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를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하는 등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어 갈 핵심 인선을 발표했다. 국가안보실이 외교·안보 현안을 이끌어가는 실무를 책임지되, 정책 기조와 방향은 문 대통령이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안보가 곧 경제, 안보가 곧 민생이라는 통합적인 정책이념”을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로 제시했다.
새 정부 외교·안보정책 사령탑 구실을 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문 대통령 선거 캠프 자문조직인 ‘국민아그레망’ 단장으로 활동했고, 지난 10일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엔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를 이끌며 주요 4개국 특사단 파견 등을 진두지휘하면서 일찌감치 중용이 예고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 실장 인선 배경에 대해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를 국방의 틀에서만 협소하게 바라본 측면이 있었으나, 저는 안보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핵·사드·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안보와 외교가 하나로 얽혀있는 숙제를 풀기 위해선 확고한 안보적 능력과 함께 외교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을 지낸 정 실장은 외교가 안팎에서 대표적인 통상전문가로 꼽힌다. 반면 “주제네바 대사 시절 군축 등 안보현안을 두루 다뤘고, 다자외교를 통해 정무적인 감각과 정치적인 시야도 넓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아그레망’에 참여했던 한 외교전문가는 “하나의 사안이 연계돼 복합적인 요소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어, 상황판단이 빠른 게 장점”이라고 평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늘날 안보의 개념은 보다 더 확장적이고 종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지금은 안보와 평화와 복지가 융·복합된 시대”라며 “안보가 경제와 시민의 삶을 뒷받침해, 그 결과로 시민이 행복하게 되는 것이 바로 평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결국 외교·안보의 결과가 ‘평화’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외교를 통해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군사를 통해 외교를 뒷받침하며, 이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뤄 시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결과가 바로 평화”라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선임하면서, “(두 특보는) 새 정부의 통일외교안보정책 기조를 저와 함게 논의하고 챙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 선거 캠프 핵심 관계자는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 속에 혁신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며 “안보실이 일상적인 현안에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면, 두 특보는 관료체제에서 한발짝 벗어난 위치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전환적 아이디어를 대통령과 나눌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 취임 11일 만에 안보실장이 임명되면서, 외교·안보라인 후속 인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실 진용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겸직하게 될 안보실 1차장엔 “군을 아우를 수 있는 전략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군 지휘체계 개편과 국방개혁,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와 평화·군비 통제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 실장도 이날 “안보 상황이 워낙 엄중하기 때문에 군에 상당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계신 분이 안보실에서 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1차장 휘하엔 안보전략·국방개혁·평화군비통제 등 비서관 3명이 있다.
전임 정권 청와대의 외교안보수석 격인 안보실 2차장은 외교정책·통일정책·정보융합·사이버안보 등 4명의 비서관을 두게 된다. 정의용 실장이 외교·통상 전문가임을 감안할 때, 2차장엔 남북관계 전문가를 기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실장은 “남북관계야말로 우리가 주도해 빨리 복원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주변여건이 그렇게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차근차근 해나가겠지만, (남북간) 군 연락통신망 같은 건 빨리 복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환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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