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경찰들이 12일(현지시각) 양곤 시내에서 지나가는 차량을 세워 검사하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쿠데타 반대 시위에 대한 군부의 폭력 진압으로 사상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12일 미얀마에 군용물자 수출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동참했다.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직접적인 ‘행동’에 참여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내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미얀마군과 경찰 당국의 무력행사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응 조처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군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날 발표를 “1차 대응”이라 규정해 추가 조처 가능성도 열어뒀다.
정부는 우선 국방·치안 분야의 새로운 교류·협력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방부와 경찰청은 각각 미얀마와 국방정례협의체 설립과 치안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계획을 취소하고, 그간 진행해온 미얀마 군경 대상 신규 교육훈련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또 군용물자의 미얀마 수출을 금지하고,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 허가도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시위 진압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한국산 최루탄과 최루탄 발사체 등 시위 진압 장비는 군용물자에 해당해 수출이 금지되며, 군사 전용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 등 산업용 전략물자는 수출이 까다로워진다. 군용물자는 2019년 1월 이후 미얀마 수출 사례가 없는데, 2014~2015년에는 최루탄이 수출된 바 있다. 미얀마 시위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최루탄에는 ‘2014년산’이라고 표기돼 있으나 한국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11일 낸 보고서에서 “한국 대광의 DK-44 섬광폭음탄(flashbang)이 시위 진압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미얀마 국민의 민생과 직결되는 사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아 미얀마를 대상으로 한 유·무상 개발협력사업(ODA)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기준 미얀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무상 지원 규모는 9천만달러(약 1020억원) 정도다.
한국에 있는 미얀마인들이 현지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한국에 머무를 수 있도록 인도적 특별체류 조처도 시행된다. 체류 기간이 지나 ‘불법 체류’ 상태에 몰린 미등록 미얀마인도 임시 국내 체류를 허용하기로 했다. 국내 미얀마인은 이주노동자와 유학생을 중심으로 2만5천~3만명에 이른다.
앞서 정부는 미얀마 군부가 지난달 1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을 구금하고 쿠데타를 일으키자 이튿날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합법·평화적” 해결을 희망하는 등 지금까지 ‘외교부 대변인 논평’만 세 차례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미얀마군과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한다”며 “미얀마를 위한 정의” 등의 영문 해시태그를 단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회는 11일 “국제사회와 함께 실질적 조처들을 단계적으로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