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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아 정치하자’ 피티쑈 전문 : 이진순 편

등록 2015-12-18 18:26수정 2016-01-07 10:02

‘시민아, 정치하자 피티쑈’ 두번째 연사는 이진순 정치벤처 와글 대표입니다. 피티 제목은 ‘99%의 민주주의를 찾아서’입니다.

‘시민아, 정치하자 피티쑈’가 열린 14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미디어카페 ‘후’에서 이진순 정치벤처 ‘와글’ 대표가 “‘1번도 2번도 답이 아니면 3번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프레젠테이션하고 있다.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시민아, 정치하자 피티쑈’가 열린 14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미디어카페 ‘후’에서 이진순 정치벤처 ‘와글’ 대표가 “‘1번도 2번도 답이 아니면 3번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프레젠테이션하고 있다.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1번도 싫고 2번도 아니면…

앞에서 조국 교수님이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가, 선택 잘하는 것, 선택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95%는 동의하고 한 5%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 있어요. 정치가 바뀌는 게 중요하고 정치를 바꾸면 일상이 달라질 가능성은 다 알고 있어요. 왜 근데 안 바뀌냐 이거죠. 유권자 책임론, 왜 제대로 투표 안 하냐는 생각에 반대합니다. 문제는 시민들이 단순히 투표에 참여하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권한 가져야 하고 그 권한을 가지고 게임의 룰 바꾸지 않으면 정치는 바뀌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맥락에서 저는 99% 시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의 룰, 환경이 어떤 건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첫번째, 요즘 잘 나가는 신랑감을 소개하겠습니다. 첫번째 남자, 풍채가 좋고 집안이 좋아요. 학벌도 좋고 스펙도 훌륭하고. 유일한 흠은 여자를 팹니다. 약한 사람 보면 밟고 지나가요. 공감이나 공동체 의식이 없어요. 두번째 남자는 지금은 약간 전성기 때만 못하지만 과거에 한 인물 한 사람이에요. 말도 잘하고 학벌로 훌륭하고. 유일한 단점은 놀고먹어요. 여자를 등쳐먹어요. 찌질해. 여러분, 자유롭게 선택하세요. 민주공화국이니까. 첫번째 남자 사귀시겠습니까? 아무도 없으세요. 두번째 남자 없으세요? 여긴 이상하네요. 다른 데서는 2번에 손 드시는 여자분들 있었어요. 왜 그러냐고 하니까 “그래도 맞지 않잖아요”. 이게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정치입니다. 맞지 않기 위해서 그래도 찌질한 게 낫지. 맞지 않으려면 여러분 다 같이 나가서 2번을 찍으세요. 이게 우리가 경험한 투표입니다. 저도 매번 투표 참여했고 세금 냈어요. 그런데 정치가 안 바뀌었어. “1번 안 하려면 2번 찍으세요”라고 했기 때문에. 1번도 2번도 답이 아니면 3번을 만들어야죠. 저는 3번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바라는 정치, 우리 시대의 불행은 보수가 퇴행할 때마다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퇴행하는 데 있다고 봐요. 얘가 반칙 쓰는데 어떡하니, 나도 살아야지, 일단 우리가 이겨야 하잖아.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하는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인네만 싸워요. 선수가 다 노인네예요. 한 사람은 50년 전 얘기하고 있고 한 사람은 30년 전 얘기하고 있어요. 우리 정치가 격투기가 아니라 기록경기였으면 좋겠습니다. 얘만 이기면 되는 게 아니고 내가 과거의 나보다 훌륭해지는 것. 그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제가 기록경기로 현저히 점수 차를 낼 만큼 앞서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건 그게 현실적으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그래요. 18대 대선에서 유권자들 할 만큼 했습니다. 75.8%가 투표에 참여했고 51.6% 대 48%. 그러니까 여러분 지치지 말고 결집합시다, 그렇게 해서는 바뀌지 않는다고 봅니다. 어떻게 하면 점수 차 더 크게 벌어지게 우리 모습을 혁신할 것이냐. 그것에 따라서 격투기 싸움의 룰이 아닌 새로운 게임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직접 참여하는 시민정치의 개가

