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9만7000t급)가 21일 오전 부산 남구 용호동 해군작전사령부 항구에 들어서자 작은 배들이 항모를 접안시키려고 옆에 붙어 밀고 있다. 맨 위 배는 함께 입항한 한국형 구축함인 문무대왕함(4500t급). 부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강력한 대북제재’ 왜?
비핵화 조처 압박…중간선거 앞 가시적 성과 노려
대화보다 강경 일변도…북-중 반발로 긴장 높아질 듯
비핵화 조처 압박…중간선거 앞 가시적 성과 노려
대화보다 강경 일변도…북-중 반발로 긴장 높아질 듯
한국과 미국 정부가 21일 서울에서 열린 제1차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계기로 북한에 보낸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금은 6자회담 재개와 국면전환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방장관이 이런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밝히는 선봉에 섰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회의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의 초석은 한국의 안보와 주권”이라고 강조하고는, 곧바로 대북 추가 제재 방침을 밝히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최소한의 외교적 수사도 배제한 채 ‘대화’가 아닌 ‘대북 압박’에 초점을 맞췄다.
클린턴 장관이 강조한 추가 대북 제재의 핵심은 두가지다. 첫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1718호와 1874호의 더욱 엄격한 시행 및 대량파괴무기확산방지구상(PSI) 협력의 강화다. 둘째,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비확산 및 군축담당 특보의 한국 방문 협의 등을 거쳐 미국의 독자 대북 금융제재 방안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을 전방위로 옥죄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대목은 미국 정부가 구상하는 추가 대북 제재에 ‘방코 델타 아시아(BDA)’식 금융제재가 포함되느냐다. 클린턴 장관은 직답을 하지 않았지만 “몇년 전에 우리는 어떤 결과를 얻어낸 바 있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2005년 9·19 공동성명 직후 시행된 미국의 비디에이 금융제재는 북한의 대외 금융거래를 사실상 마비시켜 북쪽의 1차 핵실험을 촉발하는 등 6자회담을 장기 공전시킨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이런 제재를 실행에 옮길 경우 북한의 반발과 함께 한반도 정세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은 이미 가능한 대북제재를 거의 다 하고 있어, 그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클린턴 장관은 6자회담 재개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은 추구하고 있지 않다”며 한발을 뺐다. 대신 “북한은 천안함 침몰에 대한 책임 인정과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지금 한반도 정세의 핵심 쟁점은 6자회담 재개의 시기·조건·방식의 문제라는 데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클린턴 장관이 밝힌 강경 기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첫째,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집권 민주당이 밀리고 있는 미국의 국내 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한-미와 북-중의 태도가 엇갈려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둘째, ‘3단계 방안’(북-미 접촉→예비 6자회담→6자 본회담)을 제안한 중국이나 ‘대등한 입장에서 평화협정 논의 먼저’를 제기한 북한을 향해,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처를 동반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짐짓 ‘강한 태도’로 6자회담 재개 논의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셋째, 이런 판단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될 앞으로 몇달 동안은, 미-일 동맹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의 동북아 전략의 핵심 동맹으로 떠오른 한국 정부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외교적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강경 태도는 북한과 중국 등의 반발을 불러 당분간 한반도 정세의 긴장도를 크게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회의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한-미 양자 관계 차원에서 짚어볼 대목이 여럿 있다. 우선 “미래 국방협력에 대한 동맹 비전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대목을 두고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를 염두에 둔 표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한국 측은 아프가니스탄의 치안·거버넌스·개발에 대한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문구를 두고는, ‘치안’은 한국의 아프간 지방재건팀(PRT) 공식 임무를 벗어난 것이어서 한국의 전투병 파병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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