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대학생들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의 국무회의 통과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안팎의 비판에도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일본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의결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바로 재가했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해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22일 오전 8시께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의안 1712호’로 상정된 지소미아를 심의·의결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박 대통령이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무회의 결과 브리핑 자료를 내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구체적으로 현존하는 엄중한 상황에 우수한 정보사진을 가진 일본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향후 국방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국민들의 합의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23일 서울 국방부에서 서명식을 하고 상대국 서면 통보 절차를 거치면 지소미아는 곧바로 발효된다. 국방부가 10월27일 지소미아 협상 재개 방침을 발표한 이후 ‘실무 협상→가서명→국무회의 의결→서명→발효’까지 군사작전하듯 불과 27일 만에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야권은 “국정운영 자격도 없는 대통령에 의한 졸속·매국 협상”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지소미아는 국민이 인정하지 않는 굴욕적 매국 협상”이라며 “이 협정을 주도·동조한 모든 책임자들한테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 대책회의에서 “일본과 관계에서 아베 신조 정부가 자위대 무장을 하는데 우리가 아무런 역사적 정리 없이 공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야 3당은 갖고 있다”며 “특히 대통령의 탄핵·퇴진을 앞두고 국민과 전혀 합의 없이,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지소미아를 이렇게 긴박하게 추진한 것은 지난 7월의 사드 배치 결정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자격 없는 자가 강행한 지소미아가 처할 운명은 폐기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야 3당은 지소미아 강행 주무장관인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30일 발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날 국민의당과 정의당 쪽은 예정대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자는 견해를 밝혔지만, 민주당 쪽에선 “박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마당에 국방장관까지 해임하면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기동민 대변인은 “해임건의안 추진 타당성에 대해 당 내부 의견을 좀 더 들어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 3당의 합의인 만큼 민주당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야 3당 공동행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독립유공자유족회·한국독립유공자협회 등 7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가 열린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의 지소미아 재가에 반대하며 “박 대통령은 모든 국정에서 손 떼고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정인환 이정애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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