도 되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라고 있는데요. 임대차, 임대인도 임차인도 보호하는 법입니다. 어떤 분은 “임대인까지 왜 보호해줘야하냐” 뭐 이런 얘기를 하시기도 하는데요. 임차인이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세입자이기 때문에 권리를 보장받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빌려쓰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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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안지고 서울에서 집 장만할 수 있는 기간은?
보통은 월세에서 전세와 매매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라고 이해를 합니다. 아까 그 공무원분 잠깐 얘기를 했는데요. 20대 때 월세로 살다가 이제 고시를 볼 때쯤이면 전세로 가시겠죠.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쯤이면 대출을 받아서 매매로 하고 한 10년 지난 뒤에는 아마 빚을 다 갚으셨을 겁니다. 보통 이것이 일반적인 주거 사다리지만 지금 세대가 직면한 것은 높아진 주택가격과 16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에서 더 이상 빚을 낼 수도 심지어는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갈 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는 세대에게는 소득으로 집을 살 수도, 빚으로도 집을 살 수도 없는 것이죠. 일전에 친구들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땀 흘려 번 돈으로 집을 사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 요즘 청년들에게 집을 산다라고 하는 것, 빚을 내지 않고 집을 산다라고 하는게 품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도 합니다. 지금 서울 수준의 중간주택가격이 약 4억5천정도 합니다. 초봉이 이제 2500만원 정도죠. 대충 가늠하시면 값이 나올 텐데요. 보통 이제 평생 숨만 쉬고 살아도 30년 걸린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공식적으로는 연간 흑자액 대비 주택구매력지수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 소득에서 필수생계비를 빼고 저축할 수 있는 돈으로 저축을 하게 되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이런 지표가 있는데요. 중간 수준의 노동자가 중간 수준의 서울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75.9년이 걸립니다. 빚을 내지 않고서요. 25살쯤에 취직을 하면 이제 100살쯤에 집을 살 수 있는 건데요. 사실 이렇게 웃음이 날정도로 우리에게 집을 사겠다고 하는 건 이제는 너무나도 먼 미래 혹은 허공에 떠도는 소리가 되었겠죠. 충격적인 지표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 1분위에 있는 사람들의 지표인데 이분들은 마이너스입니다. 사는 게 빚인 것이죠. 그러니까 실제로 경제구조라고하는 건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빚을 낼 수밖에 없는 건 분명히 불평등한 구조에 박혀있는 것이고, 이거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그리 과격하지 않은 주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 이제 저희가 이제 주거운동을 하니까 일각에서는 막 “너희는 사유재산권을 반대하는 집단이냐” 이런 이야기를 하시기도 합니다. 실제로 불공정하게 시작되고 있는 출발선부터 다른 청년들에게 집을 꼭 살 테니까 내가 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조금 더 넓은 곳에 심지어 원룸이 아니라 내가 신발을 신지 않고서도 방이 있는 곳이 있는 게 그렇게 과한 주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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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임대료’ 고시원>타워팰리스
그런데 실제로 청년들이 직면한 건 단순히 내일이 어두운 게 아니라요. 실제로 임대시장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점도 굉장히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놀라시겠지만은 평당 임대료는 고시원이 타워팰리스보다 높습니다. 그리고 관리비도 원룸이 아파트보다 비싸고 그 이유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가 보증금을 조금 낮추고 월세를 올리거나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를 낮추기도 하죠. 집 구하시는 분들은 다들 이 아픔이 있으실텐데요. 사실 보증금 1000만원을 악착같이 모았지만 부동산 가면 마치 종이 한 장처럼 그리고 “보증금 500만원에 창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얘기하면 마치 제가 굉장히 떼쓰는 소비자가 된 것처럼 대우하는 것들을 많이 경험을 하시게 될 텐데요. 이런 전월세전환율이라고하는 보증금과 월세를 교환하는 것도 원룸이 훨씬 더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임대인과 교섭 혹은 교섭을 하지도 못하지만 임대인에게 “혹시 수도꼭지를 고쳐줄 수 있나요”도 함부로 하지 못하고 안전점검이라는 이유로 우리 집에 벌컥벌컥 들어왔을 때 문제제기를 해도 “어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죠. 실제로 제가 곰팡이가 핀 집에 산 적이 있었는데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저도 보증금 떼여본 적도 있고, 집주인하고 아무말도 못하고 넘어간 적도 있습니다. 곰팡이가 너무 많이 펴서 제가 2주동안 바깥에 나가 살아야 했어요. 집이 워낙 낙후되어 있어서 장마철이기 때문에 벽지를 새로 해도 계속 곰팡이가 펴서 “잠깐 나갔다가 오라”고 했습니다. 월세가 조금 아깝잖아요. 그래서 전화를 했죠. 차마 월세를 깎아달라고 말하기는 조금 그렇고 해서 관리비가 5만원이어서 “관리비를 좀 이번 달엔 안내도 되지 않겠냐”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아니, 어디 젊은 학생이 돈을 너무 밝힌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제가 보기엔 아줌마가 더 밝히시는 것 같지만. 근데 싸우기도 싫고 사실 저는 이제 그 집에 조금 더 평화롭게 재계약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렸습니다. 대체로 이런 건 제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저를 지켜주는 제도도 저를 지켜주는 정치도 없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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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반대하는 새누리당 지방의원
