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아, 정치하자 피티쑈’ 다섯번째 연사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 피티 제목은 ‘우리가 직접 정치한다, 녹색당’입니다.
한겨레 정치 전문 사이트 정치바 오픈기념으로 14일 저녁 홍대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공개방송에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강연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대변되지 않는 목소리가 너무 많아
정당 중 유일하게 녹색당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민들이 직접 정치를 하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은 정당입니다. 정당이라는 게 정치인들끼리 만들어서 권력 다툼하는 곳을 정당이라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됐다면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통로가 돼야 하죠. 저도 녹색당이 생애 첫 정당이고요. 저도 사실은 정치라는 것에 제가 직접 당원으로 참여한 적이 없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하게 됐지만, 녹색당 당원들 보면 굉장히 다양한 이유로 정치에 참여합니다. 지금 국회라는 게 굉장히 단순한 구성입니다. 노동자·농민 국회의원 없어졌어요. 예전엔 좀 있었는데. 점점 더 국회 구성은 단순해지고 있습니다. 50대 남성 정장을 입은 자들이죠. 지위와 재산을 가진 자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변되지 않는 목소리가 너무 많습니다. 나의 처지와 관심사가 대변되지 않습니다. 요즘 청년 정치 얘기 많이 하는데 청년들이 국회에서 대변되고 있느냐? 두 사람 발탁하기도 하지만 그분들이 청년 목소리 대변하기 힘듭니다. 청년들의 힘으로 국회에 간 게 아니기 때문에. 엄밀하게 따지면 기존의 정당에서 발탁이 된 겁니다. 그러다 보니 대변되지 않는 목소리들이 많습니다. 소수자들 대변이 안 됩니다. 우리나라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인데 반기문 사무총장이 강조하는 게 성소수자 인권입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차별금지법이 제정이 안 됩니다. 거대 양당이 모두 반대하거나 소극적입니다. 대만의 성소수자 운동을 하고 대만 녹색당 당원이라는 분이 얼마 전에 오셨어요. 대만도 녹색당을 통해 성소수자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당으로는 대변이 안 되기 때문에. 길고양이입니다. 사람도 어린이, 청소년도 대변이 안 되는데 동물의 목소리가 국회에서 대변이 된다? 낯설게 느끼시겠지만 이미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는 동물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녹색당입니다. 길고양이들에게 만약 투표권이 있다면 녹색당이 제1당이 될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근데 투표권이 없는 거죠. 어린이들에게 물어보면 녹색당 좋아합니다. 녹색이잖아요. 근데 어린이들 투표권이 없어요. 청소년들 마찬가지죠. 작년에 지방선거 때 저희 녹색당 후보가 나간 어느 지역구에서 중학생들 사이에서 카톡방에서 난리가 났답니다. “대안은 녹색당이다”라고. 근데 투표권이 없어요. 부모님을 통해야 하는 거죠. 대변이 안 되는 거죠.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대변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학교가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볼 때 답답하고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이 안 되는 구조라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밀양에 있는 할머니들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추운 겨울에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국회에 수없이 왔다갔다했는데 자신들의 목소리가 대변된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변방에 있는 사람들, 소수자 아니라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 시골에 사는 사람들 목소리는 대변되지 않습니다.
답안지를 바꾸자
그래서 답안지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객관식 답안지를 선거 때마다 받습니다. 근데 그 답안지에는 내가 맘에 드는 답이 없어요. 그러면 차악을 택해야 하는데 그것을 우리가 수십년동안 투표를 통해 반복해왔습니다. 저도 그걸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을 바꿨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답을 집어넣자. 우리가 왜 정당을 못 만드느냐, 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요. 전세계 90개국에 녹색당이 있는데 만들어진 근본 이유는 이겁니다. 기존의 정치는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 답안지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녹색당이 만들어졌고 대한민국에선 좀 늦게 만들어졌어요. 2012년 3월에 녹색당이 만들어졌는데. 녹색당이 90개국에 만들어졌는데 어떤 나라는 국회에 들어가는 문턱이 높고요, 어떤 나라는 문턱이 낮습니다. 미국, 대한민국은 문턱이 높습니다. 원내 정당은 2,3개밖에 안 되고요. 미국은 녹색당 생긴 지 3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원외정당입니다. 녹색당 국회의원이 없습니다. 왜 그러냐면 미국은 100% 소선거구제.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만 국회의원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례대표 있으니까 좀 낫죠. 녹색당 생긴 지 10년, 5년이 안돼서 국회 들어간 나라들이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녹색당만 있는 게 아니라 온갖 정당들이 다 있습니다. 5개에서 11개 정도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들이 있습니다. 비례대표제 중심인 나라들이죠. 어느 쪽이 더 나은 정치를 하고 있느냐. 어느 쪽이 더 사람 살기 낫냐.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살기가 낫냐. 왼쪽입니다. 유엔에서 세계 행복도 조사를 하던, 여러 가지 조사를 해보면 삶의 질이 높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나라들은 왼쪽에 있는 나라들이고, 미국이나 대한민국은 경제의 수준에 비해서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는, 그런 나라들입니다. 왼쪽에 있는 게 분명히 나은 정치인데 안 되고 있는 장벽이 높습니다.
