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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일본 자위대에 날개 달아주겠다는 식물 대통령 ‘오기’

등록 2016-11-14 21:59수정 2016-11-23 16:00

한·일 군사정보협정 가서명 파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시점 겹쳐
재협상 선언 정치적 의도 의심
국방·외교장관 NSC 참석 없이 결정
협정 압도적 반대여론에도 귀막아
정부가 1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가서명해, 한·일 두 나라의 전면적인 군사정보 협력이 눈앞의 일이 됐다. 일본과 정보 교류는 한-일 군사협력의 중대 전환점이 되리라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5월, 4년 만에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연 뒤 한-일 군사협력의 폭을 점차 확대해왔다. 이번 지소미아 가서명은 이런 흐름에 기폭제가 되리라 예상된다. 앞으로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더 나아가 군사작전의 전면 협력 등까지 이어지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4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야당이 제출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중단촉구 결의안 심의 문제를 놓고 여야가 논란을 벌이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4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야당이 제출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중단촉구 결의안 심의 문제를 놓고 여야가 논란을 벌이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추진 과정 의문투성이…여론은 반대가 압도적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소미아 추진과 관련해 “10월27일 소집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협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한 장관은 그날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황인무 국방부 차관을 대참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10월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같은 시각에 국무총리 주재 국무위원 모임이 있어 참석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회의에 국방부 장관뿐 아니라 외교부 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소미아 문제는 2012년 6월 한-일 간 최종 서명 1시간 전 여론의 반발에 밀려 전격 취소될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이런 중요 사안이 관련 부처 각료가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회의에서 결정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에서 다 결정해놓고 안전보장회의를 요식행위로 여니까 차관을 대리 참석시킨 것 아니냐”며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한 바 있다. 야3당은 지소미아 가서명을 강행하면 한민구 장관 해임 절차를 밟겠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한 장관은 그동안 “국민 공감대 등 여건 조성이 우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러나 여론은 여전히 협정 추진에 부정적이다. 10월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협정 반대가 47.9%로 찬성(15.8%)을 압도한다. 더욱이 국방부는 그동안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한 적이 없다.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안 열었다. 한 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더 노력하겠다”고만 말한 뒤 입을 닫았다.

지소미아 추진 시점은 더 큰 의구심을 낳는다. 국방부가 일본과 협정을 논의하겠다고 발표한 날인 10월27일은 최순실씨가 청와대 내부 자료를 미리 받아봤다는 의혹이 제기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지 사흘째 되는 날이다. 정치적 의도에 물음표를 달 수밖에 없는 교묘한 타이밍이다. 지소미아는 앞으로 국무회의를 거쳐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여론의 퇴진 압력을 받는 박 대통령이 국민적 반대 여론이 큰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을 결정짓는 모양새다. 국민의 불신임을 받은 정권이 다수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어서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일본도 한국 정부의 돌연한 지소미아 추진에 뜻밖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협정을 강력 지지하는 <요미우리신문>조차 12일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인 여성의 국정개입 의혹을 놓고 여야 대립이 격화하고 있어 (한국의 협정 강행은) 격심한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 자위대의 한반도 영향력 강화 밑돌 한민구 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군사적으로 일본의 정보가 대북 억제력에 도움이 된다고 협정을 옹호했다. 그러나 대북 억제력만을 보고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외눈박이’ 정책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동북아 정세는 북한의 위협 말고도 미-중-일 사이에 군사적 대립과 갈등이 고조되는 등 불투명성이 높아가고 있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부상하고 있고, 이에 맞서 일본은 집단자위권 허용과 평화헌법 개정 추진으로 군사대국의 길을 밟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려고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구상하며 한-일 군사협력을 강요하고 있다.

한-일 군사협력 강화는 중국 대 미·일의 갈등 구도에 한국을 스스로 묶는 자승자박이라는 우려가 많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는 자위대에 날개를 달아주는 출발점이 되리란 비판도 나온다.

일본은 실제 이번 협정을 한-일 안보협력의 종착점이 아닌 시작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이 협정의 조기 체결을 포함해 안전보장 분야에서 일-한 협력을 한층 더 추진해가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미 3월 시행된 안보 관련법을 통해 이와 관련한 법적 정비를 마쳤다. 미국한테만 허용하던 후방지원도 ‘미국 등 타국군’에까지 확장했다.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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