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과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세 번째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한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18일 중국과 북한을 향해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4개국이 참여하는 협의체 ‘쿼드’에 한국 정부의 참여를 구체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2+2) 장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어겨왔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며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안보 및 번영에 어떤 어려움을 낳고 있는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행동 때문에 우리 동맹들 간의 공통된 접근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는 블링컨 장관이 전날 저녁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한 공개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2+2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기자회견을 통해 보다 구체적 의견을 밝힌 셈이다. 공동성명에선 “역내 안보환경에 대한 점증하는 도전을 배경으로 한-미 동맹이 공유하는 가치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 정 외교 “쿼드 논의 없었다”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쿼드’와 관련해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쿼드는 여러 현안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려고 모인 유사 입장국들의 비공식적인 모임”이라며 “여러 현안들은 우리가 한국과도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일본과 삼각 공조를 포함해 역내 소그룹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에 대응하는 게 매우 유익하다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쪽으로부터 ‘쿼드’ 가입 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정의용 장관은 “쿼드 가입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다만 우리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어떻게 조화롭게 조율할 수 있는지 논의했다”고 답했다.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블링컨 장관은 “이 정책의 목표는 매우 분명하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이 미국과 우리 동맹에게 가하는 광범위한 위협을 줄이고 북한 주민을 포함한 모든 한국인의 삶을 향상하는 것이 바로 그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일본 및 기타 핵심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북 정책 검토를 완성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압박 옵션과 향후 외교적 옵션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인 정권 밑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의용 장관은 회견에서 “(한-미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세가지 큰 공감대를 확인했다”며 “북핵 문제는 시급한 사항이며 양국 간 긴밀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점을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굳건한 안보기반 위에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 과정은 물론 이행 과정에서도 완전히 조율된 전략을 바탕으로 긴밀히 공조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회에서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블링컨 장관은 “포괄적인 대북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일본과 긴밀한 조율을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정 장관은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에서 평화 정착, 비핵화 문제 해결에 관한 기본적인 원칙을 확인한 것이므로 현 단계에서도 충분히 우리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아침 공개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해서는 “가장 흥미가 가는 것은 동맹과 관련한 부분이다. 그래서 여기에 왔고 대북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다. 지난 16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미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내놓은 뒤 블링컨 장관이 일본에서 밝힌 반응과 같다. 반면 정 장관은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 과정에서 한-미 간에 고위급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북한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와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북한·북핵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역할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을 설득해 비핵화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오스틴 국방 “전작권 전환 더 걸릴 것”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 양국간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양국 장관들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해, 전작권 조기 전환이 어려운 상황임을 내비쳤다. 한국 정부의 전작권 조기 전환 추진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 한-미연합훈련(8~18일)에서도 또 전작권 전환을 위한 능력 검증 평가가 연기되는 등 이미 차질을 빚고 있다. 다만 오스틴 장관은 “이 전환 과정을 통해 동맹이 강화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한-미연합연습 중단 요구에 대해 “연합훈련·연습을 통해서 동맹에 대한 모든 공동위협에 맞서 합동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강조했다”고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연합훈련을 3~4년 전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항상 훈련 개선 방안을 찾는다”며 “앞으로 훈련 계획 등에 대해서는 한-미가 공동으로 결정하는 것이며 한국 지휘부와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 장관은 별도의 언론 인터뷰에서 “납북 간 연합훈련 중지를 합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서욱 국방 장관은 한-미-일, 또는 한-일 협력과 관련해 “일본과 과거사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국방부로서는 양자, 다자 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고위급 전체회의나 교류협력 대응을 지속하고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섯번째로 열린 양국 2+2 회의는 2016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뒤 5년 만이다. 이날 오전 9시 반 즈음 시작된 회의는 예정된 90분을 넘기면서까지 이어졌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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