녹색당을 만든 뒤 기가 차는 일을 많이 겪었는데요. 소선거구제만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선거법 자체가 낡은 독재정권의 유산을 담고 있어요. 새누리당만의 문제가 아녜요. 제1야당들은 그 여당과 타협을 해서 어떻게든 새로운 정치세력이 진입을 못하게 막아놨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악법을 남겨놓으면 돼요. 정당 이름을 뺏긴 적이 있어요. 기가 차죠. 선거에서 득표율이 낮다는 이유로 이름을 빼앗겼어요. 2012년 총선 끝나고. 그걸 위헌소송을 해서 찾았습니다. 오늘도 헌재에 갔다 왔습니다. 국회의원 후보 등록을 하려면 1500만원 기탁금을 내야 합니다. 아무것도 해주는 거 없이. 거대 양당은 후보로 나가면 그걸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15% 이상 받아야 돌려받을 수 있거든요. 근데 녹색당은 시작하는 정당인데, 15% 넘기 힘듭니다. 이런 식의 기탁금 제도 가진 나라가 전세계 어딨느냐. 그래도 제가 녹색당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전세계 우리 녹색당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없습니다. 기탁금이라는 거 자체가 없습니다. 있어도 100만원 정도에요. 일본밖에 없어요. 일본도 정치 후지잖아요. 그래서 오늘 헌법소송 또 제기했어요. 계산을 해보니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가 1500만원 마련하려면 2800시간 이상 일해야 해요. 선거운동비용이 또 들죠? 돈 없는 사람은 선거에도 나오지 말라. 이게 우리나라 선거법입니다.
남녀 동수 대의제와 추첨제
그래도 녹색당은 살아남았습니다. 악법 선거법이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4년 가까이 살아남았습니다. 우리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릅니다. 여성 당원비율이 54%정도 됩니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한 번 찾아보십쇼. 당비 내고 활동하는 당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인 경우가 있었는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입니다. 녹색당이 당원 납부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두 거대 양당 보이시죠. 당비 내는 당원이 10% 안팎입니다. 어떻게 이게 정당일 수 있느냐, 당원을 뭘로 구분을 하느냐. 당비 안내도 당원인 정당이죠? 희한한 정당입니다. 녹색당이 하고 있는 실험이 한국정당 최초로 남성 여성 동수 대표제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동대표인데, 여성 공동대표가 있고요. 우리는 모든 대의기구를 이렇게 구성합니다. 앞서 굉장히 좋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많은 설명이 있었지만 우리는 선거가 아닌 추첨제를 합니다. 민주주의 혁신하는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녹색당은 추첨제로 대의원을 뽑고 있습니다. 기존 정당 대의원을 선거로 뽑거나 누가 시켜서 합니다. 대의원 대회를 하면 지분을 차지하려고 온갖 일들이 벌어지는데 녹색당은 그게 불가능합니다. 녹색당은 당원들 중 뽑기로 뽑습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원판 돌리기도 있고요. 선풍기에 종이 날리기도 있습니다. 종이 날려서 멀리 가는 사람이 대의원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우연성입니다. 누구나 대의원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기가 찬 노릇이 대한민국 정당이 참 이상한 게 저희가 3년 만에 가장 이름이 오래된 정당이 됐습니다. 당원이 좀 있는 정당 중 우리 이름이 가장 오래됐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 정당이라는 게 시민들의 정치 참여 통로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이렇게 쉽게 이름을 바꿀 수 없습니다. 오로지 권력정치, 그때그때 이해관계에 따라 이름도 바꾸고 정체성도 바꿉니다.
