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팔꿈치를 부딪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17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한국을 방문해 북한과 중국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미 국무·국방장관의 동시 방한은 11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첫 장관급 국외 방문지였던 일본 일정을 마무리하고 온 것으로, 블링컨 장관의 순방은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협의로 끝난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오후 6시 반부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만났다. 정 장관은 본격 회담에 앞서 “한-미 동맹의 지속적인 발전은 우리 외교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회담의 결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확고히 정착해서 실질적 진전을 향해 나아가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한-미 동맹은 우리 두 나라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의 안정과 번영의 핵심축이다. 이 동맹은 강철 같으며 우정, 상호신뢰, 공통된 가치에 기반해 있다. 우리는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중국을 겨냥해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았다. 블링컨 장관은 초미의 관심사인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등 다른 동맹들과 함께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뒤, “중국은 강압과 공격을 통해 홍콩 경제를 체계적으로 침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며, 티베트의 인권을 유린하고 남중국해에서는 인권법을 위반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의 ‘날 선’ 머리발언에서 확인되듯 이날 회담에선 북핵 등 한반도 현안과 대중 정책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당장 한국에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4개국의 대중 견제 협의체 ‘쿼드’ 참여를 압박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움직임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춰줄 것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한국은 2018년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기반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접근의 필요성을 거듭 밝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북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의된 모든 의무를 따를 것을 촉구”한 지난 16일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공동발표문에서 엿볼 수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과 협의한다고 강조한 만큼 일단 이번 회담에서 한국 의견을 경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해온 한-일 관계 개선과 이를 통한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도 이번 회담의 주된 관심사였다. 미-일은 전날 공동발표문에서 3국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 평화 및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두 장관은 △한-미 정상의 대면 회담 일정 △미얀마 쿠데타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등 여러 현안에도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오전에는 2016년 이후 5년 만에 다섯번째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담이 열린다. 두 장관은 이후 문 대통령을 예방하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만난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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