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상정된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임명동의안은 출석 의원 188명 가운데 찬성 164명, 반대 20명, 기권 2명, 무효 2명으로 가결됐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헌법에 규정된 국무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말해, 새 정부 첫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총리도 “문제가 있는 곳은 항상 가까이 총리가 있다는 믿음을 국민께 드리고 싶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진 취임식에서도 직원들에게 “유능하고 소통하며 통합하는, 내각다운 내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낙연 총리가 이른바 ‘책임총리’로서의 위상을 갖고 권한을 행사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헌법에는 국무총리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돼 있다. 또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으며,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요컨대, ‘헌법에 규정된 총리의 권한’이란 △행정 각 부처 통할 △국무위원 임명 제청 △총리령 발동 등인 셈이다. 하지만 ‘책임총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이해찬 총리처럼 상당한 정치적 실권을 쥐고 국내 주요 현안에 목소리를 낸 경우를 일컫는다. 문 대통령 또한 이낙연 총리에게 헌법에 규정된 총리의 권한을 전폭 보장한다면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이해찬’과 같은 조합이 재현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일단 문 대통령과 이 신임 총리는 서로의 역할을 분명히하면서 출발했다.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에, 이 총리가 민생 등 일상 국정에 주력하는 역할분담이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에게 “일상적 국정은 전부 총리의 책임이라는 각오로 전력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이 총리 또한 기자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외교안보를 포함한 국가를 대표하는 일들은 대통령께서 직접 하시는 걸로 인식하고 있다”며 “저는 외무부나 국방부가 아닌 민생 쪽에 역점을 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일상적인 행정, 특히 민생과 관련한 문제는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책임자란 마음가짐으로 해나갈 것이다. 그것이 책임총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내치 또는 민생 정책의 방향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산물”이라며 ‘촛불 민심’을 충실히 받들 것을 다짐했다. 이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취임식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직자들은 촛불혁명의 명령을 받드는 국정과제의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촛불혁명은 ‘이게 나라냐?’는 절망적 항의에서 시작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희망적 결의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할 ‘정부다운 정부’여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총리는 “제가 통할하도록 명령받은 내각은 유능하고, 소통하며, 통합하는 내각이어야 한다”며 “이것이 촛불혁명의 최소한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저 또한 의전과 경호의 담장을 거의 없애고, 더 낮은 자리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가장 낮은 총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특히 야당과의 소통 강화 문제에 대해 “야당과의 관계는 몇가지 이벤트로 풀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성심을 갖고 서로 간에 국가를 함께 책임지는 동반자로 지혜를 모으면 안 풀리는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1일 오전 국립현충원 참배 뒤 곧바로 국회를 방문할 예정이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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