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새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영빈관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차 방중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졌다는 징후이자 준비 행위”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정말 머지않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고위급 협상 소식을 듣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서로 가능한 프로세스를 놓고 북한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미국이 어떤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지 담판하는 자리”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북 제재의 빠른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과감히 할 필요가 있고,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독려하기 위해 (미국의) 상응조치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며 “그 점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외교안보 분야 고위 인사는 “‘제재 완화’ 문제가 중요 의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제재 해제를 위해 분명한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미국도 비핵화 조치를 독려할 상응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미가) 오랜 불신으로 서로 상대를 믿지 못해 상대가 먼저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그 간극 때문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지금까지 미뤄지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고는 “그렇게 늦어진 기간에 양쪽 입장 차이의 접점들이 상당히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머지않아 이뤄진다면 그 점에 대한 의견 접근이 있었을 거라고 우리가 좀 더 긍정적으로 해석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추진 의지도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따라 적대관계를 해소하자는 선언이 이어지면 북한도 비핵화를 속도감 있게 하고 평화협정도 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시기는 조정됐지만, (종전선언) 프로세스는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비핵화의 끝 단계에 이르면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하고, 그 평화협정에는 전쟁에 관여한 나라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이후 평화를 담보하는 일을 위해서도 다자 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일단 그런 식의 길로 나아가자는 정치적 선언으로서 종전선언을 설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며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과제인 국제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한 ‘화답’이다. 사업 재개에 앞서 북쪽이 두 사업 중단에 반발해 취한 남쪽 자산 몰수·동결 조처 해제가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이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됐다”며, 특히 개성공단을 “우리가 제대로 했던 남북 경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곤 “남북 경협은 그동안 북한 퍼주기와 같은 오해도 많이 있었지만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노임을 통해서 얻은 이익보다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훨씬 컸다는 것을 다 확인하게 된다”며 “(입주) 기업뿐 아니라 기업들에 원자재를 납품하는 후방경제를 포함하면 우리 경제에 훨씬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제 자본들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며 “한국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곤 “한국 경제가 과거 같은 고도성장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남북 경협이야말로 새로운 획기적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훈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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