실제로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설 때마다 많은 주민들이 반대를 합니다. 청년들이 들어오면 시끄럽다 혹은 모텔이 된다, 노래방이 된다, 술집같이 된다고. 청년들을 향한 편견들이라고 하는 건 미절제하고 미성숙하고 무분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여전히 이렇게 보는 태도도 개선되지 않으면 청년들을 위한 정치도 지켜지지 않습니다. 제가 행복주택 공청회 때 간 적이 있었는데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 공청회 때 지역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진다”, “조망권이 없어진다”고 하면서 공무원분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하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행복주택이라고 하는 공공주택은 박근혜 정부의 브랜드이기도 하죠. 너무 재미있는 건, 거기 시의원들과 구의원들이 잔뜩 있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렇게 명함을 나눠줘요. “제가 꼭 막겠습니다. 제가 꼭 못 지어지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제가 갔어요. 가서 아주 작게 “저기 시의원님, 이거 새누리당 당론인데 이렇게 하시면 공천 못받으시면 어떡할거냐. 이거 당론이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아주머니께서 이제 졸도를 하시면서 “어디서 왔냐. 뭐하는 계집애냐”고 막 소리를 지르시는 거죠. 정치라고 하는 건 약속한 겁니다. 시민들하고. 이곳에 청년들과 저소득층을 위해서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약속한 건 그 정당이었지만 실제로 지역정치에서는 집값이 떨어질까봐 그리고 청년들이라고 하는 마치 잠재적 가해자가 살게 되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끊어진 주거 사다리를 새롭게 높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습니다. 물론 정책도 필요하겠고요.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도 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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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가 불안해 집을 붙잡고 있는 윗세대와 손을 잡자
하지만 저는 갈등이 발생하는 장소와 갈등을 푸는 장소가 꼭 같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집값을 부여잡을 수밖에 없는 건, 한국 사회가 그만큼 온 집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던 그 분이 설사 3억의 집을 갖고 있어도 2억이 빚일 수밖에 없는 그런 공간이 될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우리는 기성세대에게 그렇게 욕심을 내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노후를 불안해할 수밖에 없게 된, 연금이 불안한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손을 잡을 건가, 청년들에겐 오늘이 불안하다면 당신들에겐 노후가 불안하다는 이 불안을 공유하는 두 세대가 연대할 수 있는 건 없을까. 가령 대학 기숙사가 생길 때 임대업자들이 많이 반대를 하시는데, 임대업자들에게 무조건 양보하라는 게 아니라 당신 영세 임대업이 얼마나 되는지, 그래서 기숙사를 꼭 대규모로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대학생과 대학교와 그리고 거기서 임대업을 하시는 분들과 어떻게 사회적 협약을 맺어서 생태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더 나은 내일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우리가 고민해야 되는 새로운 주거 사다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 이상 집을 투기로 보지 않겠다고 하는 이 믿음을 가진 세대가 윗 세대와 손을 잡는 경험들이 저희에겐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은 사회적 안전망부터 구축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보증금 걱정이 없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대부분 해외에서는 보증금을 이렇게 1000만원씩 내거나 하지는 않아요. 보통 월세의 2.5배에서 3배 정도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자산을 축적하기 너무 어려운 일자리로 저축을 1000만원 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거 같습니다. 보증금을 적게 내도 안전하게 월세를 살 수 있는 것, 그리고 청년들에게 독립을 지원할 수 있는 기본 주택과 같은 상상력들을 한번쯤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주거 문제에서의 안전망이라고 하는 상상력들을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또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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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 실험으로 새로운 임대 규칙 찾기
