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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이낙연 총리가 ‘무상복지’ 쿠웨이트에 수출하려는 의료는?

등록 2019-05-02 12:28수정 2019-05-02 12:46

쿠웨이트 왕실이 지은 뉴자흐라 공공병원
1인실이 90%·자국민에게만 무상의료 혜택

사회 이질감 큰 의료서비스…“운영수익 많아”
서울대병원 5년간 ‘스마트병원’ 위탁운영 추진
이낙연 국무총리가 1일(현지시간) 서울대병원에서 위탁운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쿠웨이트 뉴자흐라 공공병원을 방문해 병원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일(현지시간) 서울대병원에서 위탁운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쿠웨이트 뉴자흐라 공공병원을 방문해 병원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의료산업은 세계적으로 성장세가 자동차산업 보다 높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일(현지시각) 의자와 모니터 등을 싼 비닐도 뜯지 않은 뉴자흐라 공공병원을 방문했다. 이낙연 총리는 병원 로비로 영접나온 쿠웨이트 보건부 무스타파 리다 차관보를 만나 “중동의 허브병원으로 발전하길 기대하며 서울대병원이 이를 도와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총리가 의사와 간호사 없이 거대한 건물만 만들어진 병원을 찾은 이유는 서울대병원이 이 병원의 위탁운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개원을 앞둔 뉴자흐라 공공병원은 1170병상 규모의 초대형 3차 공공병원이다. 16층 빌딩 4개를 새로 지어 6만7000㎡ 규모 병원으로 출발한다. 쿠웨이트 왕실에서 돈을 들여 건설해 보건부로 운영권이 이양될 예정인데, 이 병원 운영을 맡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서울대병원이 지정됐다.

이 총리와 무스타파 차관보는 빌딩 4개로 지어진 병원 규모 답게 로비에서 200m 길이의 회랑을 걸어간 끝에 강당에 들어섰다. 강당 안은 아직 새집 냄새가 빠지지 않았지만, 더운 중동 날씨와 달리 에어컨 바람이 시원했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뉴자흐라추진단장은 브리핑을 통해 “건설비용만 1조5000억원이 든 병원으로 서울대가 5년간 위탁운영을 맡아 스마트병원으로 키우겠다”며 “현재 계약서 내용을 조정중”이라고 설명했다.

브리핑 뒤 이 총리와 무스타파 차관보가 둘러본 것은 이 병원 13층 브이아이피(VIP) 병동이었다. 최신식 의료기기가 병실 옆에 바로 있고, 방도 여러 개인 병실을 병원 쪽은 소개했다. 꼭 브이아이피 병동이 아니어도, 1170병상의 90%는 1인실이라고 했다. 나머지 10%도 2인실이다.

쿠웨이트 뉴자흐라 공공병원 1층 모습. 이완 기자
쿠웨이트 뉴자흐라 공공병원 1층 모습. 이완 기자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을 맡을 가능성이 큰 최신식의 쾌적한 이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매우 제한적이다. 원유매장량 세계7위(1015억 배럴) 나라인 쿠웨이트는 오래 전부터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지만 ‘무상’은 쿠웨이트인들에게만 선별되어 제공된다 460만명 인구 가운데 쿠웨이트 시민권자는 100만명을 넘는 수준이다. 아시아와 중동 각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는 이 혜택에서 배제된다. 쿠웨이트는 재정부담으로 인해 199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에 대해 일부 치료제에 주던 무료처방도 중지했다.

풍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쿠웨이트는 이를 ‘국외 의료 쇼핑’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국가가 치료비 및 체제비를 부담하는 국비 환자를 2016년∼2018년 3년 동안 32명을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보냈다. 서울로 온 일반 쿠웨이트 환자도 지난해만 240명에 이른다.

반면 쿠웨이트시티에 살고 있는 한 한국인은 “외국인이 내는 병원비는 너무 비싸서 일년에 한번씩 한국에 들어갈 때마다 병원에 들러 필요한 치료도 받고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살아도 쿠웨이트 남자와 결혼하지 않는 이상, 외국인이 쿠웨이트 시민권을 받기란 매우 어려워 무상의료는 우리와는 상관없다”고 그는 전했다. 주쿠웨이트 대한민국대사관은 “(쿠웨이트가) 국민을 1등 국민(참정권 향유)과 2등 국민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아랍계 무국적자 및 외국인 노동자 다수 체류 등으로 사회내 이질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난해 분석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이 ‘당신들의 천국’인 뉴자흐라 병원을 위탁운영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곳에서 만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운영수익이 많다”라고 말하더니 나중에 공식적으로 말하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병원으로 파견나오는 서울대병원 의사 연봉은 30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귀뜸했다. 서울대병원의 위탁운영은 쿠웨이트가 ‘외국인 의사의 의료행위를 허락하는’ 면허 규제와도 연관되어 있어 국회의 비준도 받아야 한다.

‘의료 산업 세일즈’에 나선 이낙연 총리가 쿠웨이트 보건부 차관과 함께 병원 내부를 걸으며, 이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 등 외국인에게도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무스타파 리다 차관보는 “한국의 지식과 노하우를 전해듣고 싶다”고 했다.

자흐라/이완 기자 wani@hani.co.kr

이낙연 국무총리가 1일(현지시간) 서울대병원에서 위탁운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쿠웨이트 뉴자흐라 공공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일(현지시간) 서울대병원에서 위탁운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쿠웨이트 뉴자흐라 공공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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