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청와대 제공.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21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와 백악관이 30일 동시에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석달 만에 열리는 것으로, 지난 16일(현지시각)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여는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이다.
청와대는 이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면 정상회담이 조기에 개최되는 것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는 “한-미 동맹”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의 진전을 위한 한-미의 긴밀한 공조방안”을 비롯해 “경제통상 등 실질협력과 기후변화, 코로나19 등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한 대응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 회담 의제에 대해 “현재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무엇보다 북한·북핵 문제를 둘러싼 협의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초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바탕으로, 문 대통령은 북-미 간 대화 재개의 필요성과 함께 동시적·단계적 비핵화 접근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쪽은 외교적 접근뿐 아니라 유엔안보리 대북결의 이행 필요성 및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 등을 강조할 수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북한·이란의 핵 위협을 거론하며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등에서의 한·미·일 협력 강화도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 및 북한 대응 등의 맥락에서 3국 협력이 “전례 없이 중요해졌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고 스가 총리가 전한 바 있다.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한-일 관계 개선 논의도 빠질 수 없는 의제다.
한-미 간 코로나19 대응 협력도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백신 수급과 관련해서는 최근 한국이 화이자와 2천만명분 추가공급 계약을 맺은 데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아스트라제네카(6000만회분) 백신의 경우 인도 등 다급한 국가들과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의 백신 도입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미국 정부와 백신을 필요할 때 빌려 쓰고 갚은 이른바 ‘스와프’ 관련 협의를 할 개연성이 크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을 둘러싼 협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국의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협의체) 참여 문제와 관련해 “쿼드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로 정해졌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개방성·포용성·투명성 등 협력 원칙에 부합하고 국익과 지역·글로벌 평화에 기여한다면 어떤 협력도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회담에서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바이든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반도체·배터리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관련한 미국 쪽의 협력 요청도 예상된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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