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권상에 추천됐다가 외교부의 개입으로 서훈이 무산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 8일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외교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양금덕 할머니(91)에게 수여하기로 했던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에 대해 “이견이 있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서 내년에 하자”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 할머니 서훈이 보류된 것에 대해 “절차상 협의를 거치지 않아서 차관회의를 넘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외교부가)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내년에 하자고 의견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차관회의 안건을 정리하는 국정관리시스템에 “이견 있음”이라는 의견을 냈다. 관계부처가 서훈에 이견을 낸 것은 국정관리시스템이 전산화 한 뒤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양 할머니 서훈을 보류해달라는 의견을 낸 이유에 대해서는 “형평성 측면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피해자 14명 가운데 생존자가 3명(양금덕·김성주·이춘식)인데 양 할머니만 서훈을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서훈 보류 결정이 일본 눈치를 봤기 때문 아니냐’는 물음에는 “일본을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롯테호텔에서 열린 제4차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국제회의' 참석 뒤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양 할머니에게) 상 자체를 주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양 할머니 서훈과 관련해 ‘절차상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한 외교부의 태도가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행안부는 이날 김상희·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낸 ‘인권위 추천 정부 서훈 관련 답변서'에서 “지난 1일 개최된 차관회의에 (양 할머니 서훈 수여 안건을) 상정하려고 지난달 28일 국정관리시스템에 등록했다. 통상적으로도 차관회의 3~4일 전에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가 이견을 철회하지 않은 탓에 이날 열린 차관회의에도 양 할머니 서훈 관련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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