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강영우 차관보가 면담 재확인”
주한 미국대사관이 2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면담 계획이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맥스 곽 주한 미국대사관 대변인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백악관이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간 면담 요청을 받았으나 현재로서는 그러한 면담은 계획돼 있지 않다”며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주한 미국대사관쪽이 공개적으로 이렇게 밝힌 것은, 미국정부가 부시-이명박 면담을 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명박 후보는 주한 미국대사관의 발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알아봐야겠다. 좀더 두고 보자”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아직까지 면담 계획에 변화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면담은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주한 미국대사관의 발표는, 부시 대통령의 공식 일정에 아직까지 이 후보와의 면담이 잡혀있지 않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면서 “면담을 주선한 강영우 백악관 차관보는 오히려 오늘 백악관 쪽으로부터 면담 계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진영은 내부적으론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이 실제 불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후보 측근들은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에서 요 며칠 사이 면담을 방해하는 것 같다.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발된다면 정부 방해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면담 불발을 ‘정부의 압력’ 때문으로 몰아붙이려는 것이다. 이 후보 쪽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등 경제인사와의 만남을 추진 중이며, 부시 대통령 면담 여부에 관계없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후보의 외교력과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게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다. 설익은 발표까지 하면서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에 집착했다는 점도 부담이고, 유력한 대통령후보가 민감한 외교 사안을 비선을 통해 추진하려다 실패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미국정부 사정에 정통한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이 후보쪽이 비공식 경로로 면담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면담성사 발표가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당직자는 “우리는 강영우 백악관 차관보의 성사 발표를 확인한 것일 뿐, 공식적으로 면담이 잡혔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발 뺐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8일 “이 후보가 10월14일부터 17일을 전후해 미국을 방문해 조지 부시 대통령과 공식 면담하기로 했다. 멜리사 버넷 미 백악관 의전실장이 공식문서로 이를 확인해줬다”고 발표한 바 있다.
권태호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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