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류샤오밍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3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북핵수석대표협의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실험 징후에 경고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나 한반도 정세 관리 방안을 두고 머리를 맞댔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은 류샤오밍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조성된 긴장 국면에 대한 평가와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 재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중은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점과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양국 간 협력 분야가 많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며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며,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쪽은 일련의 미사일 발사와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동향 등에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 쪽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며 “류 특별대표도 한반도 및 지역 정세 안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류 특별대표도 이날 협의 뒤 기자들에게 “(노 본부장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고, 인식을 공유했다”며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국면이 조성된 시점에서, 한-중 양쪽이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과 류 특별대표는 그간 2차례 화상회의와 4차례 전화통화를 하긴 했지만, 대면 협의를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오찬을 겸해 모두 3시간30분 가량 협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2009년 북한 주재 대사를 지낸 류 특별대표는 11년여에 걸친 영국 대사직을 마친 뒤 지난해 4월 특별대표로 임명됐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자료를 내어 “류 대사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한반도 업무에 밝다”며 “류 특별대표는 유관 각국과 소통 및 협력을 유지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외교부 발표를 종합하면, 류 특별대표는 지난 3월 말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을 시작으로 한달 이상 외국 순방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4월초 미국 뉴욕·워싱턴을 방문해 유엔 고위 당국자와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달 13일엔 프랑스를 시작으로 스위스·독일·영국 등 유럽 각국을 방문했다. 한국에는 지난 1일 도착했다.
류 특별대표는 이날 오후엔 통일부로 자리를 옮겨 이인영 장관을 예방했으며, 4일엔 최종건 외교부1차관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방한 기간 동안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내정자 등 새 정부 외교안보 관계자와도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2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적어도 2~3차례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복구 중인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전술 핵무기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여러차례 방북해 핵시설을 사찰한 바 있는 북핵 전문가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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