아르헨티나에서 데모크라시 오에스라는 새로운 의사결정 플랫폼 만든 그룹이 있어요. 국회의원 정책 입안할 때 유권자들에게 물어보고 결정하라고, 국회의원들에게 도입해서 하자고 하니 무참히 일축당했죠. 그래서 사람들이 화가 나서 넷파티라는 당을 만들었어요. 넷파티 당을 만든 사람 중에 피아 맨시니라는 젊은 여자가 있는데 이렇게 말했습니다. “500년 전 인쇄기술로 중세봉건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민사회가 등장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정치는 점점 특권계급의 전유물이 돼버렸다. 지금은 직접소통과 자발적 네트워킹의 시대다. 장보는 것도 핸드폰으로 보고 채팅도 핸드폰으로 하고. 왜 유독 정치만 그걸 못하나.” 인터넷 활용 얘기하면 정치인들이 다 자기 홍보만 페북, 트위터에서 하면 되는 줄 알아요. 쌍방향이어야 하죠. 그냥 홍보만 하려는 건 찌라시를 다양한 형태로 만드는 것에 불과한 거죠. 쌍방항 시대 정치를 구현하는 여러 나라 실험 있습니다.
저희가 8월에 만들어지고 나서 9월부터 듣도보도 못한 정치라는 이름으로 스토리펀딩 연재하는데 이태리, 스페인의 다양한 집단의 플랫폼 소개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 이집트 혁명 났을 때 이걸 레볼루션 2.0이라고 했죠. 과거에 화염병 들고 유인물 나눠주는 것 대신 저렇게 핸드폰에 충전을 하고 있어요. 시민들의 의사 결집 모으는 수단이 된 거죠. 이후 시민주도 혁명 있었습니다. 올해 5월 스페인 지방선거 있었는데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시장이 바뀌었습니다. 정치 경력 하나도 없는 아다 콜라우라는 여자분이 시장이 됐고요, 마누엘라 까르메나는 전직 법관이에요. 부패 척결에 앞장섰던. 여기서 중요한 건 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선거 연합 정당이 만들어졌고 그 연합 정당들의 후보들이 시장이 됐다는 겁니다. 바르셀로나는 5개 군소정당과 다양한 시민운동 단체, 전문가 집단, 학자, 예술가, 운동가 이런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바르셀로나 엔 꼬뮤’라는 시민 주도의 정치연합 정당을 만들었고 마드리드의 경우에도 ‘아후라 마드리드’라는 선거연합 정당 만들어서 양당 체제를 깼습니다. 이태리에는 베페 그릴로라는 전직 코미디언이 있는데요. 5성 운동, 다섯개 목표 내세운 정당을 만들었습니다. 2013년에 창당해서 4년 만에 선거에서 원내 2당, 해외 유권자 제외하면 지지도 1당인, 이런 개가를 올립니다. 중앙당사도 없고 당직자 구조도 복잡하게 갖고 있지 않아요. 3선을 금지하고 공천할 때는 신인을 우선합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룰이 어려운 게 아닙니다. 하면 됩니다. 그래서 지지를 모았죠. 2012년 핀란드는 헌법을 고쳐가면서 시민발의법을 만들었어요. 시민들 5만명 이상이 온라인이나 서면으로 동의하면 법안이 자동으로 국회로 회부됩니다. 물론 국회에서 논의 거쳐서 법안으로 확립되지만. 우리가 세월호 서명을 600만이 했죠. 우리한테 이런 제도가 있었다면 적어도 여야 간에 이걸 받니, 마니 오랫동안 협상이나 실랑이하지 않았을 겁니다.

인터넷 사용률 1위…직접 민주주의 ‘하면 된다’

