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방위분담금 인상 규탄' 연합뉴스
올해부터 적용되는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달 1일부터 무급휴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4천여명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 쪽에서는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노동자들의 무급휴직 부담이 완화되는 만큼, 한국 정부의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6일 “현재 무급휴직 근로자들의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에 반영할 지원 내용과 절차 등을 관계부처와 협조하에 검토 중”이라며 “국회와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특별법 제정에 나서고 있는 것은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언제 타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이기 때문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단이 최근 협상과 관련해 큰 틀의 공감을 이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협상’을 지시하면서 최종 합의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최종 결단만을 기다리고 있다기보다 양국 협상 대표 간, 정부 간 협상 내용에 대해 소통하고 조율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렇게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4천여명은 지난 1일부터 강제 무급휴직에 내몰렸으며 코로나19 피해까지 겹쳐 생계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동안 협상 타결이 안 될 경우에 대비해 국방부·고용노동부·외교부·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모여 주한미군의 한국인 노동자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해왔고, 그 결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원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국내법을 적용받지 못해 무급휴직 수당 등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도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17년 9월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경기도 평택 이전과 관련해 “미군기지 이전으로 한국인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적 지원대책 수립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손지오 주한미군한국인노조 사무국장은 “방위비 협상 때마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볼모’로 취급된다”며 “특별법 제정으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미국 정부가 한국인 노동자들을 볼모 삼아 방위비 대폭 인상을 받아들이라고 한국을 압박하는 상황을 끊어낼 수 있다”며 “한국 정부의 협상력도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박병수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