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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한반도 평화체제, 스위스 같은 중립화가 방안일 수도”

등록 2020-11-11 20:58수정 2020-11-12 06:40

2020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원탁토론]
11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감사 및 심포지엄 기획위원들이 ‘코로나19, 미국 대선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박순성 심포지엄 공동기획위원장(가운데 테이블 오른쪽·동국대 교수)이 사회를 보고 있다.   부산/백소아 기자
11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감사 및 심포지엄 기획위원들이 ‘코로나19, 미국 대선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박순성 심포지엄 공동기획위원장(가운데 테이블 오른쪽·동국대 교수)이 사회를 보고 있다. 부산/백소아 기자
“영세중립국이 우리의 비전이 되지 못할 이유가 뭔가?”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이 11일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 던진 도발적 질문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현실 탓에 스위스 방식의 영세중립화는 국가적 생존을 위한 대안으로 간간이 거론됐지만, 미-소 냉전과 남북의 적대적 대결 구도 속에서 50년 가까이 공론의 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박 원장은 이날 박순성 심포지엄 공동기획위원장(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코로나19, 미국 대선 그리고 한반도 평화’라는 원탁토론 발표에서 스위스·오스트리아 등 중립화에 성공한 나라들과 벨기에·라오스 등 실패한 나라들을 비교한 뒤 중립화의 조건을 △내부의 의지와 능력 △외부의 승인으로 요약했다. 중립화의 필수조건은 내부 의지와 능력이지만, 중립화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선 외부의 승인이라는 충분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 원장이 볼 때 한국의 강력한 국방력과 경제능력, 한반도에 발이 묶이지 않으려는 미국과, 군사적 분쟁에 휘말리길 꺼리는 중국의 대외 정책은 중립화에 우호적인 조건이다. 반면 국민적 합의의 부족, 분단 상황 등은 중립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박 원장은 다만 “중립화가 주변 열강을 편하게 해주는 정책이란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중립화가 평화협정보다 더 쉬울 수 있다”고 했다.

박 원장의 발표에 토론자로 나선 박혁 변호사와 정연순 변호사는 “장기 목표인 중립화가 바이든 집권 초기 대외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장은주 영산대 교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성공적 구축을 위해선 범진보 세력이 통일지상주의적 인식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박 원장의 ‘실험적 사고’에 공감했다. 이현 부산시의원은 “중립화가 됐든 통일이 됐든 젊은 세대의 경험과 감수성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설득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 출범과 남북관계 전망’을 발표한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내년 1월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 분야 인선과 청문회, 정책 리뷰 등을 거쳐 구체적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천 전 차관은 다만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시절의 ‘전략적 인내’ 방식이 될지, ‘적극적 관여’를 통한 문제해결 방식이 될지는 우리 정부의 정책, 북한의 태도, 관련국 입장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천 전 차관은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고 이른 시일 안에 평화 프로세스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인도적 협력 등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관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와 새로운 관계 설정에 일정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 “일단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상황 타개의 돌파구 마련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토론자로 나선 안병민 한반도경제협력원장은 “바이든은 과거 경직된 소련의 외무관료나 전범 밀로셰비치와도 협상해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 오바마·트럼프 모델도 아닌, 제3의 모델을 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성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는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상주가 아닌 분산·순환배치가 강화되는 미 군사전략의 추세를 고려해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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