물론 모든 걸 직접 민주주의로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의제하에서 정치는 정치인만 하는 것으로 굳어진 문법을 깬다면 우리가 다방면에서 정치적으로 이 사람을 견제하고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는 그걸 요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민정치는 직접 민주주의 활용하고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활용합니다. 이데올로기 중심보다 실질적인 이슈 중으로. 특권 계급화한 정치인에 의존하기보다는 논 프로페셔널,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고 정치를 너무 오래해서 그것이 직업이 되지 않게끔 하고 있습니다. 당원 제도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서 당원 가입 어렵고 당원만이 투표할 수 있게 하고, 이런 걸 느슨하게 풀어놨습니다. 그래서 소규모 그룹들이 횡적인 연대를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했고. 우리 시대 민주주의는 좀 더 수평적이고 좀 더 다양한 소수세력이 참여할 수 있고 좀 더 시민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전체적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아다 콜라우 같은 경우에 모든 일정, 모든 얘기가 실시간으로 웹사이트에 공개됩니다. 개별적으로 만나자는 은행가, 선배, 선배 친구, 아는 사람은 따로 안 만나다고 선언했어요. 집단적인 시민의 의사 결정이 정책에 직접 반영하게 했습니다.
이거 정치권에서도 많이 얘기하는데 우린 안 되고 있어요. 왜냐면 얘기해도 안 받아들이니까. 얘기하고 나면 “그래 검토해볼게, 잘 고려해보겠습니다”. 요번에 저희가 12월2일부터 7일까지 해외 연사 불러서 강연 가졌는데 ‘디사이드 마드리드’라는 시민참여 포털 만든 전략 담당자가 왔어요. 정보 공개부터 시민 발의, 의견 개진 한 군데서 이뤄지는 포탈이에요. 거기서 모아진 의견은 시의회로 무조건 가요. 권력을 주면 참여합니다. 권력을 안 주니까 얘기해봤자 소용없는데 왜 내가 머릿수 채워줘야 하지, 이런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다수결로 다 담판을 짓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토론과 논쟁으로 배우고 업그레이드되게 하는 겁니다. 격투기 승패가 아니고요, 어제보다는 오늘의 우리가 좀 더 현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왜 못하고 있을까? 인물이 없다, 시민의식이 낮아서 그렇다, 기술이 없다, 여러 얘기가 있는데 다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물이 없는 게 아니고요, 인물이 있는데 1번 할래, 2번 할래, 하니까 그쪽으로 들어가서 1번 아니면 2번밖에 안 되는 겁니다. 정치환경이 괜찮으면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요. 훌륭한 사람들이 들어가서 더 훌륭한 일을 하겠죠. 제가 핀란드 소개했는데 핀란드 인터넷 사용률은 세계 4위입니다. 대한민국 1위입니다. 할 수 있는데 안 한 거죠.

시민에게 권력을

그래서 저희는 고민했고 이제부터는 꼬시는 얘기입니다. 와글은 올 8월에 만들어진 신생 정치 벤처회사입니다. 소셜벤처는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기존의 관행적인 경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창의적 혁신적인 방법으로 솔루션 찾는 것. 정치벤처도 그 소셜벤처 중에 한 부분입니다. 누구나 아는 문제, 해묵은 정치 문제를 새로운 접근법으로 풀어보자는 거죠. 새로운 접근법은 시민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게 하고 시민이 더 많은 논의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정치를 만들자는 겁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정치 혁신은 이 정권에서 저 정권으로 바꾸는 것, 이 정당에서 저 정당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바꿔서 시민의 정치적 권한이 실질적으로 커지게 만들자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새로운 시민참여 플랫폼 만들고 풀뿌리 지역정치의 의제와 결합한다거나 그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정치 리더십, 다양한 정치인 능력 조건보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시민참여적인 정치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것을 관철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역점 두고 새로운 리더를 키워내고자 합니다.
오늘 말씀드린 거 나머지 다 잊어버리셔도 돼요. 이것만 기억하면 돼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정치는 “민주주의 내가 해줄게. 내가 집권하면 민주주의 해준다니까. 세금도 줄일 수 있다니까. 교육도 개혁할 수 있다니까. 그러니까 내가 권력을 잡아야 해. 그러니까 개혁을 위해서 어떤 정치 세력을 밀어줘. 시민들 제발 모여줘. 날 밀어줘” 이런 정치였죠. 그래서 2번 만들었습니다. 바뀌어야 합니다. 시민한테 권력을 주세요. 바르셀로나 엔 코뮤, 아후라 마드, 포데모스 경우에 정치강령, 정책 공약, 윤리강령까지 시민들의 집단 의사결정을 통해 만들었습니다. 전문가 군이 선언한 것 아닙니다. 후보가 일방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에게 권력을 주고 그걸로 규율을 잡으세요. 어떤 당과 어떤 당이 합친다고 할 때 최고위원 머릿수를 어떻게 나누고 공천권을 어떻게 할 거냐로 싸우잖아요. 그래서 군소정당들이 못 합치잖아요. 군소정당들이 합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룰을 그냥 무지막지하게 기계적으로 적용한 거에요. 투표하자, 의사결정 같이 하자, 시민들이 결정하게 했기 때문에 그 다양한 세력이 심지어 정당이 달라도 같이 할 수 있었거든요. 스페인이 하는데 왜 우린 못합니까. 맘 먹으면 할 수 있어요. 시민들에게 권력을 주기 위한 정치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저절로 따를 겁니다. 그걸 지지하는 정치인을. 저희는 그렇게 정치의 문법이 게임의 룰이 달라지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정리/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녹화방송] 피티쑈 : 시민아, 정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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