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설치된 산업유산정보센터의 누리집 갈무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940년대 나가사키현 하시마(군함도) 등 일본 산업시설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노역에 동원된 사실 등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권고한 결정문을 일본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이 해당 시설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명확히 지적한 셈이다.
외교부는 12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세계유산위원회의 ‘일본 근대산업 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후속조치 이행을 점검한 결정문 초안(44COM7B.30)을 공개했다. 이 결정문은 오는 16일부터 화상으로 열리는 제44차 세계유산위에 상정돼 22~23일께 채택될 전망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날 결정문에서 2015년 7월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일본 정부에게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전략’을 마련하라고 권고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한 2018년 결정문 내용을 재차 언급하며, 일본이 “결정을 아직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명(strongly regrets)”했다. 또, 지난 6월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센터) 현장 점검에 나섰던 유네스코와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공동조사단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결론을 “충분히 참고할 것을 요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유네스코가 일본이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 내용과 일본이 지난 약속을 미이행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아주 강하게 유감 표명한 한편 충실한 이행을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지난 2015년 군함도 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against their will) 동원되어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했음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공개된 도쿄 센터에는 조선인의 강제 노역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의 증언과 자료만 전시돼 큰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3명의 세계유산 전문가로 꾸려진 공동조사단은 도쿄 센터 현지 방문 및 온라인 시찰 뒤 6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각 시설이 1910대년 이후 등 전체 역사 기술이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1940년대 한국인 등이 강제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조처가 불충분(insufficient)하며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전시 등이 부재한 점 △국제 모범사례에 비추어 미흡한 점 △당사국 간 대화 지속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는 또 이번 결정문에 “다수의 한국인 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과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 등 표현이 명시된 데 주목했다. 이는 지난 2015년 7월 등재 당시 일본 대표(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대사)가 한 발언으로 과거엔 각주로 처리됐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결정문 본문에 포함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 강력한 유네스코 결정문안이 나왔기 때문에 일본이 도쿄정보센터 등의 조치를 이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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