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턴조선부산 호텔에서 열린 2021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세션1 `한반도 평화는 왜 오지 않는가, 불만의 삼중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18년 봄 한반도에 불었던 훈풍은 2019년 북-미 정상회담 ‘하노이 노딜’로 온기를 잃었다. 남·북·미는 여전히 교착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이후 다시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한반도 평화를 움켜잡기 위해 길게는 남·북·미가 찾아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17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부산 호텔에서 열린 ‘2021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세션1’에서는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의 사회로 리팅팅 베이징대 교수, 진희관 인제대 교수, 제니 타운 <38노스> 편집장이 ‘한반도 평화는 왜 오지 않는가, 불만의 삼중주’라는 주제로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무엇보다 ‘하노이 노딜’ 뒤 더욱 깊어진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쌓기 위한 남·북·미 각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리 교수는 북한이 종전선언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했지만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대북 관여와 인권 문제를 함께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모호한 대북 정책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는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상호존중 보장, 불공평한 이중 기준 철회”를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점에 주목하며, 북한이 이를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 활용하며 구체적인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미사일 발사 등의 평등한 권리를 주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진 교수는 지난 1월 북한이 당 8차 대회에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완수한다”는 표현을 당규약에서 삭제하는 등의 내부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미국은 주적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지난 7월 유엔에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관련한 ‘자발적 국가보고서’(VNR)를 제출한 것 등을 “놀라운 변화”라고 봤다. 하지만 북한의 변화는 상대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고 변화를 변화로 받아들일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북한이 남조선혁명론을 당규약에서 삭제해도 못 믿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타운 편집장은 “미국이 정말 북한에 원하는 단 한가지는 핵무기 포기”라며 이를 달성하지 못한 미국의 대북 정책을 “근본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북한을 정상국가로 보지 않는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미국은 대북) 경제 제재를 가할 텐데, 연구에 따르면 제재는 경제 분쟁이 있을 때는 유용했지만 정치적 결정을 바꾸는 데는 효력을 나타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한 원인을 분석하며 북한의 경우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이 추동한 남북 관계는 한반도에서 실질적인 “평화의 시작”이었다고 규정하며, 9·19 남북군사합의로 나타난 “군사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앞서 “힘을 통한 평화”라는 접근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 속 공정하지 못한 (한국 정부의 북-미) 중재”가 문제였다고 했다. 차창훈 부산대 교수는 남·북·미가 각각 “자기들만의 신화에 갇혀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현경 <문화방송>(MBC) 통일방송연구소 소장은 북한 핵문제가 제기된 지난 30년간 “실패하지 않은 협상”이 없었다며, 이는 “(미국이) 간헐적으로 집중한 결과”라고 짚었다. 그는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인권 문제’ 등 너무 많은 의제가 올라온다면 “미국이 원하는 게 뭐냐는 근본문제에 대한 회의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비핵화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산/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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