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오른쪽)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회담을 하고 있다. 주한미대사관 트위터 갈무리
방한 중인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11일 한국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접촉하며 전한 핵심 메시지는 ‘공급망 확보’ 등 ‘세계적 도전과제’에 대한 한-미 동맹의 공동 대응이었다.
전날 입국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오전 대화상대인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 한-미 차관보회담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이성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및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와 각각 면담을 하고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예방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 취임 뒤 첫 방한인 만큼 상견례를 겸해 준비된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의 면담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주한미국대사관이 공식 트위터에 각 회동의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을 보면 미국 쪽 메시지는 꽤 분명해 보인다. 여 차관보와의 협의 뒤 대사관 쪽은 “한-미 동맹은 시급한 세계적 도전과제들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며 “(두 차관보가) 양국 간 동맹이 인도태평양과 그 외의 지역에서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증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을 만난 뒤에도 “세계의 시급한 도전과제들에 대응”을 언급했다. 외교부에서 경제외교를 총괄하는 이 조정관과의 협의를 소개하는 글에서는 “한국은 탄력적 공급망 확보와 기후 위기 해결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라고 전했다. ‘세계적 도전과제’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미국이 외교무대에서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맹과 우방국들을 아우를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통용된다. ‘공급망 재편’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과 전략 경쟁을 이어가며 핵심 과제로 꼽는 이슈다.
이성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오른쪽)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왼쪽)와 면담을 하고 있다. 주한미대사관 트위터 갈무리
외교부는 이 조정관과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면담 내용을 전하며 “(양국이) 빈발하는 글로벌 수급 교란 등 경제안보 문제에 함께 대처해 가는 한편 시대적 과제인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적 공조도 가속화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외교가에서는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경제조정관 및 산자부 차관보와도 면담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이 쏠렸다. 동아태 차관보의 다소 이례적인 경제외교 행보의 배경에는 대중국 견제 의도가 깔려있으리라는 관측이 확인된 셈이다.
한-미 외교차관보 회담에서는 이밖에도 한-미관계, 한반도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두 차관보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한다. 아울러 기후 변화와 코로나19 대응 등 현안 해결을 위한 협력도 지속 강화해 가기로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최 차관은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를 만나 “한미동맹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적극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본인도 한미동맹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오른쪽)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만나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주한미대사관 트위터 갈무리
한편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만나 “미국은 계속해서 한국의 동맹국이자 매우 밀접한 파트너로서 글로벌 파트너로 나아가는 한국의 행보를 계속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도 12일 면담할 예정이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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