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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합시‘당’”…이 기세몰아 ‘시민당’?

등록 2015-12-16 20:00수정 2015-12-28 15:40

[정치바] ‘시민아, 정치하자’ 피티쑈 현장

미디어카페 후에 모인 100명 시민들
조국·이진순 등 5명 연사 열변 화답
‘시민아, 정치하자 피티쑈’가 열린 14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미디어카페 ‘후’에서 이진순 정치벤처 ‘와글’ 대표가 “‘1번도 2번도 답이 아니면 3번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프레젠테이션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시민아, 정치하자 피티쑈’가 열린 14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미디어카페 ‘후’에서 이진순 정치벤처 ‘와글’ 대표가 “‘1번도 2번도 답이 아니면 3번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프레젠테이션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겨울비도 시민정치에 대한 열망을 꺾지는 못했다. 지난 14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미디어카페 후. 100석의 자리가 꽉 찼다. 정치BAR가 마련한 ‘시민아, 정치하자 피티쑈’에 출연한 5명의 연사도 열기에 화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에 참여해 제1야당의 내홍을 가까이서 지켜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향한 관심을 촉구했다. 조 교수는 “세금을 누구로부터 걷고 얼만큼 어디에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정치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51%의 지지를 얻은 사람이 그 돈의 용처와 양을 결정한다”며 “많은 시민들이 동대문시장이나 슈퍼에 가서 옷 사고 반찬 살 때 만원 깎고 천원 깎는데 이런 문제엔 무감하다. ‘다른 사람 많이 깎아주고 나는 안 깎아주고 왜 많이 내라고 하지’ 이게 정치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뒤 서울시립대에서 반값 등록금 제도가 시행된 사례 등을 들며 “나의 고통을 줄이고 꿈을 실현하게 하기 위해 정책과 법을 실현해야 하고 표를 통해 이를 결정하는 하는 순간 세상은 바뀐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이진순 정치벤처 ‘와글’ 대표는 ‘왜 제대로 투표 안 하느냐’고 따지는 “유권자 책임론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1번 안 하려면 2번 찍으세요’라고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치가 바뀌지 않았다. 1번도 2번도 답이 아니면 3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인터넷을 활용해 시민들의 뜻을 온전히 반영하는 정치세력을 ‘3번’ 대안 정당으로 상정했다. 이탈리아·스페인·핀란드에도 직접 민주주의 방식의 정당이 실권을 잡았는데 ‘인터넷 이용률 1위’인 우리나라에서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의 정치는 ‘내가 집권하면 민주주의 해줄 테니까, 내가 권력을 잡아야 해. 그러니까 날 밀어줘’ 이런 식이었다”며 “시민들이 단순히 투표에 참여하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권한을 가져야 하고 그 권한으로 게임의 룰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문성근 ‘시민의 날개’ 대표.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문성근 ‘시민의 날개’ 대표.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문성근 ‘시민의 날개’ 대표는 정권교체가 당면한 목표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시민의 날개’에 대해선 “민주·진보 지향 시민들이 새로운 정치운동을 벌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설명하고, “궁극적으로는 네트워크 정당 건설을 통해 대의제에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결합시키겠다”고 했다. 문 대표는 “2017년 여름이 되면 어떻게 됐든 야권 단일후보는 만들어진다”며 “그때야 후보 중심으로 정당이 재정립될 텐데 그러면 시민세력 조직화는 이미 늦었다. 2012년 대선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금부터 시민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모여 △총·대선 투개표 감시 △알바단 퇴치 △좋은 후보의 당선 위한 정당별 응원단을 조직하자며 “시민 스스로 조직화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 없으면 그냥 합시다”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의 정책기획팀장으로 일했던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당시 경험을 소개했다. “공항 건설 민원이 여러 지역에서 들어왔다. 모두 약속하면 아마 10개에서 15개의 새로운 공항이 지어지게 될 판이었다.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 않은 상황이라 보고서를 서랍에 쑤셔넣었다. 그런데 지역에서 굉장히 믿을 만한 분에게서 ‘지역의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결심을 해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균형있게 잘 드러나기만 한다면 욕망은 괜찮은 것”이지만 “정책을 팔아서 표를 사고 표를 팔아서 정책을 사는 거래 관계가 되는 순간 그 욕망은 굉장히 추악한 게 된다”고 짚었다. 이 소장은 집단 토론 방식인 ‘노란 테이블’ 사업을 소개하며 “공동체 의식이 있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발현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하고 전달을 하기 위해 토론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교수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통로가 돼야 한다”며 다양한 목소리의 대변을 강조했다. “국회 구성이 정장을 입은 50대 남성으로 단순해지고 있고 지위와 재산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며 “나의 처지와 관심사가 대변되지 않고 대변되지 않는 목소리가 너무 많다”고 했다. 청년, 성소수자, 청소년, 동물뿐만 아니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밀양 할머니’ 등 변방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녹색당이 ‘새로운 답안지’가 되겠다고 했다. 하 위원장은 “녹색당은 한국 정당 최초로 남·여 동수 대표제로 대의기구를 구성하고 당원들 중 대의원을 추첨제로 뽑는다”며 “정치가 바뀌려면 답안지가 바뀌어야 한다. 내년 총선의 목표는 의원을 만드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피티쑈’에 참여한 시민들은 연사들의 주장에 공감을 나타냈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인 홍인기(45) 교사는 “차악을 고르는 데 익숙해진 것을 뛰어넘어 시민참여 방식이 왜 중요한지 말씀해준 이진순 대표의 피티가 좋았다”며 “‘뭐라도 합시다’라고 하는 ‘시민의 날개’ 문성근 대표의 캐치프레이즈도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혜원(48)씨는 “정치란 정치인만 하는 게 아니라는, 조국 교수의 강의는 제가 참석한 이유의 답이었다”며 “평범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과 맞는 단체 또는 정당에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가평에서 친구와 함께 ‘피티쑈’를 찾은 조해언(17·가평고 2년)양은 “녹색당이 정치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설명하신 하승수 위원장님의 피티가 인상깊었다”며 “고등학생 100~200명이 모여 가평군의 문제점을 토론하고 군청에 직접 전달하는 마을교육공동체 원탁토론 회의를 기획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생기면 이원재 소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인사도 나눴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을 구독하고 있다는 조양은 “사회학을 전공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잊지 말고 꼭 넣어달라고 했다.

김태규 김원철 기자 dokbul@hani.co.kr

[정치BAR] 피티쑈 : 시민아, 정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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