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김종대의 군사
미국 미사일방어청장의 방한
미국 미사일방어청장의 방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전략을 총괄하는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MDA)의 제임스 시링 청장(해군 중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사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드, 미 MD 체계 포함 안돼”
MDA 2017 보고서와 다른 주장
보고서 “개별무기체계로 효용 적어
범세계 MD체계 통합 다목적” 사드, 미 중앙컴퓨터 연결된 단말기
본토에서 사드 포대 직접 지휘
다국적 군사작전에 흡수되지만
동맹론자들은 위험 고려안해
한국 주도 통일의 길도 요원 시링 청장의 기자간담회가 있기 9일 전인 8월2일에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 조찬 포럼에서 “중요한 것은 사드는 중첩된 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라며 “지속적인 패트리엇(PAC-3) 미사일 조달은 중첩 미사일 방어태세에 큰 힘이 될 것이고 해상 요격능력 또한 중첩 미사일 방어체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주한미군에 PAC-3 추가 배치는 물론 해상 이지스 시스템까지 미사일방어에 추가될 것임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더불어 그는 한·미·일이 정보공유에 국한되지 않고 공통의 작전상황도(common operation picture)를 운용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하였는데, 이는 향후 미사일방어가 삼국 간에 공동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삼국이 공동의 정보, 공동의 작전상황도를 전광판에 띄워놓고 같은 목적을 위해 동시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미사일방어의 실효성이 보장된다고 본 것이다. 차라리 이 발언이 시링 청장의 발언보다 미 국방부 보고서에 부합된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다. 사드 배치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사드와 연동된 다른 미사일 자산과 통합되어 동북아에서 한·미·일이 하나의 미사일방어 아키텍처(체계)를 완성하는 데 미 정부의 전략적 의도가 있다는 점을 그들은 굳이 숨기지 않는다. 한·미·일이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의 군사작전을 수행할 경우 매우 복잡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중국이나 북한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은 완행열차가 아니다. 분과 초를 다투는 매우 짧은 시간에 신속하게 요격을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적의 미사일이 한반도 상공을 막 벗어나는 경우에는 누가 미사일을 요격하는 책임지느냐는 문제를 두고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는 2007년부터 미국이 공식적으로 제기한 문제이다. 당시 B. B.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그해 11월 미 합참지와의 인터뷰에서 바로 이런 지휘통제의 문제를 제기하며 “요격미사일의 방아쇠를 당기라는 명령을 하는 지휘관이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반도 남단, 또는 일본 쪽을 향하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지휘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인지, 주일미군사령관인지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괌을 향해 날아갈 경우에는 누가 미사일방어를 책임질 것인가? 유사시 그 혼선을 해소하려면 지휘통일(unit of command)이 필수적이다. 이 점이 대한민국의 주권을 초월하여 우리가 미사일방어라는 다국적 군사작전에 흡수되는 주요 경로일 것이다. 이 점은 현재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고 미국을 신뢰하는 우리 사회의 동맹론자들은 다른 문제는 거의 미국의 주장을 답습하면서 유독 미사일방어에 대한 미국의 핵심 전략가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미사일방어가 미 본토를 방어하는 개념이 아니라 미국과 전세계 우방국과 동맹국을 방어하는 범세계적·지역적 의제라고 무수히 말해왔다. 그런데 한국의 동맹론자들은 “미국 미사일방어는 미 본토를 방어하는 것”이라고 축소하면서 한국의 사드 포대는 미 본토를 방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미사일방어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전략가들이 한 번도 동의한 바 없는 견해이다. 미국은 미사일방어 역량을 전세계에 투사(projection)하며 동맹국에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고, 이것이 21세기 미국 패권의 군사적 토대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계 모든 미사일방어 자산은 서로 연결되고 통합되는 거대한 체계를 형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미국의 미사일방어다. 따라서 이 사드 포대는 미국이 순수하게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차려준 ‘공짜 점심’이 아니다. 2차 대전 이후에 유지되어온 동아시아 전후체계가 청산되고 미국 단일 패권을 중심으로 동맹국과 우방국의 서열이 재편되는 가장 중요한 변화다. 패전국 일본이 이제는 아시아에서 미국을 대리하는 지도국으로 부상하고 우리는 그 체제에 종속되면서 중국, 러시아와는 일정한 갈등을 감수하는 ‘비싼 점심’이 된다. 동맹국의 선의만 존중한다면 19세기 말의 강화도 조약과 20세기 초의 을사조약을 체결한 일본이 조선을 자주독립국가라고 말하지 않은 적은 없다. 오히려 청일전쟁 이래 일본은 조선의 자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조선 내정에 간섭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 내정 간섭의 첫걸음은 조선의 군사주권을 제약하는 것이었다. 군권의 침탈이 결국 국가 주권의 상실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우리가 국방의 자주성을 상실하고 국민의 안전을 동맹국의 선의에 의존하는 사고로 한 번도 좋은 결실을 거둔 적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단지 북한 핵 미사일에 대한 공포를 앞세워 대한민국 안전을 도모한다는 동맹국의 선의만을 존중하고 냉엄한 국제정세의 본질을 간과한다면 예전의 실수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성능이 향상된 사드 배치는 바로 한·미·일 군사작전의 통합을 촉진하는 일종의 접착제라고 할 수 있고, 이를 발판으로 우리는 일본과도 준동맹에 해당되는 군사적 통합 과정에 직면하게 된다. 미사일방어를 명분으로 한·미·일의 새로운 집단방위체제가 출현하게 되면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의 동북아 지역 전략구상이 성숙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여기서 한국 정부는 한반도 정세를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자율성이 제한되고 강대국 정치에 편승하면서 연명이나 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그만큼 한국 주도의 통일의 길도 요원해진다. 따라서 사드는 단순한 무기로서의 효용성에 국한되어 그 의미를 따져서는 안 된다. 이 괴물이 초래할 지정학적 변화 요인과 국제 동맹질서까지 통찰해야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사드는 미국 미사일방어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객관적인 토론을 봉쇄하고 있다. 구한말의 조선 조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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