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6일 리비아 남부에서 무장세력에 피랍됐던 한국인 주 아무개씨가 315일 만에 석방됐다. 사진은 지난해 8월1일 리비아 유력 매체 ‘218뉴스’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된 영상 속 주 씨(왼쪽 두번째)의 피랍 기간의 모습이다. 218NEWS 페이스북 갈무리, 연합뉴스
한국인 주 아무개(62)씨가 지난해 7월 리비아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315일 만에 풀려난 데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리비아 동부 군벌 ‘리비아 국민군(LNA)’의 특별한 관계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출 노력을 해왔다”며 “특히 아랍에미리트 정부와 리비아국민군과의 특별한 관계에 기초한 특별한 노력이 좋은 성과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칼리파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은 주로 리비아 동부지역에 세력을 구축했으나, 최근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하면서 리비아 내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리비아 국민군과의 특별한 관계와 영향력을 활용해 피랍자 석방에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씨는 20년 넘게 리비아 수로관리 회사인 ANC에서 근무해왔으며 지난해 7월6일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필리핀인 3명과 함께 무장괴한 10여명에게 납치돼 10개월 넘게 인질로 잡혀 있었다.
정부는 주씨 등을 납치한 세력을 “리비아 남부지역에서 활동하는 범죄집단”으로만 표현하면서, 이들 세력의 성격과 납치 목적 등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는 연관이 없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지난해 리비아 현지 일부 언론은 리비아 무장세력이 조직 핵심인사의 석방을 목적으로 한국인 등을 납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리비아는 지난 2014년부터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됐지만 주씨는 생계유지 등을 이유로 정부 허가 없이 리비아에 체류하던 중 납치를 당했다. 정부는 피랍사건 이후 리비아에 체류하던 38명에게 철수를 요청했고, 아직까지도 리비아를 떠나지 않은 4명에 대해서는 여권을 무효화 하고 이들을 여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외교부는 주씨를 여권법 위반 혐의로 따로 고발 조치를 하지는 않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피랍은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582일 만에 풀려난 제미니호 한국인 선원 피랍사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긴 한국인 피랍 사건이다.
주씨의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신병 인수 당시 주모씨는 수염이 긴 상태였지만, 건강은 비교적 양호해 보였다”고 밝혔다. 야윈 모습의 주씨는 “빛이 차단된 폐쇄공간에 오래 갇혀있다 보니 시력이 조금 안 좋아졌다”고 언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씨는 아부다비의 우리 공관 도착 직후 “나로 인해 여러 사람이 고생하게 한 것 같아서 무척 죄송하다”면서 ”대통령님과 우리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주씨는 피랍기간 동안 매일 날짜를 센 듯 “315일째 갇혀 있었다”고 정확히 얘기했고, “(함께 납치된) 3명의 필리핀인들과 달리 말동무도 없어 900일 동안 갇혀 있었던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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