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만취 음주운전 경력이 드러난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또 다른 음주운전 사건에서 동료의 음주운전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송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이 문제와 관련한 기록을 요구하며 한밤 정회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송 후보자가 1991년 3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 불과 4개월 뒤인 7월 서울 노량진경찰서에서 대령 동기생들과 음주운전으로 걸렸다”는 제보를 공개했다. 당시는 송 후보자가 대령으로 승진해 종합상황실장으로 부임한 직후다. 김 의원은 “당시 담당 경찰이 ‘내 선배가 해군 원사로 근무한다’고 하자, 송 후보가 해당 원사가 누구인지 파악해 새벽 5시에 전화를 걸어 경찰서로 오게 했다”며 “이후 송 후보자는 해당 원사에게 ‘잘 해결됐으니 식사 한번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 후보자는 “제가 음주운전을 한 게 아니다. 저는 항상 작전 상태에 있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직책이다. 동기가 운전했는데 저는 뒤처리를 했다”며 동기 박아무개씨의 이름을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기자들에게 “현재 박아무개씨는 부산에서 거주하고 뇌경색으로 입원해 말을 못한다. 부인이 당시 사고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 필요하면 송 후보자가 운전한 게 아니라고 직접 증언도 하겠다고 밝혔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송 후보자는 당시 담당 경찰의 지인인 해군 관계자를 경찰서로 불러내 사건을 무마하게 했다는 의혹에는 명확한 반박을 하지 못했다.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후보자가 해군본부에 근무하는, 경찰의 지인(선배)한테 연락해 그가 경찰서까지 찾아오게 한 것은 맞지 않느냐”고 묻자, 송 후보자는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당시) 제가 해군본부에 근무했기 때문에 불렀다면 제가 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밤 9시30분께 “이 음주운전 사건을 헌병대로 이첩했던 기록을 가져오지 않으면 더 이상 청문회를 할 수 없다”며 퇴장해, 청문회가 정회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철희·김병기 의원 등은 “이 시간에 기록을 가져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 40여분 뒤 회의가 속개됐고,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조사본부와 해군 헌병단에 확인해보니 노량진 사건 관련 이첩된 사건이 없다”고 보고했다.
이날 야당은 이밖에 고액 자문료 수수, 군납비리 무마, 자녀 취업특혜 의혹 등을 전방위적으로 제기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무법인 율촌에서 자문료로 월 3000만원을 받으면서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제출한 겸직신청서에는 ‘약간의 활동비’라고 기재했다. 이런 고액 수수에 국민들은 분노한다”고 성토했다. 송 후보자는 “자문료가 얼마인지 몰랐다. 실제 액수를 알고 저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송 후보자는 ‘후배들에게도 로펌 자문 등을 권유하겠느냐’는 질의에 “적극 권하겠다”고 말했다.
박병수 김지은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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