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1일 미국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화상으로 열고 서울과 경기 일부, 대구 남구, 경북 포항, 강원 태백 등에 있는 미군기지 12곳을 돌려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반환 대상인 서울 중구의 극동공병단.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11일 서울 용산기지 내 체육시설 2곳 등 주한미군 기지 12곳 반환에 합의하면서 반환 대상 미군기지 80개 가운데 68개를 돌려받게 됐다. 용산기지 등 12개가 반환 대상으로 남았으나 양국은 이들 기지의 환경오염 정화 문제에 대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반환된 미군기지는 서울 중구 ‘극동공병단’과 용산구 ‘캠프 킴’, ‘8군 종교휴양소’, ‘니블로 배럭스’, ‘서빙고 미 정보대 부지’, ‘용산기지’의 스포츠월드와 소프트볼 경기장 등 6곳이다. 경기도에서는 의정부 ‘캠프 잭슨’과 동두천 ‘캠프 모빌’ 일부, 하남 ‘성남골프장’이 반환된다. 또 강원도 태백 ‘필승사격장’ 일부, 경북 포항 ‘미 해병 포항 파견대’, 대구 남구 ‘캠프 워커 헬기장’도 이번 반환 합의에 포함됐다. 정부는 반환 기지 중 서울 극동공병단 부지에는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캠프 킴 부지는 공공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203만㎡)는 이날 전체 넓이의 약 2.6%에 해당하는 체육시설 2곳(5만3418㎡)이 처음으로 반환됐다. 하지만 용산기지 이전의 핵심인 한미연합사령부의 평택 이전 일정 등이 구체화되지 않아 실제 용산기지의 반환 완료 시점은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해와 같이 돌려받은 미군기지 12곳에 대한 환경 정화 비용을 일단 부담한 뒤 향후 미국과 협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현시점에서는 정화 비용 추정이 제한된다”고 밝혔지만 이번에 반환된 기지 12곳을 정화하려면 상당한 돈이 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방부에서 정화를 마친 기지 24개의 정화 비용이 약 2200억원이었고, 지난해 말 반환된 기지 4개 중 3개 정화에는 약 980억원이 든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이번에 반환되는 기지 12곳의 오염물질과 농도가 각각 다르지만 12곳 모두에서 국내법상 토양오염 우려 기준(1지역)을 초과하는 오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장 주거지로 활용할 수 없는 수준의 오염이다. 필승사격장을 뺀 11곳에서는 유류뿐 아니라 중금속 오염도 확인됐다. 이날 녹색연합은 성명을 내어 “지난 국정감사에서 용산 미군기지 주변 산재 부지(극동공병단, 니블로 배럭스, 서빙고 정보대, 종교휴양소)와 성남골프장의 경악할 만한 내부 오염이 공개된 바 있다”고 비판했다.
한-미는 오염 정화 책임 주체와 비용을 따지기 위한 판단기준(KISE·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과 정화 의무에 대한 소파(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의 해석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조건부 즉시 반환’을 이어가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기지 반환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 주둔 미군이 기지를 돌려준 뒤 오염에 책임을 지고 정화 비용을 부담한 사례가 거의 없어 양국 간 협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에서 ‘선 반환, 후 정화비용 청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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