민달팽이유니온은 여러 가지 제도개선을 하기도 합니다. 아까 잠깐 행복주택 말씀드렸었는데요. 처음에 제도가 발표되었을 때는 직장이 있는 청년만 들어가서 살 수 있었습니다. 참 말이 안 되죠. 직장도 없는데 주거 정책에서 접근도 하지 못하게 되어서 “이거는 반인권적인 것이 아니냐”라고 해서 많은 청년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상반기에는 아마 입주를 미취업자도 할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새롭게 청년 대상의 공공임대주택들을 많이 지어지는 것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 제도에서 청년이 사각지대라고 하는 건 실제로 청년들이 입주할 수 있는 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청년은 들어오지마”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주거 정책에서 우선 순위가 가구원 수가 많거나 그럼 가족이 많아야 되겠죠. 그럼 1인 가구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거주기간이 길거나. 1인 가구지만 청년들은 그렇게 되면 노인분들보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거주기간이 짧아서 들어갈 수가 없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노인의 것들을 뺏어오자” 혹은 “4인 가족의 가족을 부양하는 공공주택을 뺏어오자”가 아니라 청년들마저 주거불안을 겪게 되었을 때는 새로운 정책들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정책 제안과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사회주택이라는 걸 만들어서 달팽이집이란 이름으로 공급을 하는데요. 민달팽이유니온이란 이름처럼 달팽이도 껍데기가 있는데, 이 껍데기가 없는 청년들을 위해서 저희가 한 번 집을 직접 지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름 자산규모 11억을 자랑하는 달팽이 집인데요. 빚이 9억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9억은 정책기금을 빌린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들께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20만원으로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자산을 형성하기 어려운 계층을 위해서 임대료 결정을 했고요. 실제로 저희가 이 주택을 직접 공급하기 전에 먼저 같이 살면서 주거공동체에 대한 연습이라던가 혹은 같이 살았을 때 어떤 갈등을 잘 풀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아마 제 다음에 발표하실 성북신나의 오창민 국장님도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실 텐데요. 협동조합은 환상이기보다는 갈등을 어떻게 푸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도 저희도 살면서 배우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희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건 이런 겁니다. 근로기준법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같이 약자를 보호하는 법들이 분명히 있지만 잘 지켜지지가 않죠. 근데 주택임대차보호법은 13개 조항으로 되어있습니다. 그 중에 목적과 정의와 대상을 빼게 되면 10개 남짓 정도 되겠죠. 얼만큼 허약한지를 잘 가늠하실 수 있을 거에요. 규칙이 있으면 지키게끔 하면 됩니다. 그런데 규칙이 없으면 새롭게 규칙을 써야 하는 것이고. 지금 이렇게 월세를 40만원, 50만원씩 내고도 3평밖에 안되고 집주인이 횡포를 부려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지금의 규칙이 없는 이 임대시장에 민달팽이유니온은 새로운 규칙을 만들려고 합니다. 바로 그 선례가 바로 저희 달팽이집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 저희가 만들어가는 제도 하나하나가 새롭게 발생되는 이 임대시장의 규칙을 세워나가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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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다고 하기 전까지는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제가 마이크를 잡았지만 이 마이크는 저만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주거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청년유니온과 혹은 다른 청년단체들이 이미 청년 문제를 이야기했기 때문이고, 이 과정에서 이제는 주거 문제도 적어도 끼워팔기더라도 들어가곤 합니다. 실제로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 최근에 베테랑이라는 영화에서 이제 유아인이 역할을 한 조태오라는 역이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구요. “문제가 있다고 하기 전까지는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이 마이크가 저뿐만이 아니라 여러분에게도 마이크가 쥐어졌을 때 저는 더 나은 정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사실 함께하며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민달팽이유니온만의 것이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해나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도 더 많은 관심과 또 지지를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김유진 교육연수생 rladb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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