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관저서 ‘대북 협상파’와 만찬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만찬을 함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 대표적인 대북 대화·협상파인 두 사람을 만나 조언을 구한 모양새여서 눈길을 끈다.
26일 청와대 안팎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저녁 임 전 장관과 문 특보를 청와대 관저로 불러 저녁 식사를 겸해 2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근 문 특보와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선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이 화제로 올랐고, 문 특보가 대화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문 특보는 미국 내 기류를 자세히 전달했다”며 “특히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을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대체로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설계했고,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낸 주역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등을 지낸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과외 교사’로 통한다. 특히 문 특보는 최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 “사드가 (한-미) 동맹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소신 발언’으로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임 전 장관과 문 특보를 만나 조언을 구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해 풀어나가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이슈문재인 정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