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5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 5월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신형 단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25일 새벽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쏜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가 개최됐다”며 “상임위원들은 오늘 오전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것으로 분석했으며, 향후 한-미 간 정밀평가를 통해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상임위원들은 이러한 북한의 행위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날 새벽 5시34분과 5시57분, 두 차례에 걸쳐 원산 호도반도 일대 지상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을 쏘았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이 고도 50여㎞에 비행거리가 각각 430여㎞, 690여㎞라고 발표했고,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TEL·텔)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는 한·미가 공동으로 평가한 결과이며, (미사일의 제원이나 미사일 발사의 특성이) 새로운 형태라서 추가적인 정밀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5월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일본 정부와 달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당시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던 터라, 이번에는 보다 단호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에 가해진 유엔 제재는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여태까지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추가 제재를 한 적은 없다. 북한은 지난 5월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원산 일대에서 사거리 240여㎞, 고도 60여㎞인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추정 미사일을 쐈다. 닷새 뒤인 9일에는 평북 구성 지역에서 사거리가 각각 420㎞, 270㎞, 고도가 45~50㎞인 이스칸데르 추정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에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5월 북한이 발사한 신형 단거리 미사일과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 합참 관계자는 “이번은 (미사일 제원이나 특성이) 처음(보는 것)이라 분석 소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단거리 미사일의 사거리는 500㎞ 이하이고 아주 멀리 날아가더라도 1000㎞를 넘지 않으며, 이때 고도는 사거리의 4분의 1 정도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는 사거리가 430여㎞, 690여㎞인데 고도가 일반 단거리 미사일보다 훨씬 짧은 50여㎞다. 5월에 발사했던 단거리 미사일과 비교할 때 저고도(50여㎞)인 것은 비슷한 반면, 사거리가 270여㎞나 크게 늘어난 점이 새롭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는 고도가 40~150㎞인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미사일의 고도가 40㎞ 이하로 떨어지면 제대로 격추하기 어렵다. 군 소식통은 “우리의 요격체계로 방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궤적, 패턴을 그리는 미사일에 대한 시험이나 실전 경험이 없고 이에 대비한 훈련이 되지 않은 게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북한이 쏜 미사일은 정점 고도가 50여㎞인데, 목표물 가까이 접근했을 때는 고도가 더 낮아지면서 사드 요격 범위를 벗어나 회피 기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 군사 전문가인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특히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종말단계에서 변화를 하기 때문에 요격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미사일이 지난 5월과 같은데 사거리만 늘린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김동엽 교수는 “두 발 모두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을 높게 본다”며 “이스칸데르의 실제 최대 사거리는 500㎞ 이상이고 심지어 1000㎞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5월 발사 뒤 추가로 개량형을 만들었다기보다는 5월 발사 때 최대 사거리로 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커드 미사일을 저각 발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일로 북-미 대화판 자체가 흔들리진 않을 것으로 봤다. 켄 가우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한겨레>에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트럼프의 ‘레드 라인’(금지선)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며 “따라서 실질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우리 나라(일본)의 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노지원 기자, 워싱턴 도쿄/황준범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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