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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최선희 “미, 접촉 간청…시간벌이용 눅거리수 접는 게 좋아”

등록 2021-03-18 09:11수정 2021-03-18 09:46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
바이든정부 출범 뒤 첫 북미접촉 시도 공식 확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현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 둘째)한테 미국과 협상 경과를 보고하고 지침을 받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가운데)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현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 둘째)한테 미국과 협상 경과를 보고하고 지침을 받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가운데)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미국은 2월 중순부터 뉴욕을 포함한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와의 접촉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응부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제1부상은 또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으로 공표된 담화에서 밝혔다.

이번 담화는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는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15일(현지시각) 발표 내용을 확인하는 것으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한 17일에 작성된 형식을 띄고 있다.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발표됐고, 북쪽 인민들이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이로써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50여일 만에 북-미의 첫 접촉 시도가 공식 확인된 셈이다. 북-미 모두 ‘침묵’을 뒤로 하고 초반 기세 잡기와 접점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탐색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제1부상은 미국 쪽의 접촉 시도 방법과 관련해 “여러 경로를 통해 전자우편과 전화통보문을 보내” 오고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기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어떤 수준이든 북-미 당국자의 직접 접촉은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최 제1부상은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울려나온 소리는 광기어린 ‘북조선위협’설과 무턱대고 줴치는 ‘완전한 비핵화’ 타령뿐”이라며 “미 군부는 은근히 군사적 위협을 계속 가하고 우리를 겨냥한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버젓이 벌려놓았다”고 밝혔다. 요컨대 미국이 “강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접촉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최 제1부상은 “조미 접촉을 시간벌이용, 여론몰이용으로 써먹는 눅거리수(물건을 싸게 팔거나 사는 수법)는 스스로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와 한번이라도 마주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일본을 행각(방문)한 미 국무장관이 여러 압박수단 혹은 완고한 수단 등이 모두 재검토 중이라고 떠들며 우리를 심히 자극했는데 이제 남조선에 와서는 또 무슨 세상이 놀랄만한 몰상식한 궤변을 늘어놓겠는지 궁금해진다”고 덧붙였다. 짐짓 어투는 강경하지만, 블링컨 장관의 한국에서의 대북 발언 내용을 주시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 제1부상은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며 “미국은 자기들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의 대미 담화는 “조미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 나가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지난해 7월4일 담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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