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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레드라인 지키며 미 동시다발 압박

등록 2019-07-25 19:07수정 2019-07-26 09:33

뉴스분석 l 북 단거리미사일 발사

6·30 판문점회동 한 달도 안돼
아세안안보포럼 불참 통보 이어
잠수함 시찰과 미사일 발사까지
한·미 군사훈련 핑계 압박 행보
북미 협상 주도권 잡기 의도인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수행 간부들과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올려다보며 웃고 있다.  조선중앙티브이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수행 간부들과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올려다보며 웃고 있다. 조선중앙티브이 연합뉴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불참 통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새 잠수함 공장 시찰과 77일 만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한국산 쌀 5만t 대북 지원 거부 움직임….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겨냥한 북한의 신경질적인 반발과 압박 행보가 동시다발로 드러나고 있다.

‘전면전’ 양상은 아니다. 6·30 판문점 만남을 포함해 지난해 초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으로 일궈온 한반도 평화 과정의 큰 틀은 깨지 않으면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려 수위와 강도를 조절한 ‘제한적 타격·압박 전략’에 가깝다. 6·30 판문점 만남으로 조성된 새 국면에서 정세와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행보다. 동북아 정세를 뒤흔들 핵·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같은 ‘전략적 군사행동’을 배제하다 보니, 자기네가 먼저 요청한 쌀 지원을 거부하겠다는 것을 ‘압박 카드’로 쓰는 무리수까지 동원된다.

25일 새벽 5시34분과 57분 북한 강원도 원산 북쪽 호도반도 일대에서 동해 쪽으로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이 발사됐다. 합동참모본부는 “두 발 모두 단거리 미사일로 고도 50여㎞이고 첫째는 430㎞, 둘째는 690㎞를 날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뒤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석”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5월9일 평안북도 구성에서 두 발을 동해로 쏜 지 77일 만이다.

이번 발사에는 안팎의 요인이 두루 작용한 듯하다. 조선인민군은 8월 말까지 두달 동안 정기 여름군사훈련 중이다. 김 위원장이 성능 개선 목적의 이번 발사를 직접 참관·지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인민군 훈련을 챙기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21일 원산에서 멀지 않은 함경남도에서 인민회의 대의원선거 투표를 했고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직접 챙겨봤다. 김 위원장의 잠수함 건조 현지지도를 전한 23일치 <노동신문> 1면 기사엔 한·미를 직접 겨냥한 경고 메시지가 담기지 않았다. 대신 김 위원장이 “국가방위력을 계속 믿음직하게 키워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인민군과 군수공업까지 동원하며 ‘경제건설 집중 노선’을 강조하는 바람에 자칫 일 수 있는 내부의 동요와 ‘안보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대미·대남 압박 행보의 성격도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6일, 8월의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6·12 조미공동성명 기본정신 위반”이라며 “미국과 남조선의 합동군사연습 ‘동맹 19-2’가 현실화된다면 조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당국이 직접 밝히지 않는 속내를 일부 반영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3일 “4월22일부터 5월3일까지 미·남 연합 공중훈련이 강행되고 그 직후에 조선인민군의 화력타격훈련(5월4일, 9일)이 진행”됐다며, 한·미 연합군사연습은 “신뢰조성의 전제를 크게 흔드는 조미협상의 장애요인”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되면, 북쪽이 추가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리용호 외무상이 예상을 깨고 아세안지역안보포럼(8월2일 타이 방콕)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한 사실은, 논리상 1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의 연장선에 있는 압박 행보로 볼 수 있다. 리 외무상은 애초 타이 외에 주변 2개국 정도를 양자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취소했다.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참여하는 역내 유일 다자안보회의체에 북한 외무상이 참여하지 않는 건 2009년 이후 10년 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외교안보 분야 고위 인사는 “북·미의 실무협상 관련 물밑 조율이 원만치 않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북한 읽기에 밝은 전직 고위 관계자는 “대미 압박과 갈등 회피의 두 측면이 다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의미 있는 진전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만나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으리라는 지적이다. 북쪽의 속내가 무엇이든 6·30 판문점 만남 뒤 “2~3주 안”에 열기로 한 실무협상이 언제 열릴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대한 북쪽의 문제제기에 전향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한반도 평화 과정에 돌파구가 열리기 어려우리라는 우려가 많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인민군과 군수공업까지 동원하며 경제 건설에 집중하는 ‘김정은 리더십’의 국내 정치적 정당성의 기반은 남북·북미·북중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정세 안정이고 그 가장 분명한 징표가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라며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 원로 인사는 “동북아가 미국 대 중국·러시아의 패권 경쟁, 한일 갈등으로 요동치는 와중에 한반도 평화 과정이 길을 잃지 않으려면 문 대통령이 결기를 가지고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하는 등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박민희 노지원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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