변방의 목소리를 중앙으로
지금까지 녹색당은 내부적으로 여러 정치실험을 해봤고 외부적으로 현장과 연대하고 대안을 만들고 의제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훌륭하죠. 밀양 할머니를 대변하는 정당이 우리나라엔 없습니다. 녹색당은 원외 정당이지만 이 이슈를 서울 이슈로, 전국 이슈로 만드는 데 노력해왔습니다. 밀양의 시골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굉장히 잘못된 일이고 핵발전 확대 정책과 연결된 정책이라서 어떻게든 서울과 연계했죠. 경북 영덕에서 핵발전 주민투표 있었습니다. 서울분들 관심 없었습니다. 그래도 녹색당은 이걸 전국이슈로 만들기 위해서 청와대가 뒤로 보이는 곳에서 피케팅을 했습니다. 변방의 일이 아니라 전국의 일이고 우리의 일이 되도록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대안 있는 반대도 합니다. 정부가 무슨 발표를 하면 녹색당은 대안 시나리오를 발표합니다. 정당 보조금도 안 받고 동원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이 열악하지만 대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녹색당과 같이 기후변화 논의도 함께하면서 대응을 해왔고요. 최근에 이재명 시장님이 청년배당 발표하면서 기본소득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는 나라입니다. 오로지 의무만 강요하고. 특히 청년들, 청소년들에게 함부로 대합니다. 청년들에 대한 예의가 없어요. 사회가 어느 정도 사회공동체라면 사회에 나올 청년들에게 뭔가 비빌 언덕을 마련해주고 뭐라고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해준 상태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합니다. 중동 가서 돈 벌어와라. 또 오세훈 전 시장님은 “개발도상국 가서 살아봐라”. 자기가 가서 살아보고 돈 벌어오든지. 왜 청년들에게 그런 식으로 함부로 대합니까. 기본소득 정말 필요한 정책입니다.
녹색당이 4년 가까이 정당으로서 활동해왔습니다. 내년에 총선 목표는 의원 만드는 겁니다. 솔직히 그렇습니다. 녹색당 국회의원이 나오면 많은 것이 바뀔 겁니다. 비례대표로 의원이 나오려면 3% 득표가 나와야 합니다. 대선이 3% 이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권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인데, 제가 바라는 건 정권교체입니다. 이명박근혜 정권 때문에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내용 없는 정권교체는 더 많은 좌절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내용 있는 정권교체를 위해선 새로운 정치세력, 가치나 비전이나 정책이 확실한 새로운 정치세력이 들어가야 합니다. 내년 총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 가장 정당답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비례대표 후보를 지난주에 이미 확정을 했습니다. 당원 총투표로. 1번은 다큐멘터리 감독입니다. 동물과 환경 다큐를 만드신 분이고요. 2번 후보는 밀양송전탑 반대 운동을 할머니들과 4년간 하신 분입니다. 3번 후보는 24살, 아직 피선거권이 없는 청년인데 기본소득 운동을 해오신 분입니다. 내년 1월1일이 돼야 피선거권이 생기십니다. 요즘 새정치연합은 만 45세까지 청년이라고 하던데 청년운동 하시는 5번 후보는 만 25세입니다. 4번 후보도 지역에서 환경운동 30년 동안 해오신 분이고요.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해온 일들이 분명한 분들입니다.
저는 정치가 바뀌려면 답안지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야, 희망이 되자’. 녹색당 당사에 저희가 손으로 써서 붙여놓은 것입니다. 어떤 분은 형용 모순이라는 얘기도 하는데요. 정치가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모였습니다. 당원이 7400명 넘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가입해서 7400명이 넘었습니다. 우리는 조직도 없었고 집단으로 가입한 사람도 없습니다. 총선 전에 1만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1만명이 되면 3%, 원내정당 진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종로구에 나갑니다. 물론 당선을 목표로 하지만 당선이 어렵다는 거 잘 압니다. 녹색당 정당 득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 정치가 내년 총선에선 새로운 희망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희망은 여러 가지 움직임에서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는 새로운 대안정당 녹색당이 원내진입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면 뉴스의 두번째나 세번째로 장식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