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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략 핵잠 부산 왔는데…‘비핵화 선언’ 위반 아니라는 정부

등록 2023-07-19 14:20수정 2023-07-20 19:01

정치BAR_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
미 해군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 켄터키함(SSBN-737). 미 해군 누리집
미 해군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 켄터키함(SSBN-737). 미 해군 누리집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SSBN)이 42년만에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부산 기항이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선언’(1992년 2월19일 발효)에 위배되지 않을까.

국방부는 19일 “법적 검토 결과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 1조는 ‘남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배치),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선언은 한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중요한 논리적, 현실적 근거다. 만약 한국이 이를 어기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주요 명분이 흔들린다.

미 전략핵잠수함 부산 기항과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관계를 판단하려면, 미국 핵잠수함 종류부터 살펴봐야 한다.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미국 잠수함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핵추진잠수함(SSN), 핵추진순항유도탄잠수함(SSGN), 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무장한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SSBN) 등이다. SSN은 어뢰, SSGN은 토마호크 같은 순항미사일, SSBN에는 핵탄두가 달린 탄도미사일을 탑재한다.

앞서 지난 6월16일 미국 해군의 핵추진순항미사일 잠수함(SSGN) 미시건함이 부산 작전기지에 들어왔다. 이 잠수함은 사정거리 2500㎞ 150여발의 토마호크 미사일로 무장 가능하지만, 핵무기가 실려있지 않기 때문에 통상 ‘전략’ 자산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지난 18일 부산에 입항한 미 해군 켄터키함(SSBN-737)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SSBN)이다. 그런데 이 잠수함에 핵무기가 실려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게 국방부 설명이다. 통상 미국 SSBN이 외국에 기항하더라도 그 안에 실제 핵무기가 탑재돼 있는지를 미국이 확인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커트 캠벨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의 말에 비춰보면, 이번에 부산에 들어온 미 해군 SSBN에 핵무기를 탑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캠벨 조정관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마치고 SSBN 부산 기항을 공개하며 “핵 억제를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신뢰할 만하게 유지하길 원한다는 분명한 의지이자 일련의 활동”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춰보면, 이번에 부산에 들어온 미 해군 SSBN에 핵무기를 탑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가 “미 SSBN이 부산에 기항해도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주장은 SSBN이 잠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면 비핵화선언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에 근거했다. 구체적으로 SSBN 부산 기항이 한반도 비핵화선언 1항과 저촉될 수 있는 대목인

‘접수’(receive), ‘저장’(store), ‘배비’(deploy)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사 절차상 미국 핵무기를 한반도에 저장하려면, 먼저 ‘접수’(receive)해야 한다. 접수는 공항이나 항만 등으로 들어오는 외국의 인원, 장비, 물자를 한국이 수용해 사용하려고 준비하는 군사적 절차를 말한다.

이번처럼 미 해군 SSBN이 부산 작전기지 항구에 ‘기항’(visit)했지만, 핵무기를 한국 땅에 내려놓지 않고 그대로 되가져가기 때문에 ‘접수’(receive)가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핵무기를 탑재한 미 SSBN이 42년만에 한국에 다시 들어왔는데 접수 또는 기항을 따지는게 말 장난이란 지적도 있다. 앞으로 SSBN 등 핵무장이 가능한 미 전략자산이 더 자주 주기적으로 한반도에 온다면 ‘배비’에 가깝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미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는 전략자산에 대해 ‘정례적 가시성’(regular visibility)을 언급한 내용이 있어, ‘SSBN이 잠시 왔다가 그냥 간다’는 국방부의 설명이 궁색하게 들린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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